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욕 공동】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9개국과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광범위한 제품에 대해 최대 41%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1일 아침 유럽 증시는 약세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정 직전에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해 ‘국가안보와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대규모 관세 조치를 공식화했다. 관세율은 10%에서 41%까지 폭넓게 설정됐으며, 특히 인도·브라질·캐나다가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맞게 됐다.
이미 지난 4월 예고된 관세가 단계적으로 시행된 탓인지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외교적 긴장과 보복 관세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해당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라도 일괄적으로 10% 관세를 부담해야 하며, 캐나다산 제품 중 미·멕·캐(USMCA) 협정 적용을 받지 않는 품목은 기존 25%에서 35%로 관세율이 인상됐다. 반면 멕시코는
“90일 유예 기간 동안 보다 포괄적 무역협정을 협상하라”
는 조건부 유예를 확보했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제재 대상임에도 구매했다는 이유로 최대 100% 관세 경고를 받은 상태다. 미국 정부는 “중대한 국가안보 침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미 재무부 스콧 베센트 장관은 “미·중은 이미 합의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지표·기업 실적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될 미국 노동부의 7월 고용보고서와 제조업 지표(ISM)에 주목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종목별로는 애플이 아이폰·맥·서비스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하며 6월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장후 거래에서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아마존은 클라우드(웹서비스) 성적이 예상에 못 미치자 시간외 거래에서 7% 이상 급락했다.
아시아·상품 시장 동향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중국 민간 제조업 PMI가 7월에 다시 위축 구간으로 돌아섰고, 한국 정부가 법인세·증권거래세 인상 계획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스즈키 신고(鈴木俊一) 재무상이 엔화 약세에 우려를 표명했는데, 이날 엔/달러 환율은 3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국제유가는 6주 최고치에서 소폭 하락하며 안정됐다. 투자자들은 관세 충격이 세계 성장률을 둔화시켜 원유 수요를 끌어내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금 가격은 온스당 3,3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고, 달러화는 고용지표 기대감 속에 강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인플레이션 지표
전날 뉴욕 증시는 장중 상승세를 반납하고 하락 마감했다. 메타플랫폼스·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대형 기술주 실적은 양호했으나, 경기 둔화 우려가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특히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가 6월에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가속화된 반면, 소비지출 증가율은 미미해 ‘스태그플레이션’ 경계심을 키웠다.
다우지수는 0.7% 하락, S&P500 지수는 0.4% 내렸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소폭(-0.04%) 밀렸다.
유럽 시장 하이라이트
관세 시한을 앞두고 유럽 주요국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범유럽 STOXX 600 지수는 0.8% 떨어져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 DAX(-0.8%), 프랑스 CAC40(-1.1%), 영국 FTSE100(보합권 약세) 등 대부분 지수가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추가 관세가 현실화되면 유럽 수출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자동차와 철강, 화학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용어·배경 설명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내 산업 보호·재정수입·정책수단 등 다양한 목적을 띤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국가안보 조항(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시행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제무역기구(WTO)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근원 PCE 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로,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다. 시장이 고용·물가 통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연준의 금리 결정이 실물·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기자 해설
이번 관세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지정학적 긴장, 중동·우크라이나 지역 분쟁, 미·중 기술전쟁에 이어 관세 전선까지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복잡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기자는 특히 EU 내부에서 “단결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본다. 유럽 각국은 미국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중시하지만,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택적 보복 관세나 WTO 제소 등 다층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망
단기적으로는 유럽 증시가 변동성 확대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관세 진폭과 적용 범위가 아직 유동적인 만큼, 향후 90일간 미국과 주요 교역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상쇄될 여지도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후반 예정된 G20 재무장관 회의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주요국 정책 입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