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가 영국 공영방송 BBC를 상대로 2024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편집에 대해 $100억(약 10조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12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월요일 저녁 법원에 제출한 소송에서 BBC가 2024년 대선 직전에 방송한 파노라마(Panorama) 프로그램의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을 “거짓·명예훼손적이며 악의적인 방식으로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BBC를 상대로 명예훼손 1건과 플로리다주의 기만적·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법(Florida’s Deceptive and Unfair Trade Practices Act) 위반 1건으로 제소했으며, 각 건당 최대 $50억을 청구해 총 $100억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다큐멘터리가 2021년 1월 의사당 폭동 당시의 연설 장면을 편집해 마치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진격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부추긴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장은 연설의 한 부분에서 트럼프가 평화적 시위를 촉구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생략했고, 반면 다른 장면을 이어붙여 지지자들에게 “싸우라(fight like hell)”고 말한 것처럼 보이도록 편집했다고 지적했다.
BBC는 해당 다큐멘터리에 대해 사과했으며 재방송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방송사는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와 같은 성격의 명예훼손 소송을 과거에도 다수 제기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CBS와 ABC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청구액은 종종 매우 거액이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실제 합의금은 청구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이번 BBC 소송 제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과의 기술 협력 계약을 취소했다는 보도 직후에 이루어졌다. 보도는 그 같은 행정적 결정과 이번 소송이 시기적으로 근접해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소송 문서 자체는 영국과의 기술 계약 취소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용어 설명
명예훼손(defamation)은 타인의 명예나 평판을 침해하는 거짓 정보의 유포를 의미한다. 미국 법체계에서 명예훼손 소송은 원고가 해당 발언이 거짓이라는 점, 발언으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공인인 경우에는 발언자가 허위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무관심(실질적 악의)을 가졌음을 입증해야 하는 등 높은 증명기준을 요구할 때가 많다.
플로리다주의 기만적·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법은 소비자 및 사업자 간의 기만적·불공정한 상행위를 금지하는 주법이다. 주법의 적용 범위는 상업적·영리적 활동과 관련된 주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 언론 보도와 관련한 적용 가능성은 쟁점이 될 수 있다.
파노라마(Panorama)는 BBC의 대표적인 시사 탐사 프로그램으로, 영국 및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송해왔다. 공영방송 특성상 BBC의 제작물은 공적 신뢰와 직결되는 측면이 있어 편집·사실관계 논란이 발생할 경우 정치적·사회적 파장이 크다.
법적 쟁점과 전망
이번 소송은 몇 가지 법적 쟁점을 포함한다. 첫째, 다큐멘터리 편집이 사실을 어떻게 왜곡했는지에 대한 증거·증언과 원본 영상의 입증이 관건이다. 둘째, 공인(public figure)에 대한 발언인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명예훼손의 법적 기준이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공인이 허위 사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발언자의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원고 측의 증명 부담이 크다.
법률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언론 관련 소송이 긴 소송 절차를 거치거나 합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청구액으로 거대한 금액을 제시했더라도, 실제 배상액은 소송의 증거력과 법적 위험평가, 그리고 각 당사자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정치적 파급 효과
이번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미칠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경로가 있다. 우선 BBC는 공영방송으로 상장사가 아니므로 주가 직접 영향은 없으나, 대규모 손해배상 판결 또는 소송 비용 증가는 예산·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는 향후 영국 내 공영방송 재원 논의, 정부의 지원 및 규제 환경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미국 내 정치적·언론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는 미디어·테크 섹터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다. 언론사에 대한 소송 증가와 규제·정책적 대응은 관련 기업들의 법률비용 및 운영비용을 증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작·검증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미디어 기업의 이익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셋째, 국제 관계 차원에서 이번 소송은 양국 간 여론전·외교적 마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법적 절차는 주로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에 따라 진행되므로, 소송 결과가 곧바로 외교·무역 정책을 변경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향후 절차
트럼프 측이 제출한 소장에 대한 BBC의 공식적 응답(소장 기각 신청, 반소 또는 합의 협상 등)은 향후 소송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법원은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통해 원본 영상 및 내부 편집 과정, 제작진의 의도 등 핵심 사항을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관련 증거 공개 과정에서 추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BBC는 이미 해당 다큐멘터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방송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방송사는 이 다큐멘터리가 소송의 근거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적·정치적 파장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언론의 편집·사실관계 확인 과정과 공영방송의 책임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원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각 소송 항목당 $50억을 청구하고 있어, 총 청구액은 $100억으로 계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