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이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와의 합병이 공식화된 지 불과 며칠 만에 미국 격투기 단체 UFC(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의 미국 내 중계·스트리밍 독점권을 7년간 확보했다. 계약 총액은 77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로, 연평균 11억 달러(약 1조4,000억 원)가 지급될 예정이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2026년부터 2032년 시즌까지 적용되며, 연간 ▲ 13회의 넘버드(대회 번호가 붙는 주요) 이벤트와 ▲ 30회의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를 모두 포함한다. 모든 경기와 관련 프로그램은 파라마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 Paramount+를 통해 제공되며, 선택된 일부 메인 이벤트는 지상파 네트워크 CBS에서 동시 중계된다.
파라마운트는 계약 초반 연도에는 11억 달러보다 낮은 금액을, 후반 연도에는 더 높은 금액을 지급하는 가중 지급 방식을 택했다. 이는 현금 흐름을 초기에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페이퍼뷰(Pay-Per-View) 모델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라고 TKO 그룹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마크 샤피로(Mark Shapiro)는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그는 “
UFC 팬, 특히 미 중부 ‘플라이오버 스테이트’의 젊은 층이 월 12.99달러만 내면 주요 넘버드 이벤트까지 모두 시청할 수 있게 됐다는 메시지를 우리는 최대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파라마운트+ 구독자는 추가 요금 없이 UFC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시청하게 된다. 이는 디즈니(ESPN+)가 일부 대형 이벤트마다 79.99달러 상당의 PPV 요금을 별도로 부과했던 기존 모델과 대조적이다. ESPN은 2020~2025년 계약에서 연평균 5억 달러를 지불해 왔으며, 해당 계약은 2025년 말 종료된다.
지난주 파라마운트는 스카이댄스에 경영권을 넘기며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체제로 전환됐다. 같은 주, TKO는 ESPN과 WWE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에 대한 5년 16억 달러 계약도 체결했다. UFC와 WWE는 2023년 합병해 모회사 TKO 그룹 홀딩스(TKO Group Holdings)를 출범한 바 있다.
샤피로 COO는 “애초에는 30회의 ‘파이트 나이트’만 파라마운트에 넘기고, 넘버드 이벤트는 다른 플랫폼에 배분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 합병이 8월 7일 확정되자마자 양사는 단 48시간 만에 패키지 일괄 판매로 방향을 틀어 협상을 마무리했다.
엘리슨 CEO는 인터뷰에서 “UFC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유니콘’급 자산”이라며, 미디어 권리 시장에서 희소성이 극대화됐음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UFC 열혈 팬”이라고도 소개했다.
권리 확보 경쟁의 배경을 살펴보면, 포뮬러1(F1)은 애플TV+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고, 메이저리그(MLB)는 2028년까지 대대적 재편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파라마운트가 당분간 노릴 만한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권’ 후보가 많지 않다는 점이 빠른 결단을 이끌었다.
UFC는 시즌 구분이 없는 연중 스포츠다. ▲ 43개의 라이브 이벤트와 ▲ 총 350시간 분량의 실시간 콘텐츠가 제공돼, 가입자가 특정 시즌 종료 후 구독을 해지할 유인이 적다. 스트리밍 플랫폼 입장에서 고객 이탈률(Churn rate) 관리에 매우 유리한 구조다.
이번 계약에는 아직 매각되지 않은 국제 중계권 협상 조건도 포함됐다. TKO는 매년 약 3분의 1씩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해외 권리에 대해, 파라마운트에 30일 독점 협상권을 부여한다. 현재 UFC는 21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파라마운트가 글로벌 패키지를 완성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용어 해설
•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넘버드 대회보다 규모가 작지만 신예·중견 파이터가 대거 출전하는 정규 리그전 성격의 이벤트다. 메인 카드(Main card)와 언더 카드(Undercard)를 포함해 토요일 밤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 페이퍼뷰(Pay-Per-View): 시청자가 경기·영화를 건별로 결제해 시청하는 방식이다. 과거 케이블·위성 TV 시절 주류 모델이었으나, 넷플릭스형 월정액 구독의 부상으로 점차 영향력을 잃고 있다.
전문가 시각: 스포츠 미디어 컨설턴트들은 “PPV 폐지가 파라마운트+ 가입자 모집에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라며, OTT 시장 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후기 연도에 지급액이 급증하는 구조가 재무 리스크로 전가될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주식시장 관점에서 티커 PARA(파라마운트)와 TKO(TKO 그룹)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스포티파이·디즈니 등 경쟁 플랫폼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국 이번 계약은 스트리밍 시대 스포츠 중계권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파라마운트가 PPV를 포기하고 월정액 혼합 모델을 내세운 만큼, 다른 리그·단체의 중계권 협상 프레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