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로부터 고객 자격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하며 ‘보수 성향 고객 차별’ 논란을 다시 촉발했다.
2025년 8월 5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아침 방송된 CNBC ‘스쿼크박스(Squawk Box)’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20일 안에 수억 달러의 현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라”는 JP모건체이스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으나, 해당 통보가 내려진 뒤 다른 은행 계좌 개설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JP모건에서 그런 통지를 받은 뒤 거의 동시에 뱅크오브아메리카에 ‘10억 달러 이상을 예치하겠다’고 했지만,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트럼프는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소규모 지방 은행 여러 곳에 1,000만 달러씩 나눠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가 반응·시장 파장
트럼프의 발언 직후 JP모건체이스(JPM)와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주가는 오후 장에서 각각 1% 이상 하락했다. 대형 은행의 고객 관리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오르자 투자자들이 규제 리스크를 재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디뱅크(de-bank)’ 논란…무엇이 문제인가?
디뱅크(de-bank)란 정치적·종교적 신념이나 업종 특성 등을 이유로 금융기관이 특정 개인·단체의 계좌 개설을 거부하거나 기존 계좌를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관행을 일컫는 용어다. 은행들은 이러한 ‘고객 위험 관리’가 1970년 제정된 ‘금융비밀법(Bank Secrecy Act)’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준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가상자산업계·종교 단체 등은 “사상 검열에 가깝다”며 반발해 왔다.
배경·경과
트럼프는 올해 1월에도 모이니핸 CEO가 보수 성향 고객에게 서비스를 거부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완화 기조로 대형 은행에 우호적이었으나, 디뱅크 문제가 불거지자 “정치적 이유로 고객을 퇴출하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이 8월 4일 보도했다.
은행업계 로비단체인 뱅크폴리시인스티튜트(BPI) 대변인은 CNBC에
“평판 리스크를 둘러싼 규제 기관의 과도한 개입이 근본 원인”
이라며, 행정명령이 규제 부담 완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제 당국이 은행에 압박을 가해 나와 지지자들을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그룹은 2025년 3월 캐피털원을 상대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이후 300개 넘는 계좌를 부당 폐쇄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캐피털원은 혐의를 부인했다.
은행 측 반응
JP모건체이스 대변인은 “정치적 이유로 계좌를 해지하지 않는다”며, “규제 시스템의 전면 개선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한편, 두 은행 모두 암묵적으로 ‘고위험 업종·고위험 인물’ 분류에 따른 내부 규정이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거절 사유·시점을 공개하지 않아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는 이번 사안이 ‘규제 정책’·‘표현의 자유’·‘금융 접근성’을 둘러싼 다층적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만약 행정명령이 발효될 경우, 은행들은 고객 심사 기준을 일부 완화하거나 투명성 제고 조치를 도입해야 할 수 있다. 동시에 자금세탁 방지·테러자금 차단이라는 공익적 목표와 고객 차별 금지라는 가치 사이의 균형점 찾기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어 설명
• Bank Secrecy Act(BSA) : 1970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금융기관에 고객 신원확인(KYC)과 의심거래보고(CTR, SAR) 의무를 부과해 자금세탁·탈세·테러자금 유입을 방지한다.
• Reputational Risk : 금융회사가 고객 또는 거래 상대방 선택으로 인해 평판 훼손·규제 제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 De-bank : 금융기관이 특정 고객군을 서비스 대상에서 배제하는 관행을 뜻하며,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사회적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기타 참고 기사
트럼프는 같은 인터뷰에서 “반도체·제약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준비 중”이라며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차기 연준 의장 인선과 관련해 재무장관 베선트는 고사했지만 다른 4명의 후보군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통화 정책·무역 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융시장의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대형 은행의 디뱅크 리스크 뿐 아니라, 트럼프발 규제·관세 정책이 기업 실적 및 거시경제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