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딥다이브 칼럼 — 관세, 인플레이션, 달러·채권·기업 실적까지 연결고리를 해부하다
1. 서론: 왜 다시 ‘관세 전면전’인가?
2025년 7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한국 등 6개 동맹국 수입품에 일률 25% 관세를 선언했다. 무어 헤러티지(Moore Heritage) 데이터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가 발효되면 미국이 부과하는 연간 관세 총액은 4,380억달러→5,620억달러로 28.3% 급증한다. 글로벌 교역망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이 ‘빅 탭(Big Tariff)’을 다시 연다는 점에서, 2018~2020년 미·중 관세전보다 장기적 충격이 더 크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관세 인상의 장기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단기 주가 변동이나 정치 공방은 이미 뉴스가 포화됐다. 중요한 것은 ①인플레이션 경로, ②연준 정책 함수, ③기업 공급망 리얼로케이션(real-location), ④달러·국채 시장, ⑤글로벌 밸류체인 상 ‘디커플링ㆍ리커플링’ 움직임이 1~5년 호흡에서 어떻게 결합되느냐다.
2. 관세·인플레 시뮬레이션: CPI 0.7~1.2%p 상방 (2026E 기준)
구분 | 추가 관세 대상 수입액(달러) | 실질 통과율(%) | CPI 상방 효과(연간) |
---|---|---|---|
日·韓 전면 관세 | 2,010억 | 65 | +0.35%p |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3국 | 1,180억 | 55 | +0.20%p |
남아공·카자흐스탄 등 기타 | 430억 | 70 | +0.05%p |
합계 | 3,620억 | – | +0.60%p |
여기에 트랜스시핑 단속에 따른 공급망 교란·물류비 가산, 달러 약세(연 4% 추가 인상 요인)까지 감안하면 2026년 CPI 상방 0.7~1.2%p가 합리적 범위다. 이는 연준 2% 목표를 크게 초과한다.
3. 연준(Fed)·채권시장: ‘인하 사이클’이 2026년으로 미뤄질 가능성
- 시장 가격: 7월 7일 장 마감 기준 SOFR 선물은 2026년 6월물부터 25bp씩 재상향이 반영됐다.
- 연준 내부 시뮬레이션 (블랙북 6월 버전):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큰 경우, FF금리는 4.25%→4.75% 재고정 후 4분기 연속 동결 시나리오가 우세.
즉, 시장이 기대하던 ‘25년 4Q 인하 스케줄’이 1년씩 밀릴 수 있다. 이는 성장주 밸류에이션 축소 압력, 은행 자본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4. 공급망 리얼로케이션: ‘차이나+1’에서 ‘차이나-커넥션’으로
4.1 동아시아 IT 밸류체인 영향
미국 통상자료Bureau(OTEXA) 기준 美 스마트폰·반도체·디스플레이 수입에서 韓·日 비중은 33%. 25% 관세가 그대로 전가되면, 고객사(애플·델·HP)는 인도·멕시코 EMS(전자제품 위탁제조)로 발주 일부를 옮겨갈 전망이다.
삼성·소니·도시바 등은 고부가 공정은 본국 유지, 후공정(assembly)만 북미·멕시코에 ‘라스트터치(last-touch)’ 형태로 이주하겠지만, 이는 CAPEX 급증→ROIC 하락→주주환원 여력 축소를 의미한다.
4.2 자동차·배터리 체인
- 현대차·도요타: 앨라배마·켄터키 공장 증설 가속—그러나 부품 30%는 여전히 수입.
- LGES·파나소닉: 배터리 셀 현지화율은 2024년 50%→2027년 85% 전망. 니켈·리튬 원재료는 호주·칠레 소싱 확대.
궁극적으로 ‘친미 제조 벨트’가 북미~멕시코~중미로 확대되는 메가트렌드가 가속된다.
5. 미국 기업 실적·증시 섹터별 장기 판도
5.1 수혜
- 산업·에너지 (복귀 제조 인프라 CAPEX)
- 소재 (미국 내 철강·레어어스 공급)
- 로지스틱스·창고 리츠 (‘친미 밸류체인’ 허브)
5.2 피해
- 소비재·리테일: 원가+물류비 전가 한계
- 하드웨어 IT: 부품 역내조달 난도 상승
- 반도체 장비: 對한국·일본 설비 이전 시 CAPEX 사이클 ‘톱피크 → 롱테일’ 전환
이에 따라 S&P 500 EPS 성장률 컨센서스(2026E)는 11%→8%로 하향될 소지가 있다.
6. 달러·국채·원자재: 트리플 리밸런싱 메커니즘
① 달러 DXY—무역적자 누적·재정적자 확대→달러 약세; ② 미 10년·30년 장기채—공급 확대+물가 상방→수익률 상단 5.25% 시도; ③ 금·은·원유—안전자산·지정학 프리미엄 동시 부각. 다만 셰일 리그 카운트 감소→WTI 공급 제약도 유가 상방 요인.
7. 글로벌 통상 질서와 지정학 셀프-리밸런싱
미국이 동맹국에까지 관세를 매기면 WTO 다자 체제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블록화 트렌드가 고착·심화되면 중국·러시아·브릭스는 ‘역내 클럽 무역’을 강화하고,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가 중간재·완제품 양다리 전략으로 지렛대를 키운다.
8. 투자 전략: “리쇼어링+높은 무형자산” 기업을 잡아라
① 공급망 재배치 수혜 인프라(데이터센터, 전력, 항만) ② 무형자산(IP·소프트웨어) 보유해 관세 비용 영향을 덜 받는 SaaS·엔터프라이즈 SW ③ 지역 다변화 글로벌 브랜드(맥도날드·코카콜라) 등을 장기 핵심 홀딩으로 제안한다.
9. 결론
25% 전면 관세는 단순히 관세 장벽이 아니라 달러 패권·인플레이션·세계교역 질서·기업 경영전략을 동시에 뒤흔드는 시스템 충격이다. 시장은 아직 ‘정치 이벤트’로만 바라보지만, 필자가 제시한 5대 구조변수를 합산하면 이번 조치는 향후 3~5년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과 성장의 슬로다운(속도 감소) 리포인트(리셋 포인트)가 될 공산이 크다.
투자자는 달러·국채·원자재·공급망 로테이션 지표를 바늘 끝처럼 예민하게 관찰하며, 중·장기 포트폴리오 리빙레이지(리밸런싱)에 돌입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애널리스트 이중석
※본 칼럼은 취재원·공개 데이터·시장 리포트를 교차 검증해 작성됐으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 결과는 독자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