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더 페이스샵 매장에서 고객이 마스크팩을 살펴보는 모습(2015년 4월 15일). Avila Gonzalez | San Francisco Chronicle | Hearst Newspapers | Getty Images
뉴욕 미드타운의 울타 뷰티(Ulta Beauty) 매장에서 토요일 오후, 40대 어머니 데니스 매카시(Denise McCarthy)는 파스텔톤의 작은 병과 튜브, 콤팩트로 가득한 진열대 앞에 서 있었다다. 그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15세 딸이 보낸 틱톡(TikTok) 링크였다. 그는 “아이들이 틱톡 영상을 문자로 보내준다. 무엇을 하는 제품인지 절반은 모르지만, 아이들이 보내준 것만 산다”고 말하며 한국산 립 틴트와 선크림을 크리스마스 양말 선물용 장바구니에 담았다다.
2025년 11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두 통로 떨어진 곳에서는 대학생들이 한국산 쿠션 파운데이션 색상을 비교하고 있었고, 한 아버지는 매장 직원에게 “‘겟레디위드미(get ready with me)’ 영상을 올리는 그 소녀가 쓰는 바이럴 한국산 선크림이 이 제품이냐”고 물었다다. 계산대 근처의 한국산 시트 마스크 미니 팩 전시는 거의 비어 있었다다. 이런 장면은 미국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다다.
K-뷰티(K-beauty)는 한때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 틱톡의 바이럴 효과, 젊고 다양해진 소비층, 그리고 울타(ULTA)·세포라·월마트(WMT)·코스트코(COST) 등 대형 유통사의 공격적 확장에 힘입어 미국 메인스트림으로 완전히 진입하고 있다다.

시장조사업체 NielsenIQ에 따르면, 2025년 미국 내 K-뷰티 매출은 2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으로, 이는 지난해 대비 37%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다. 이는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는 광의의 뷰티 시장을 크게 앞지르는 속도다다. 무역 긴장으로 공급망이 복잡해지는 와중에도, 브랜드와 유통사들은 상승 모멘텀이 견조하다고 밝혔다다.
제닛 김(Neogen 부사장)은 “감속 계획은 없다. 시장 침투 기회가 더 많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다.
2025년 상반기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55억달러(사상 최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으며,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화장품 수출국이 됐다고 한국 정부 자료는 전했다다. NielsenIQ의 테레즈-앤 담브로시아(Therese-Ann D’Ambrosia) 부사장은 “성장이 두드러진다. 한 자릿수 성장의 뷰티 시장과 비교하면, K-뷰티는 지금 완전히 다른 기어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다.
NielsenIQ는 페이셜 스킨케어가 여전히 미국 내 K-뷰티의 최대 매출원이라고 밝혔다다. 헤어케어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틴티드 세럼이나 스킨케어 성분을 담은 쿠션 콤팩트(스펀지 쿠션에 SPF 파운데이션을 머금게 한 하이브리드 제품) 같은 하이브리드 아이템의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다.
BIG BUSINESS — 유통사의 ‘영토 전쟁’
유통 대기업들은 코스메틱 붐을 잡기 위해 속도전에 나섰다다. 1,400개 이상 미국 매장을 보유한 울타는 7월 ‘K-Beauty World’를 론칭해 한국 브랜드와 테크 디바이스를 전면에 내세웠다다. 울타는 현재 뷰티테크 기업 메디큐브(Medicube, 헤일리 비버 등이 언급) 제품을 취급하는 유일한 대형 미국 리테일러다다.
울타의 2025년 1분기 보고서에는 한국 스킨케어 매출이 38% 증가했다고 명시돼 있다다. 경영진은 8월 실적 콜에서 새로운 K-뷰티 파트너십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월가 기대치 상회)에 기여했다고 밝혔다다.
세포라도 적극적이다다. 타임스퀘어 플래그십 매장에는 한국 스킨케어·메이크업 전용 벽면이 마련됐고, 한국 헤리티지 브랜드 한율과 민감성 피부 레이블 에스트라의 미국 단독 출시를 확보했다다. 코스트코와 월마트 역시 에센스, 세럼, 시트 마스크 라인업을 늘리며 수요 급증에 호응하고 있다다.
FIT(패션공과대) 화장품·향수 마케팅학과 델핀 호르바트 교수는 “지금은 한국 제품을 누가 더 잘 선점하느냐의 군비 경쟁”이라며 “이 제품들은 브랜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간주되고 있고, 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다.
이 경쟁은 ‘서울의 세포라’로 불리는 올리브영이 내년 로스앤젤레스에 첫 미국 매장을 열 준비를 하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다. 아시안 뷰티 리테일러 스코시(Sukoshi)도 시애틀·마이애미·오스틴 등 도시에 향후 1년간 20개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다. 스코시의 린다 댕 CEO는 “틱톡에서 본 제품을 직접 만지고 테스트할 수 있게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업계 전반에서 “배송 대기나 한국까지의 이동 없이 제품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확장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다.
이 붐은 무역전쟁 한복판에 도달했다다. 린다 댕에 따르면, 올봄 미국 쇼퍼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우려해 K-뷰티 인기 제품을 대량 비축했다다. 그러나 다수의 한국 브랜드가 일시적으로 관세를 흡수하면서 가격은 비교적 안정됐고, 동시에 대체 생산·물류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를 최종 타결해, 4월 발표됐던 25% 관세 대신 15% 관세율에 합의했다다. 댕은 “관세 이전의 쉬운 교역 시스템은 더 이상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광고 파트너 및 내부 조정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다.

THE ‘SECOND WAVE’ — 두 번째 물결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BTS, 블랙핑크 같은 K-팝 그룹과, 올해의 넷플릭스(NFLX) 히트작 ‘KPop Demon Hunters’ 등 한국 대중문화의 부상이 한국 문화 수출의 폭발적 인기를 견인했다다. 린다 댕은 “한국 문화는 모든 영역에서 폭발했고, 그 효과가 K-뷰티에 분명히 나타났다”고 말했다다.
‘첫 번째 물결’(2010년대 중반)은 글래스 스킨, 10단계 루틴, 달팽이 점액(스네일 뮤신), 쿠션 콤팩트, BB크림으로 상징됐다다. 제품군은 대체로 밝은 피부 톤에 맞춰졌고, 유통은 소규모 부티크, 아마존(AMZN) 셀러, 울타·세포라의 초기 테스트 수준에 머물렀다다. 호르바트 교수는 “첫 물결도 일정한 침투는 있었지만,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당시엔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영역이었다”고 말했다다.
‘두 번째 물결’은 더 크고, 더 빠르며, 훨씬 더 포용적이다다. 컬러 메이크업, 두피·헤어케어, 보디케어, 향은 물론 하이테크 디바이스로까지 확장됐다다. 무엇보다 틱톡이 발견의 중심 엔진이 됐다다. 퍼스널 케어 인사이츠의 분석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이 K-뷰티 소비자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다. 소비자 데이터업체 Spate에 따르면, ‘K-beauty’ 또는 ‘Korean skin care’ 태그 영상은 주간 2억5천만 회의 조회를 끌어낸다다. 포장 디자인이 세련되고, 자극이 적은 포뮬러와 합리적 가격을 결합한 바이럴 제품은 재고 보충 속도보다 빨리 매대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다.
호르바트 교수는 “틱톡이 판을 바꿨다. 혁신을 교육하고 입소문을 내기가 쉬워졌다”며 “브랜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깊이 투자하고 있고, 틱톡커들은 텍스처·포뮬러·효능을 논한다”고 말했다다.
바이럴은 포용성도 앞당겼다다.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한국 브랜드 티르티르(Tirtir)의 파운데이션 색상 3종 구성을 비판하자, 회사는 수개월 내 40종으로 확장했고, 다수의 기업이 뒤따랐다다. Statista에 따르면, 멕시코 소비자의 61%와 브라질 소비자의 절반 가까이가 자국에서 K-뷰티가 인기라고 답했으며, 미국은 약 45%였다다.
다만 두 번째 물결의 리스크도 있다다. 담브로시아는 플랫폼 바이럴 의존도가 높을수록 알고리즘 변화나 규제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다.
“특정 플랫폼(틱톡 등)에 성장이 집중되면, 추천 엔진의 작은 조정만으로도 하룻밤 새 발견 가능성이 급격히 바뀔 수 있다. 우리는 플랫폼이 추천 시스템을 손볼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미 봤다. 주의 신호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 담브로시아

RAPID INNOVATION — 초고속 혁신이 만든 지속력
린다 댕은 K-뷰티의 지속력이 극도로 경쟁적인 한국 내수 시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다. 한국은 트렌드 전환 속도가 빠르고, 1인당 뷰티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다(한국 리서치사 KOISRA). 2024년 한국 내 허가 화장품 판매업자 수는 2만8천 곳 이상으로, 5년 전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했다다. 네오젠의 제닛 김은 “우리는 하루에 수백 개 포뮬러를 개발한다.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개별 임상 테스트로 결과를 검증한다. 독창적이고 피부에 잘 듣는 것을 끊임없이 개발한다”고 말했다다.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를 빠르게 소화하며, 신생 브랜드가 바이럴을 타고 성장한 뒤 인수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온다다. 예컨대 점액질의 달팽이 점액(스네일 뮤신)이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자, 스킨케어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성분을 대중화한 COSRX를 약 7억달러에 추가 지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다.
애널리스트들은 다음 세대 제품이 더 실험적일 것으로 내다본다다. 연어·송어 정액에서 추출한 DNA처럼 피부 진정·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초기 연구가 언급되는 이색 성분과, 바이오테크놀로지로의 확장이 그 예다다. 김은 “K-뷰티는 매우 데이터 중심이다. AI가 콘텐츠·포뮬러 개발·광고에서 빠른 결과를 낼 수 있게 돕는다. 한국에서는 딜리버리 시스템(성분 전달 기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바이오테크에 강하다”고 설명했다다.
용어 설명※
• 겟 레디 위드 미(Get ready with me): 화장·피부관리 준비 과정을 실시간 또는 짧은 영상으로 공유하는 콘텐츠 유형이다다.
• 쿠션 콤팩트: 스펀지에 파운데이션과 자외선 차단 성분을 머금게 한 콤팩트형 베이스 메이크업이다다.
• 스네일 뮤신: 달팽이 점액을 정제한 스킨케어 원료로, 보습·장벽 케어 목적으로 사용된다다.
• 틱톡 샵(TikTok Shop): 틱톡 내에서 콘텐츠 시청과 상품 구매가 연동되는 커머스 기능이다다.
• 하이브리드 아이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제품군을 뜻한다다.
분석 및 시사점
K-뷰티의 미국 대세화는 플랫폼 기반의 발견(틱톡), 가격·효능의 균형(저자극 포뮬러와 합리적 가격), 유통사의 확장 전략(전용 존·단독 론칭), 공급망 대응력(관세 흡수·대체 물류 모색) 등 다요인의 합작으로 설명된다다. 세포라·울타의 차별화된 브랜드 큐레이션과, 월마트·코스트코의 대량 보급력이 동시에 가동되며 시장 파이를 넓히고 있다다. 여기에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진출이 가세하면, 체험·즉시 구매 선호를 바탕으로 고객 전환 비용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다.
반면, 알고리즘 리스크와 무역 변수는 유의 요인이다다. 틱톡 의존도가 높은 현재 구조에서 추천 엔진 변화는 제품 발견성을 즉시 흔들 수 있다다. 또한 15% 관세는 일시적 흡수로 완충되고 있으나, 중장기적 마진 압박과 가격 재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다. 결국 승부는 제품 혁신 속도(데이터·임상 기반 개발), 다변화된 유통 채널(오프라인 체험·틱톡 샵·전통 이커머스의 균형), 포용성 확대(색상·피부 타입 스펙트럼)의 삼각편대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다.
요약하자면, 미국에서의 K-뷰티는 단발성 유행을 넘어, 제품·콘텐츠·유통이 맞물린 구조적 성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다. 다만 플랫폼 리스크와 정책 변수에 대한 상시 대응이 지속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다.자료: NielsenIQ, 한국 정부, 업계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