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심각한 가뭄·기후위기 넘기 위해 ‘육상 브리지·댐’ 2대 프로젝트 가동

【파나마시티 발】 역사적 가뭄으로 통항이 마비됐던 파나마 운하향후 가뭄과 저수위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착수했다. 운하 운영 주체인 파나마운하관리청(ACP)육상 브리지(Land-Bridge) 건설리오 인도 댐(Rio Indio Dam) 조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사업으로 ‘물 부족 공포’에 대응한다.

2025년 9월 1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운하가 강우 의존적 수로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파나마 운하는 담수(淡水)가 동력이며, 비가 오지 않으면 선박 통항이 즉각 제한된다.

ACP의 리카우르테 바스케스(Ricaurte Vásquez) 청장은 “우리는 뉴욕시가 하루에 쓰는 물의 두 배 반을 운하 운영에 사용한다”고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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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가 풍부한 ‘좋은 해’에는 하루 50척 이상이 운하의 수문을 통과할 수 있지만, 2022년 말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운하는 통항 제한·선박 중량 제한 조치를 시행해야 했다.


美 경제와 글로벌 물류의 생명선

미국은 파나마 운하 최대 이용국으로, 미·국 수출·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73%가 운하를 통과한다. 이는 미국 전체 컨테이너 교역의 40%에 해당하며, 연간 $2,700억 규모다.

그러나 2024회계연도 운하 통항은 전년 대비 29% 급감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통과량은 66% 감소, 건화물(Dry Bulk)은 107%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① 육상 브리지 프로젝트—NGL 파이프라인의 야심

올해 4월 ACP는 컨세션 사업자(민간 사업권자) 사전 심사를 개시했다. 핵심은 대서양-태평양 양안을 잇는 도로와 양측 복합항만, 그리고 자연가스액(NGL) 파이프라인 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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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이 완성되면 LPG·에탄·부탄·프로판 등 NGL을 대서양 측에서 태평양 측 터미널로 이송할 수 있다. 이후 다른 선박이 아시아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바스케스 청장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군침을 흘린다’”며 “운송 시간은 운하 통과와 비슷하지만 물 의존성이 없어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고부가 에너지 제품은 ‘정시 도착’이 생명이다. 육상 브리지는 운하를 보완하는 최적 해법” —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ACP 청장

도쿄에서 발표된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 특히 일본을 최대 수요처로 겨냥한다. ACP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LNG 선박 우회 항로(아프리카 희망봉)를 되돌리고, 운하 통항 수익성도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② 리오 인도 댐—‘물 저장고’ 증설

리오 인도 댐은 호수 가툰(Lake Gatun)에 추가 담수를 공급해 운하 수위를 안정화한다. 오래된 파나맥스(Panamax) 수로는 선박 1척당 5,000만~5,200만 갤런의 담수를 소모하지만, 신형 네오-파나맥스(Neo-Panamax) 수로는 60%를 재활용한다.

댐·터널 공사는 2027년 착공, 2032년 완공이 목표다. 총사업비 16억 달러 중 4억 달러는 수몰지 주민 2,500명의 보상·이주에 배정됐다.

CNBC 취재진은 수몰 예정 마을을 단독 방문했으며, 주민들은 “떠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프로젝트 일정과 엘니뇨 2027

다음 엘니뇨(El Niño) 발생이 예상되는 2027년까지 두 프로젝트는 모두 완공되지 않는다. ACP는 일부 도로·항만은 2027년 전까지 부분 개통하겠지만, 파이프라인은 2030~2031년에야 상업 운전을 시작할 전망이다.


용어 풀이

LNG(Liquefied Natural Gas)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 ℃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연료다. NGL(Natural Gas Liquids)은 천연가스에서 분리되는 에탄·프로판·부탄 등 액화 가스류를 통칭한다. 값이 높고, 온도·압력 관리가 중요해 운송 신뢰성이 핵심이다.

파나맥스기존 운하 수로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선박 규격을, 네오-파나맥스2016년 확장된 신수로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규격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 —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장

가뭄이 되풀이되면 해운업계는 운하 회피를 계속 고려할 수밖에 없다. 육상 브리지와 댐이 완공되면 운하 의존도를 낮추고, 물류 다변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공사 기간 중 통항 제한 리스크가 상존해, 글로벌 화주들은 대체 항로 보험료와 지연 비용을 여전히 감안해야 한다.

한국 역시 미·중·일 무역로에서 운하를 빈번히 이용하는 만큼, 프로젝트 진척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완공 후에는 신규 LNG·NGL 화물 기회가 확대돼 관련 해운·터미널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결국 파나마 운하의 ‘물 전쟁’은 단순한 지역 이슈를 넘어 세계 에너지·곡물 물류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가뭄 대응 인프라가 제때 가동되지 못하면 수백억 달러의 글로벌 교역 손실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이 프로젝트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