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6,000억 달러(약 5500억 유로) 추가 대미(對美) 투자 약속을 자신의 무역정책 ‘승리’로 자평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거액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025년 8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EU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3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그들이 이미 관세를 낮췄고, 그래서 6,000억 달러를 지불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이에 따라 우리는 EU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30%에서 15%로 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약속은 지난 7월 양측이 체결한 교역 합의의 핵심 조항이다. 합의에는 EU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유지,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 그리고 ‘추가 투자’가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
미국이 원하는 어떤 분야에든 투자할 수 있는 6,000억 달러짜리 선물
”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EU 기업들이 2029년까지 미국 내 다양한 부문에 최소 6,000억 달러를 투자할 의향을 표명했다”고만 설명했다. 집행위 대변인은 CNBC에 “EU 각 산업·업계로부터 미국 투자 계획을 파악해 비구속적(non-binding) 형태로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분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정책펠로우 알베르토 리치(Alberto Rizzi)는 CNBC에 “최근 추세를 보면 제조업, 금융, 화학, 기술 부문이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자금을 집행하는 개별 기업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제약·항공 분야 역시 투자처로 거론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경제프로그램 수석고문 윌리엄 라인시(William Reinsch)는 “고관세와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결정은 언제나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수억 달러 규모 투자는 장기 경제성을 확신해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U가 제시한 ‘2029년’ 목표 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점과 겹친다. 전문가들은 차기 미 행정부의 통상·관세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또 다른 변수라고 평가한다.
‘실현 가능성’ 논란도 거세다. 리치는 “EU의 투자 약속은 ‘연막’에 가깝다”며 “집행위가 회원국이나 민간기업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크 들로르 센터(Jacques Delors Centre)의 아르투어 라이히타머(Arthur Leichthammer) 연구원도 “금액 자체는 비현실적이진 않지만, EU가 이를 구속력 있게 담보할 방법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위험이 있다”며 “이번 합의는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거래적(trans-actional) 과정’의 시작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용어·배경 설명
• 비구속적(non-binding)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 없는 선언적 합의를 뜻한다.
• 관세(tariff)는 외국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무역협상에서 상대국을 압박하거나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 투자 공약(investment pledge)은 정부나 기업이 특정액을 어느 국가나 산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계획이지만, 실제 집행 여부는 경제·정책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자 전문 분석
첫째, 정치·정책 리스크가 크다. 2029년까지 이어질 투자 계획이 안정적으로 실행되려면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관세 압박 → 협상 → 재압박’의 순환적 패턴은 기업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EU 내부 조정이 걸림돌이다. EU 집행위가 제시한 숫자를 실제로 채우려면 회원국 정부·민간 기업·산업별 이해당사자 간 조율이 필수다. 특히 각국 재정 여력과 산업 구조가 달라 국가별 투자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변화를 들 수 있다. 미국이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EU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은 정치·경제적으로 일석이조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비용·규제환경·금융비용이 유럽보다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넷째, 통화·금리 환경 역시 변수다.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민간 자금이 주도하게 되는데, 유럽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확대될 경우 투자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EU의 6,0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경제적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겨냥한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지만, 실제 투자 흐름은 향후 거시경제·정책 안정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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