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크립토) 업계의 ‘대어’로 꼽혀 온 서클 인터넷 그룹(Circle Internet Group, 티커: CRCL)이 예상과 달리 규제 수혜보다 단기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은행 컴퍼스포인트리서치(Compass Point Research & Trading)는 자사 애널리스트 에드 잉글(Ed Engle)의 보고서를 인용해, 서클 주식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매도(Sell)’로 하향 조정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잉글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도 기존 205달러에서 130달러로 대폭 낮췄다. 이는 7월 21일 종가 대비 약 40%의 하락 여력을 시사한다.
2025년 7월 22일(현지시간),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투자 의견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18일 서명·발효시킨 ‘GENIUS법(Generating Essential National Infrastructure for US Stablecoins Act)’이다. 해당 법안은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명문화한 첫 연방법률로, 블록체인 산업계에 ‘역사적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포인트: 호재 뒤의 ‘셀 더 뉴스’(Sell the News)
장기적으로는 규제 명확성이 업계 성장에 긍정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잉글 애널리스트는 단기·중기적으로는 오히려 서클 주가에 ‘호재 후 차익실현’ 압력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는 CRCL 주가가 스테이블코인 입법 기대감 속에 이미 큰 폭으로 선反영된 것으로 판단한다. 크립토 투자자들은 굵직한 이벤트 직후 ‘뉴스에 팔기’(sell the news) 전략을 구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 에드 잉글, 컴퍼스포인트 애널리스트
실제로 서클 주가는 6월 초 상장 이래 불과 한 달여 만에 597% 급등하며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잉글은 이러한 급등세가 “법안 서명이라는 호재를 선반영한 결과”라며 “향후 조정 국면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경쟁 격화: ‘화이트라벨’·M&A 러시 대비
보고서는 2025년 하반기(2H25)부터 메인스트림 핀테크 및 대형 은행들이 독자 혹은 화이트라벨 형태로 스테이블코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기존 페이팔(PayPal), 스트라이프(Stripe) 같은 결제 대기업뿐 아니라 JP모건,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이 인수·합병(M&A) 혹은 제휴 전략을 구사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잉글은 “경쟁 심화는 서클의 고(高)마진 구조와 53억 달러(약 7조2,000억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 프리미엄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장기 EBITDA(세전·이자지급전 영업이익) 마진, 시장점유율 가정치를 재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합 한계와 수익원 둔화 위험
서클의 핵심 상품 USDC(USD코인)은 현재 24개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통합돼 있다. 보고서는 “추가로 통합 가능한 체인의 수가 제한돼 있어, 통합 수수료 수입은 2026년 이후 정상화·감소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통합 비용은 해당 체인 운영사나 재단이 개발·감사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규모가 작은 체인일수록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수익성 높은 대형 체인과의 협업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용어 해설: 스테이블코인·USDC·GENIUS법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 등 법정통화나 금(金)과 같은 실물자산에 가치를 1:1로 연동해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자산을 말한다. 결제·송금·디파이(DeFi) 등에 활용되며, ‘크립토의 달러’로 불린다.
USDC는 서클과 코인베이스가 공동발행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시가총액 기준 테더(USDT)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GENIUS법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준비금·감사·공시 의무를 규정한 첫 연방법이다. 법안 통과로 인해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은 연방기관 감독 아래 놓이게 됐으며, 모든 준비금은 현금 또는 단기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한정된다.
전망과 결론
컴퍼스포인트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스템의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장기 청사진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현재 주가 수준은 향후 경쟁 심화, 수익원 축소, 규제 비용 증가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뉴스 이후 매도’ 전략과 더불어 2025~2026년 예정된 경쟁사의 스테이블코인 출시 일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또한 블록체인 통합 수익이 한계에 이르는 구간에서 서클이 어떤 신규 사업모델을 제시하느냐가 향후 밸류에이션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