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워싱턴발 니베디타 발루·피트 슈뢰더 특파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은행들이 보유해야 하는 자본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모든 월스트리트 은행이 이익을 보겠지만 트레이딩(거래) 비중이 큰 기관이 전통적 대출 중심 은행보다 더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2026년 3월 2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가 목요일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미국 내 최대 은행들의 손실흡수용 자본 규모는 해당 개편안이 시행되면 평균 4.8%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대형 은행들은 대출 확대,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 제안은 2023년 제시됐다가 시행되지 않은, 두 자릿수의 자본 증가를 요구했던 이전 안과 대비되는 변화다.
분석가들은 해당 초안 규칙의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술적 세부사항을 해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초안 공개 전후로 드러난 핵심은 이 변경안이 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서로 다른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처럼 거래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일부 분석가와 은행 임원이 밝혔다. 이는 초안의 중심에 있던 ‘바젤 III(Basel III)’ 관련 규정이 원래는 거래 운영을 겨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라는 점이 주목된다.
연방준비제도는 여론수렴을 위해 업계에 90일의 의견제출 기간을 부여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각 은행이 추가적인 자본 완화 요구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유예를 도출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본요건 완화를 통해 대출 확대와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지정학적 위험과 사모대출(private credit) 위험이 커지는 시점에 금융시스템의 안전판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형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고, 펀드들이 인출을 제한하는 등 시장 내 긴장도 존재한다.
트레이딩 하우스 대 대출 중심 은행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 등 다른 대형 은행들과 함께 2년간 바젤 규정과 GSIB(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 추가 부담금(surcharge) 완화를 위해 치열하게 로비해왔다. 그러나 이번 초안으로 인해 은행들간의 연합이 균열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떤 은행들은 자신들이 다른 은행들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캐피탈 알파 파트너스의 이안 카츠(Ian Katz) 전무가 말했다.
개별 은행들은 이번 초안에 대해 즉각적인 언급을 자제하거나 이용 가능하지 않았다. 한편 연준 측 대변인은 이 자본개편안을 주도하고 있으나 이번 초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도매(단기) 자금조달에 대한 산정 변경
이번 연준 초안은 2023년 제안안에서 도출된 최대 자본 20% 인상 가능성에서 급격히 선회한 것이다. 바젤 규정 자체는 대형 은행의 자본을 1.4%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이는 GSIB 서차지(추가 자본 부담) 조정으로 상쇄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기 도매 자금조달(wholesale funding)에 대한 은행 의존도를 서차지 산정에서 낮추는 변경안이 포함됐다. 연준 관계자들은 2023년 계산에서 해당 요인이 원래 의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밝혔다.
분석가들과 은행 소식통은 이 변경이 도매 자금조달에 더 의존하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예금 기반이 큰 경쟁 GSIB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덜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Cerity Partners의 파트너 마이클 애슐리 슐먼(Michael Ashley Schulman)은
“순수한 승자는 거래 중심 기관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구체적 규정 내용이 협상될수록 은행들 사이의 연대에 균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광범위한 업계 완화 효과
그럼에도 분석가들은 이번 변경안이 업계 전반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대형 지역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개선될 것이며, 대체로 자금 유동성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PNC와 Truist 같은 대형 지역은행들의 자본 수준은 이번 초안에 따라 5.2%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며,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 미만인 은행들은 자본요건이 7.8% 하락하는 혜택을 받는다.
모건스탠리의 분석가들은 이달 보고서에서 대형 미국 은행들이 현재 약 1,750억 달러(약 1,975조원)※의 초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거 수년간 초과 자본을 쌓아왔으며, 향후 대출 확대, 자본시장 활동,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 자금을 방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린 캐피탈(Brean Capital)의 연구 책임자 크리스토퍼 마리낙(Christopher Marinac)은
“업계 전반에 긍정적이라는 믿음이 보편적”
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및 추가 배경
이번 기사에서 등장하는 주요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바젤 III(Basel III)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주도한 은행 규제 기준으로, 은행의 자본적정성, 레버리지, 유동성 규제를 포함한다. GSIB(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은 세계 금융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은행을 지칭하며, 이들에는 추가적인 자본 서차지(보통 ‘GSIB surcharge’)가 부과된다. 도매 자금조달(wholesale funding)은 단기 채권, 콜머니, 단기 차입 등 예금 이외의 자금조달을 의미하며, 수시로 자금이 유입·유출되는 특징으로 인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취약할 수 있다.
향후 경제·시장 영향 분석
전문가 관점에서 이번 초안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다층적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대형 은행들의 자본비용 부담 완화로 인해 대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과 지역경제에 대한 신용공급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경제 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은행들이 실제로 자본을 풀어 대출로 전환할지는 규제 확정, 금리 수준, 대출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거래비중이 큰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이 은행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본 완화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높여 주당순이익(EPS)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단기적으로는 은행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 반면 시스템 리스크 관점에서는 자본 완화가 장기적 인화력(완충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사모대출 등 비은행권의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자본완화가 결합될 경우 위기 시 취약성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은행들 사이의 이해상충과 경쟁구도가 변화할 수 있다. 거래 중심 은행들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면 이들은 더 공격적인 시장조달과 자본시장 활동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려 할 것이고, 예금 기반의 대형은행들은 규제상 불이익을 호소하며 추가 완화 요구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규정 협상 과정에서 은행별로 상이한 로비와 전략이 전개될 것이며, 최종 규정 확정 전까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연준의 자본개편 초안은 은행권 전반에 자본 여력을 회복시키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혜택의 분배는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불균형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향후 90일간의 의견수렴과 규정 세부조정 과정에서 업계의 로비, 정치적 논의, 글로벌 규제 동향이 어떻게 반영되느냐에 따라 최종안의 효과와 부작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