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DA 백신 승인 제한 뒤 제약사에 “코로나 치료제 성공 근거 제시하라” 압박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식품의약국(FDA)의 최신 코로나19 백신 사용 제한 결정이 내려진 직후, 제약사들을 향해 치료제와 백신의 성과를 투명하게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2025년 9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제약사는 코로나19 약물의 성공을 정당화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리며 “많은 사람이 이들이 수백만 목숨을 살린 기적이라 생각하지만, 의견이 엇갈린다”라고 적었다. 이 발언은 FDA가 ‘고위험군’으로 지정된 사람들에 한해 최신 백신 접종을 허가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화이자(Pfizer) 등 주요 제약사로부터 전달받았다는 “대단히 놀라운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왜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제약사들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CDC 등이 서로 갈등을 벌이는 동안 정작 제약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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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의 제한적 승인과 CDC 인사 태풍

지난 8월 27일 FDA는 최신 코로나19 백신을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중증 위험이 높은 인구에 한해 접종하도록 승인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일반 성인은 추가 접종을 받기 어렵게 됐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스산 모나레즈(Susan Monarez) CDC 국장을 경질했고, CDC 내 다른 고위 보건 관료 4명도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드미트리 다스칼라키스(Demetre Daskalakis) 예방접종·호흡기질환센터(CNIRD) 소장도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은 부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백신·공중보건 정책 전면 개편을 단행해 왔다. 케네디 장관은 mRNA 기술 연구비 5억 달러 규모를 취소하고, 백신 자문기구 해체 등 강경 조치를 이어갔다. 백신 회의론자로 잘 알려진 그는

“접종 효과를 과장한 기존 연구를 바로잡아야 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과 ‘옵-와프 스피드’ 자평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2020년 5월 출범한 ‘옵레이션 와프 스피드(Operation Warp Speed)’를 거론하며 자신이 첫 임기 때 백신·치료제 개발 시간을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며 공로를 재차 부각했다. 그러나 현재 케네디 장관이 주도하는 보건 정책은 백신 필요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대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이와 배치되는 메시지를 내놓는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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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th Social은 트럼프가 2022년 설립한 자체 SNS 플랫폼으로, 전통적 언론을 건너뛰고 직접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이번 게시물도 해당 플랫폼에서 첫 공개된 뒤 주요 언론사를 통해 확산됐다.


전직 CDC 국장 9인의 공개서한

같은 날 뉴욕타임스에는 전·현직 CDC 국장 9명이 공동으로 투고한 기고문이 실렸다. 이들은 “케네디 장관이 수 개월간 CDC와 국가 공중보건 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모나레즈 국장 해임은 그 정점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기고문에는 “우리는 이러한 결정이 미국의 보건 안보에 미칠 광범위한 결과를 우려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전직 국장들의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연방정부 내 보건‧과학 부문의 정책 혼선과 내부 갈등을 부각시킨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감소하는 추세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겹치면서,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결정이 대중의 혼란을 키운다”고 우려한다.


전문가 관점 – 시장과 공중보건에 미칠 영향

시장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 증명’ 압박이 화이자·모더나 등 바이오 기업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미 FDA 승인 범위 축소로 매출 전망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통령이 의구심을 직접 표출하면 투자 심리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정권 차원의 공중보건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지방정부와 민간 의료기관이 혼자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분권 구도’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에이미 파우러(가상의 공중보건 전문가)는 “백신·치료제 데이터 공개는 물론,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의사소통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용어·배경 설명

FDA(식품의약국) – 미국 내 의약품 및 식품 안전 규제·승인을 담당하는 연방기관이다. 고위험군은 보통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기저질환 보유자 등이 포함된다.

Operation Warp Speed – 2020년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출범한 초고속 백신·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로, 민관 합동 투자를 통해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했다. ‘Warp Speed’는 스타트렉에서 빛보다 빠른 이동 속도를 의미하는 용어다.

mRNA 백신 – 유전물질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이용해 인체세포가 항원 단백질을 직접 생성하도록 유도,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새로운 플랫폼 백신이다. 대표적으로 화이자·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해당 기술을 활용한다.


전망과 과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이후 제약사들이 어느 수준까지 데이터를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FDA가 제한적 승인을 유지하고 CDC가 조직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과학적 투명성이 향후 정책 신뢰도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백신 회의론이 정치적 담론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사회의 보건 정책이 과학적 근거보다 이념·정파 논리에 휘둘릴 위험도 커졌다. 이러한 흐름이 국제 방역 협력과 글로벌 백신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성공의 정당화” 요구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지, 실제로 제약사의 데이터 투명성을 끌어내는 촉매가 될지는 향후 몇 주간 제약사·연방정부·의학계가 보여줄 대응을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