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센크루프 누세라, 미국 그린수소 전략 대폭 수정
독일 기반 수전해 설비 전문 기업 티센크루프 누세라(Thyssenkrupp Nucera)가 미국 내 그린수소 프로젝트 가운데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의 세제 및 재정 지형이 급변하면서 현실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르너 포닉바어(Werner Ponikwar)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책 환경하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모든 프로젝트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들과 집중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건설 시작 시한을 2027년 말까지로 연장해주는 수정 법안 덕분에 일부 후기 단계 프로젝트는 여전히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제 변화가 불러온 전략 수정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포괄적 지출·세제 개편은 2026년 이후 착공되지 못한 재생에너지·저탄소 프로젝트의 세액공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클린테크 업계는 향후 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미국 투자 의사를 대폭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포닉바어 CEO는 “우리가 손대고 있던 프로젝트 중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사례를 모두 걸러냈다”면서 “그린수소 전기분해 설비 시장 자체는 장기적으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생산·판매 시점을 보다 인내심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미국 내 인력과 자원을 다른 목적에 재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 — 베르너 포닉바어 CEO
알아두면 좋을 용어: 그린수소·전기분해
그린수소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를 의미한다.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배출이 ‘0’에 수렴한다. 전기분해(수전해) 장치는 전극과 전해질을 통해 전기를 물에 통과시켜 수소(H₂)와 산소(O₂)를 분리하는 설비다. 이때 사용되는 전기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라면, 생산된 수소 역시 ‘녹색’으로 분류된다.
시장 전망과 기업 전략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로드맵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수소는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미국의 세제 불확실성은 투자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독일·일본·한국 등 수소 기술 강국들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치고 있다.
티센크루프 누세라는 유럽·중동·아시아에서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 시장이 잠시 주춤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의 레퍼런스(실적)가 향후 미국 재진입 때 경쟁 우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 해설]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의 세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투자를 위축시키겠지만, 2027년 이전 착공 기준이 명확해진 만큼 ‘얼리 무버(선도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정책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대기업·기관투자가가 먼저 뛰어들어 시장 점유율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그린수소 설비 수요는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따라서 티센크루프 누세라가 일부 미국 프로젝트를 중단하더라도, 세계 수전해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책 변수는 단기 조정 요인일 뿐, 그린수소 경제의 거시적 성장 추세를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