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가 21일(현지시간) 또 한 번 방산 섹터의 강세를 확인했다. 세계 최대 비(非)핵추진 잠수함 제조업체인 TKMS(티케이엠에스)가 모회사인 티센크루프(Thyssenkrupp) AG로부터 물적분할(spinoff)을 거쳐 독자 상장에 나선 첫 거래일에 주가가 25% 이상 급등하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2025년 10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TKMS는 공모가(거래 시작가) €60에서 거래를 개시한 뒤 장 초반 €75.01까지 치솟아 시가총액이 약 38억 유로(미화 44억 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사전 제시한 27억~40억 유로 밸류에이션 밴드의 상단을 단숨에 돌파한 수치다.
TKMS의 급등과는 대조적으로 티센크루프 주가는 분사 조건이 반영되면서 18% 급락해 €9.85를 기록했다. 기존 티센크루프 주주들은 보유 주식 20주당 TKMS 주식 1주를 배정받았으며, 모회사는 51%의 지분을 유지해 경영권을 확보한 채 방산 부문의 자본을 일부 해소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우리는 더 큰 유연성이 필요하다.” —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최고경영자(CEO)
부르크하르트 CEO는 상장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상장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딜에는 코메르츠방크·씨티그룹·도이치방크가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증권가에서는 유럽 각국의 국방 예산 증액과 맞물려 방산주 전반의 리레이팅(re-rating)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방 예산 급증과 방산 ETF 랠리
독일 정부는 2029년까지 연간 국방 예산을 1,600억 유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조달 확대 기대감 속에 STOXX Europe Aerospace & Defense ETF는 올 들어 77% 상승해 섹터 강세를 견인했다.
TKMS는 잠수함, 수상 전투함, 수중 탐지 시스템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투자설명회를 통해 2033년까지 자사가 진출 가능한 총 시장 규모(addressable market)가 연 8%씩 성장해 610억 유로로 확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TKMS의 역사와 기술 경쟁력
TKMS의 기원은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非)핵추진 잠수함 부문 세계 1위라는 타이틀 외에도, 프리깃함·MCM(기뢰 제거) 기술을 보유한 아틀라스 일렉트로닉스(Atlas Electronics) 사업부를 통해 수중 탐지·방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들과 비교 대상
회사는 지난달 개최한 첫 캡털 마켓 데이에서 미래 마진 목표를 제시했으나 일부 투자자들은 BAE 시스템스 등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공세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 해설: “스핀오프(Spinoff)”와 “카브아웃(Carve-out)” 이해하기
일반 투자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스핀오프는 모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분리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배분하는 방식이며, 카브아웃은 지분 일부를 시장에 매각해 자본을 조달함과 동시에 외부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TKMS 사례는 두 구조가 복합적으로 적용된 전형적인 방산 기업 분사 모델로 평가된다.
시장 전망과 기자 시각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해군력 증강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非)핵잠수함 시장은 핵추진 잠수함보다 도입 비용과 운용 부담이 낮아 신흥국 중심으로 꾸준한 주문이 예상된다. TKMS가 상장 프리미엄을 방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스토리를 증명하려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수주 잔고(backlog)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한편, 티센크루프는 신임 CEO 미겔 로페스가 부진 부문에서 가치를 재발견하겠다는 “턴어라운드 로드맵”의 첫 시험대로 TKMS 분사를 선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철강 사업 등 다른 핵심 부문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방산업체 TKMS의 성공적 데뷔는 유럽 방산 섹터가 직면한 안보 환경 변화와 국방재정 확대 기조를 재확인시켜 준다. 동시에, 모회사 주주 가치 및 공공·민간 자본의 균형이라는 과제를 남기며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