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새 경영진, 영화 제작 2배 이상 확대…케이블 채널은 유지·재정의 방침

로스앤젤레스—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이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와의 84억 달러 규모 합병을 완료한 이후, 닉클로디언·MTV·BET 등 전통 케이블 채널을 『토대 브랜드(Franchise Brands)』로 재정의하고 영화 제작 물량을 대폭 증산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제프 셸(Jeff Shell) 파라마운트 글로벌 사장은 “케이블 네트워크를 단순히 선형(linear) 자산으로 분류해 매각하거나 분사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를 재정의해 스트리밍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스튜디오 본사가 위치한 파라마운트 픽처스 로스앤젤레스 부지에서 열렸으며,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셸 사장, 조시 그린스타인(Josh Greenstein) 영화부문 공동회장, 데이나 골드버그(Dana Goldberg) 공동회장, 조지 칙스(George Cheeks) TV미디어 회장 등이 참석해 영화·TV·스트리밍·신기술(AI) 전략을 설명했다.


케이블 네트워크 ‘헌신적 유지’ 방침

조지 칙스 TV미디어 회장은 “케이블 사업이 구조적으로 급격한 가입자 감소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닉클로디언·MTV·BET 등이 창출해 온 아이코닉 프랜차이즈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충분히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BET는 그동안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셸 사장은 “블랙 문화(BET)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파라마운트 스트리밍 전략의 핵심 빌딩블록이 될 것”이라며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나 컴캐스트(Comcast)가 케이블 부문을 분리하려는 움직임과 정반대 노선이다.


영화 연간 20편 체제로 ‘퀀텀 점프’

조시 그린스타인 공동회장은 “2024년 8편 수준인 극장 개봉작을 ‘매우 빠른 시일’연간 15편으로 늘리고, 궁극적으로 20편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안된 라인업에는 ‘스타트렉’(Star Trek), ‘트랜스포머’(Transformers)기존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의 신규 편과 함께, 팀 헤어 감독 *이 연출하고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가 주연을 맡은 신작 ‘하이 사이드(High Side)’오리지널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우리 모두가 자라면서 사랑했던 ‘박물관이 살아있다(A Night at the Museum)’‘구니스(The Goonies)’ 같은 가족 영화가 최근엔 드물다. 파라마운트가 이 시장을 다시 개척할 것” — 데이나 골드버그 공동회장


AI·기술 혁신, ‘제2의 픽사’ 만들까

데이비드 엘리슨 회장은 “인공지능(AI)은 모든 할리우드 인사가 예상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창작자가 AI 도구를 손에 쥐는 순간, 스티브 잡스·존 래시터가 픽사를 세웠던 때와 맞먹는 변곡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선형(linear) TV란? 전통 케이블·위성채널처럼 편성표 기준으로 일정 시간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방식을 뜻한다. 반면 스트리밍(OTT)은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선택해 보는 주문형(VOD) 플랫폼이다. 셸 사장이 언급한 ‘선형 자산’은 바로 이 케이블 채널을 가리킨다.


전문가 시각: ‘브랜드 레버리지’와 리스크

기자가 보기엔 파라마운트의 전략은 ‘브랜드 집중(Brand Leverage)’과 ‘콘텐츠 볼륨(Scale Up)’의 투 트랙이다. 스튜디오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배우·제작자 유치를 위해선 안전 자본창작 자유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엘리슨 CEO가 강조한 AI 도구 지원은 할리우드 내 ‘테크 친화 스튜디오’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 시장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전통 채널 유지 결정은 고정비 부담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 또한 영화 편수 확대가 필연적으로 제작비·마케팅비 급증으로 이어져, 박스오피스 부진 시 손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스트리밍 플랫폼 수익화가 관건이다.

할리우드 일각에선 “규모(Scale)보다 차별화(Differentiation)가 중요”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라마운트가 예고한 ‘가족 영화’·‘아이코닉 프랜차이즈’가 얼마나 새로운 서사를 제시하는지가, 실적과 브랜드 재활성화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