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 데메츠(로이터 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스위스 명품 시계업체인 리치몬트(Richemont)와 스와치(Swatch) 등의 주가가 5일(현지시간) 장 초반부터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시계에 39%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고율 관세는 8월 7일부터 즉시 발효될 예정이며, 관세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명품 시계 업종 전반의 미국 시장 의존도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관세란 해외에서 수입되는 재화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 상승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목적을 지닌다.
스위스 시계 산업은 2024년 한 해 동안 260억 스위스프랑(약 330억 달러) 규모의 시계를 수출했다. 그러나 스위스프랑 강세와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 악재로 이미 매출 압박을 받아 왔으며, 이번 관세 조치로 팬데믹 직후인 2020년 수준으로 수출이 추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만약 39% 관세가 유지된다면, 스위스 내 다수 시계 브랜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봉토벨(Vontobel)의 애널리스트 장필리프 베르치는 분석했다.
리치몬트와 스와치 주가는 오전 9시 6분(그리니치표준시) 기준 각각 약 1% 하락했으나, 장 초반에는 3.4%, 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베르치는 “스위스가 더 나은 협상 결과를 도출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고 덧붙였다.
스와치 그룹(Swatch Group) 최고경영자(CEO) 닉 하이ек은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회동을 요청했다. 하이렉 CEO는 “미·스위스 무역 문제는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 탓에 언제라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며 우려를 표명했다.
스위스 취리히 소재 투자사 Rossier, Mari & Associates 공동 소유주인 조르주 마리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 때문에 정확한 전망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자사가 보유한 스와치 지분에 대한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관세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이날 스위스 증시는 8월 1일 스위스 국경일 휴장으로 문을 닫았던 까닭에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 한꺼번에 반영됐다.
미국은 스위스 시계 업계 최대 단일 해외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16.8%(약 44억 스위스프랑)를 차지한다. 이는 스위스 시계 산업협회(FHS)가 집계한 2024년 기준 수치다.
리치몬트의 경우,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 가운데 시계 부문의 비중은 32%이며, 이 중 미국 시장 노출도는 10%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전했다.
반면 스와치는 2024년 매출의 18%를 미국에서 올렸다. 하이렉 CEO는 지난 4월 관세 1차 발표 직후 제품 가격을 5% 인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추가 관세로 인해 재차 가격 조정을 단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명품 시계 시장에 대한 추가 해설
관세(Tariff)는 관할 정부가 수입 물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 장벽의 일종이다. 명품 시계처럼 고가 소비재에 대한 고율 관세는 소비자 최종 가격을 대폭 끌어올려 수요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시장은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들에게 브랜드 인지도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안겨주는 전략적 요충지다. 따라서 고율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OEM 생산 다변화 같은 구조조정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한 스위스프랑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출 가격은 달러화 기준으로 더 상승하게 된다. 이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던 업계에 다시 한번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별 미국 의존도와 가격 전략, 그리고 디지털 판매 채널 확대 여부가 향후 실적 방어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한편,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브랜드는 유럽·아시아 시장에서의 판촉 강화와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메이드
라는 원산지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통적 원칙과 맞물려 조정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집권 기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2025~2026년 글로벌 시계 교역 구조가 크게 재편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