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7회계연도 국방비 ‘역사적’ 대폭 증액안 제출…비국방 분야 10% 삭감 요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방비를 대규모로 증액하고 비국방 분야 지출에 대해 전면적인 삭감을 요구했다. 백악관은 금요일(현지시간) 비국방 지출을 10% 삭감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군사 예산을 $5,000억(5천억 달러) 증액해 총 $1.5조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예산요청서를 제출했다.

2026년 4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산요청은 미국이 이란과의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발표됐다. 행정부는 중동에 미군을 파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한 국내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시점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궁극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의회 내에서 트럼프의 지출 우선순위를 둘러싼 이견은 최근 미 역사상 최장기 정부 셧다운으로 이어진 바 있다. 백악관은 이번 예산안이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역사적 증액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자평했으나, 트럼프 전(前) 임기 중 군사비에 대해 “미쳤다(crazy)”고 언급한 적이 있다는 점은 대조적이다.

백악관은 이번 요청에서 군인 봉급을 5%~7% 인상할 것을 포함시켰다. 이는 수천 명의 병력이 적극적으로 배치된 시점에 제안된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책임자 러셀 보우트(Russell Vought)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재정적 무의미함(fiscal futility)은 끝나가고 있다. 우리의 재정 운항(fiscal ship)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돌려졌다”

고 주장했다.

행정부는 국방 분야의 대규모 증액을 어떻게 재원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은 문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비당파적 기구인 의회예산처(CBO)는 이번 회계연도(9월 30일 종료)를 기준으로 $1.853조의 재정적자(적자폭)를 전망했으며, 이는 전년도의 $1.775조보다 더 악화된 수치다. 국가 부채는 $39.016조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방비 증액안을 포함한 이번 예산요청은 일반예산(의회의 재량에 따라 매년 결정되는 ‘재량지출’)의 비중을 크게 바꾼다. 미국 예산은 크게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과 의무지출(mandatory spending)으로 나뉘는데, 사회보장(Social Security)과 메디케어(Medicare) 같은 노인 복지 프로그램은 의무지출에 속해 정치적으로 삭감 제안이 매우 힘들어 이번 요청은 그런 고비용 항목들을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국방 비용(Defense costs)

백악관이 제시한 국방 예산 확대안에는 $2000억에 달하는 추가 예산이 이미 국방부가 이란 전쟁 비용으로 요청한 액수와는 별도로 제안된 사항들이 포함된다. 다만 백악관은 이 같은 추가 요청을 의회에 공식적으로 제출하지 않았고, 의회 양당에서 정밀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논란을 부르는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망 건설 예산, 국방 산업을 위한 핵심 광물 공급 체인 확보 예산, 그리고 $658억(65.8 billion)을 투입해 전투함 및 지원함 34척을 건조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선박 건조에는 ‘트럼프급 군함(so-called Trump-class battleship)’과 잠수함에 대한 초기 자금도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선박 건조를 1기 임기 이후에도 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하원과 상원의 강경 국방파들은 이번 요청을 환영하는 반면, 예산 전반을 두고서는 재원 조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산안의 방대한 증액분이 향후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금리, 인플레이션, 민간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

정치적 메시지와 2026 중간선거

이번 예산안은 2026년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를 앞둔 행정부의 정치적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공화당은 상·하원에서의 약한 다수석을 유지하려는 상황에서 국방 강화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 결집을 노리고 있다. 다만 의회 예산 담당자들은 백악관의 요청을 참고안으로만 보고 자체 우선순위를 놓고 비밀 협상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

의회 내 주요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의 국방 중시 예산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리건주 상원의원이자 예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제프 머클리(Jeff Merkley)는 성명을 통해

“이는 총과 폭탄을 위한 돈을 더 요구하는 시대착오적 호소에 불과하며, 주거, 보건, 교육, 도로, 과학 연구, 환경보호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는 자금을 줄이는 제안”

이라고 반박했다.

행정·기관별 대규모 삭감안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 대폭 증액과 맞물려 농무부(USDA) 예산을 19% 감축,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를 12.5% 감축, 환경보호국(EPA)을 52% 감축하는 등 여러 주요 연방 부처에 대해 큰 폭의 예산 삭감을 제안했다. 또한 연방기관 예산(부서별 재량지출 총액)은 2027년 기준으로 $2.2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 회계연도의 약 $1.8조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총연방부처 지출 증가와 국방 증액을 포함한 수치).

특히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야심찬 임무로 달 주위를 도는 유인 임무를 수행한 지 이틀 만에 백악관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 대해 23% 삭감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NASA 과학부서에 대한 $36억 감축이 포함돼 약 40개의 프로그램이 취소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트럼프 예산안에는 이밖에도 $1.52억(152 million)을 할당해 알카트라즈(Alcatraz) 전 감옥섬을 재활용하겠다는 구상, 공항 관제탑 인력 보강을 위해 $4.81억(481 million)을 책정해 항공관제사 채용을 늘리겠다는 계획, 그리고 워싱턴 D.C. 일대 주요 건설·미관 정비를 위한 $100억(10 billion) 규모의 Presidential Capital Stewardship Program 설립을 위한 의무적 기금도 포함됐다.

또한 행정부는 ‘그린 에너지’ 관련 지출 삭감, 약 30개의 법무부(Justice Department) 프로그램을 “무기화된(weaponized) 프로그램”으로 규정하여 폐지하려는 계획, $3.15억(315 million) 규모의 국립민주주의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삭감 등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우선순위를 담았다.

이민·치안 관련해서는 내무안보와 이민 집행 분야 예산을 중점적으로 유지·확대해 $22억(2.2 billion)을 책정했으며, 이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운영비와 함께 41,500개의 구금 침대30,000개의 가족 단위 수용 침대 확보를 위한 자금이라고 행정부는 설명했다.


용어 설명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 의회가 매년 심사·결정하는 예산 항목으로 국방비, 교육, 연구 등 연방정부의 연간 운영비용이 포함된다. 반대 개념인 의무지출(mandatory spending)은 법으로 정해져 자동으로 지출되는 항목으로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등이 해당된다.

국립민주주의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미국이 해외 민주주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공공기금으로, 외교·민주주의 지원 프로그램에 자금을 제공한다.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 이민법 집행과 국경·내국 이민 단속을 담당하는 연방기관으로, 구금 침대 수와 가족 수용 시설 확보는 이 기관의 인력·시설 운용과 직결된다.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 NASA가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최근 수십 년 만에 가장 야심찬 달 유인비행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NASA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경우 후속 과학·탐사 프로그램에 차질이 우려된다.


전문적 분석과 잠재적 경제 영향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국방비의 대규모 증액과 국내 비국방 분야 예산의 광범위한 삭감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방 산업과 선박 건조, 군수품 관련 기업들에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658억 규모의 함정 건조와 잠수함 투자,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 예산은 해운·조선·금속·광물 공급업체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환경규제 완화와 EPA 예산 52% 삭감, 과학기술·연구 예산의 축소는 장기적 생산성 향상과 혁신 역량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NASA 과학부문 $36억 감축과 약 40개 프로그램 취소 위협은 우주과학 분야의 민간·학계 협력성과 기술개발 파이프라인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대규모 국방비 증액이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민간 부문의 설비투자와 가계의 대출비용을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가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유류비·물가 상승 압력으로 소비자 물가에 상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한편, 행정부가 제안한 삭감 항목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역에 집중돼 있어 의회 심의과정에서 큰 변동이 예상된다. 즉, 최종 법안은 백악관 제출안과 상당 부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예산이 의회에서 확정되기까지의 정치적 충돌은 정부 운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기업과 금융시장에도 단기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론

트럼프 행정부의 2027 회계연도 예산요청은 대규모 국방비 증액과 광범위한 비국방 분야 삭감이라는 명확한 정치·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의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세부 항목과 재원 조달 방안은 변동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국방 관련 산업에 수요 확대가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 확대와 그에 따른 금리·인플레이션 영향, 연구·환경 예산 축소에 따른 기술·생산성 저하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