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관세 폭탄’이 다시 떠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최소 15~2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미 2024년 4월 10% 기본 관세가 시행됐고, 자동차·금속·태양광 부품에는 별도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 상황이다. 이번 경고가 현실화될 경우, 미·EU 간 교역 구조와 세계 공급망, 나아가 2030년대까지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을 규정짓는 ‘장기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2. 정책 배경 및 객관적 데이터
2-1) 양측 무역수지와 관세 구조
연도 | EU→美 상품 수출(억달러) | 美→EU 상품 수출(억달러) | 미국 상품수지 적자(억달러) |
---|---|---|---|
2019 | 4510 | 2670 | -1840 |
2024 | 4720 | 2770 | -1950 |
2025(e) | 4910 | 2850 | -2060 |
미국은 제조업·농산물에서 구조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관세 균형’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EU 측은 서비스·투자 잉여를 근거로 “총수지로 보면 균형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2-2) 관세 충격 시뮬레이션
시나리오 | 관세 수준 | 1년 차 美 CPI 상방 효과 | 美 GDP 성장률 효과 | EU GDP 성장률 효과 |
---|---|---|---|---|
Base (10%) | 10% | +0.25%p | -0.30%p | -0.20%p |
Trump Plan | 20%(평균) | +0.65%p | -0.80%p | -0.60%p |
협상 타협 | 15% | +0.45%p | -0.55%p | -0.40%p |
자료: IMF,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본지 추정
3. 거시경제 파급경로
3-1) 인플레이션 및 연준 정책 경로
15~20% 관세가 발효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9개월 시차를 두고 0.6%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물가 안정 가시성을 다시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가 기대가 고착될 경우 ‘높은 금리, 더 오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 장기물 금리: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관세 쇼크 단기반응으로 30~40bp 상승하고, 2030년대 들어서도 20bp 이상 높은 수준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게 PIIE의 베이스라인이다.
• 연준 밸런스시트: 높은 차입비용은 재정적자 확대를 유발해 연준의 장기 국채매입 압력을 키운다. 결과적으로 통화정책 자율성 침해라는 부메랑이 발생할 수 있다.
3-2) 교역 구조 및 공급망 재배치
- 단기: 유럽산 자동차·명품·식음료 가격 급등→미국 내 대체재(멕시코·아세안 제품) 수입 증가
- 중기: 일부 EU 기업의 ‘NAFTA-Inside’ 현지화 투자 확대 (테슬라 기가멕시코와 유사 모델)
- 장기: 글로벌 가치사슬은 미·EU·중국 3강 체제에서 미·EU 간 블록 내 ‘친환경·고부가가치’ 협력, 미·비동맹 개도국 간 ‘저가 제조’ 재편으로 이원화될 가능성
4. 업종·섹터별 영향 분석
(1)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BMW·메르세데스-벤츠·스텔란티스 등은 미국 내 판매 가격이 차량당 평균 9,000달러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남부 공장 증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지만, 현지 생산 전환 CAPEX는 향후 5년간 400억 달러를 초과할 전망이다.
(2) 럭셔리·소비재
루이비통·케어링 등 프랑스 럭셔리 그룹은 미국 매출 비중이 25~30%에 달한다. 가격전가력이 높지만, 관세분까지 반영하면 EBIT 마진이 최대 250bp 감소한다. 이에 따라 리쇼어링형 M&A 또는 멕시코 외주 생산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3) 농식품
프랑스 와인·이탈리아 치즈·아일랜드 위스키의 경우 원산지 규정상 생산지 이전이 불가능하다. 브랜드 파워가 가격탄력성을 일부 상쇄하지만, 소매가가 40% 이상 오르면 수요가 급감해 ‘볼륨 쇼크’가 불가피하다.
(4) 반도체·IT장비
현재 유럽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고부가 반도체 장비(ASML·ASMI 등)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 정부가 친환경 인센티브와 연계해 국산화 비율을 요구할 경우 멀티소싱 비용이 증가한다.
5.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에 미칠 장기 충격
5-1) S&P 500 EPS 경로 재추정
골드만삭스는 전면 관세(평균 18%) 시 2026년 S&P 500 EPS가 컨센서스 대비 8%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공급망 적응에 따른 CAPEX 증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이자비용 확대, 소비 위축이 복합 작용하기 때문이다.
5-2) 섹터 간 리레이팅
- 수혜: 방산·에너지 인프라·내수 헬스케어·IT서비스(리쇼어링 자동화)
- 피해: 글로벌 소비재·자동차·물류·일부 반도체 (유럽 수출 의존)
특히 국지형 ETF(예: 미 제조업 리쇼어링 ETF, 멕시코 제조 ETF)는 장기 ‘서플라이 체인 차익’ 테마로 부각될 전망이다.
6. 통화·채권·원자재 시장 파급
6-1) 달러지수(DXY) & 유로화
관세 효과가 완전히 가격에 반영될 경우, DXY는 3~5% 절상되고 유로/달러 환율은 패리티(1.00) 근처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것이 ING 외환팀의 시나리오다. 이에 따라 S&P 500 달러화 환산 실적이 상대적 불리함을 겪는다.
6-2) 미국 국채 스티프닝
관세 인플레이션 →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 10/2년 금리차 steepening이 재개될 가능성. 이는 은행주 순이자마진(NIM) 방어에는 긍정적이지만, 성장주 밸류에이션에는 역풍이 될 수 있다.
6-3) 원자재
높은 관세는 금·구리·니켈 등과 같은 EU 산 원자재 압박보다는 물류·보험 비용 상승을 통해 전방위 가격 인상 압력을 키울 전망이다.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5~7달러, 금은 온스당 80~100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 골드 애널리스트들의 공통 시각이다.
7. 투자 아이디어 및 자산배분 전략(2025~2035)
7-1) 멕시코·캐나다 리쇼어링 ETF
관세 회피 수혜.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내 원산지 규정을 활용한 ‘친미 공급망’ 구축 가속.
7-2) 미국 방산·인프라 채권
의회 초당적 지지 예산 확대 구간. 관세로 정부 세수 여력 확보 시SOC · 국방 투자 증가.
7-3) 구조적 피해 섹터 헤지
유럽 럭셔리·자동차 대형주 풋옵션, S&P 500 스프레드 트레이드(Consumer Discretionary Underweight vs Utilities Overweight).
8. 정책·시나리오 리스크
• 법적 소송: WTO 제소 → 보복 관세 루프
• 정권 교체: 2028년 美 정권 교체 시 ‘관세 완화’ 가능성
• Fed 독립성 충돌: 높은 인플레이션 속 금리 인하 정치 압박
9. 결론 및 기자 통찰
요약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EU 전면 관세’ 카드는 단기 협상 전술을 넘어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미국 자산의 리스키 프리미엄 구조를 10년 단위로 바꿀 수 있는 중대 변수다.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연준의 정책 독립성에 부담을 주며, 미국 내 장기금리를 구조적으로 20~40bp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 이는 곧 S&P 500 Valuation의 Risk-free Rate 가정이 수정돼야 함을 의미한다.
투자자는 ‘균형의 복원’보다 ‘균열의 고착’에 대비해야 한다. 리쇼어링, 에너지 플랜트, 방산·인프라 섹터와 같은 미국 내 후방 투자가 상대적 승자가 되고, 글로벌 소비재·고급 제조업은 밸류체인 이동 비용을 흡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변동성 장세가 장기화될수록 현금흐름이 확실한 고배당주·단기 우량채권·글로벌 멀티에셋 전략이 ‘버티는 힘’을 제공할 것이라 판단된다.
© 2025. 이중석 기자(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