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 애플(Apple Inc.)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자사의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는 물론, 필요하다면 대형 AI 기업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오랜 ‘재무 보수주의’ 기조에서 벗어나는 행보를 예고했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쿡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AI 로드맵을 가속화할 수 있다면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인수합병(M&A)에 매우 개방적”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구글)이 AI 챗봇과 가상 비서를 통해 수억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동안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라이벌 기업들은 이를 위해 막대한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구글은 향후 1년간 약 8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1,000억 달러 이상을 데이터센터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반면 애플은 일부 클라우드 연산을 외부 데이터센터에 맡기면서도 Siri 개선 등 핵심 AI 기술을 사내 개발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차세대 Siri 출시는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한편, 회사는 올해 초 ChatGPT 개발사 오픈AI(Open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지만, 이를 통한 iPhone 기능 고도화만으로는 경쟁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올해 이미 소규모 기업 7곳을 인수했다. 앞으로도 로드맵을 앞당길 수 있다면 기업의 크기에 얽매이지 않겠다.” — 팀 쿡 CEO
애플은 그동안 특화 기술력을 보유한 ‘스몰 딜’ 위주의 인수를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최대 규모 인수는 2014년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에 사들인 사례로, 2019년에는 인텔의 모뎀칩 사업부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회사는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애플이 매년 수십억 달러를 받는 ‘아이폰 기본 검색엔진’ 계약이 미국 내 구글 반독점 소송 결과에 따라 무효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퍼플렉서티(Perplexity) 같은 신생 업체가 AI 기반 브라우저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하며 구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법정 진술에서 애플 경영진은 사파리(Safari) 브라우저에 AI 검색 기능을 도입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퍼플렉서티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로이터는 이 내용을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또 다른 투자 확대 분야로 데이터센터를 지목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연간 수십억 달러 수준의 비교적 적은 금액을 데이터센터에 지출해 왔으나, 앞으로는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 자체 설계한 칩으로 AI 연산을 수행하고 개인정보 보호 기능과의 호환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재무책임자(CFO) 케반 파렉은 구체적 투자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출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투자가 지출 확대의 주된 요인”이라며 “증가 폭이 기하급수적이진 않겠지만 분명 눈에 띄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AI·데이터센터·M&A 용어 해설(독자 이해도 제고)
AI(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추론 능력을 모방하거나 확장하는 기술로, 클라우드·반도체·소프트웨어 등 다방면에서 막대한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를 대규모로 집적한 시설로, AI 모델 학습과 실시간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전력·냉각 비용이 커 투자가 지연되면 서비스 속도와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M&A(인수합병)은 기업이 다른 회사를 사들이거나 합병해 기술·시장·인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애플처럼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대기업은 단기간에 역량을 키우기 위해 M&A를 택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의 이번 “지갑 열기” 선언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삼각 생태계에 AI 혁신을 빠르게 녹여 넣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법·규제 변수와 경쟁사의 선제 투자 속에서 애플이 어느 수준까지 ‘큰 돈’을 집행할지가 향후 주가와 산업 지형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