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통상·재정정책이 2026년 소매업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

[핵심 요약] 2026년까지 미국 소매업계를 둘러싼 최대 논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추진할 관세·세제·재정 부양책이 소비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Evercore ISI)는 같은 달 발표한 리서치 노트에서 “관세, 가계 현금지원, 법인세 감면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거시경제 지렛대가 향후 1~2년간 소매 섹터의 승자와 패자를 극명하게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정책 시행 시점이 업체별·카테고리별 실적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당면한 위험요인은 관세다. 에버코어는 2025년 이후 ‘기타 국가(rest-of-world)’에 대한 유효 관세율 가정치를 12%에서 15%로 상향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는 35%로 유지했다. 이 조정으로 중간값 EPS(주당순이익) 감소폭연 8% 안팎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부 업종별 영향을 살펴보면,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는 ‘필수·수요 기반 상품’ 특성 덕분에 가격 결정력이 커지며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제뉴인 파츠(Genuine Parts Company, GPC)는 15배 수준의 상대적으로 낮은 선행 PER과 하반기 매출 램프업 기대치를 이유로, ‘Fab Five’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셔윈-윌리엄스(Sherwin-Williams)를 대체했다.

이어 홈 인프루브먼트(주택 보수) 리테일러 역시 전문 시공업체(Pro 고객) 매출 비중이 높아 방어력이 있다고 분석됐다. 반면 의류·신발(소프트라인), 전자제품, 스포츠용품, 가구 등 자발적 소비재(discretionary) 분야는 가격 상승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정서와 충돌해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이 Back-to-School·할로윈·연말 쇼핑 시즌 가격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 저항이 예상보다 거세면 재고조정(마크다운)이 불가피하다” – 에버코어 ISI

관세(Tariff)란? 관세는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수지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관세율 인상은 기업의 원가 구조를 악화시키고, 이는 다시 가격 인상 → 수요 둔화라는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SALT 상한, SNAP, 학자금 상환 등 용어 설명
SALT cap: 연방 세법상 주·지방세 공제 한도를 의미한다. 한도가 높아지면 고소득층 세부담이 완화돼 소비 여력이 늘 수 있다.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저소득층 식료품 보조 프로그램. 혜택 축소는 식료품점 및 저가 소매점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재정 부양책(Fiscal Stimulus)

에버코어는 트럼프 2.0의 이른바 ‘가계 구제 패키지’ 규모를 순 1,300억 달러로 추산했다. 구체적으로 표준공제 확대, 팁·초과근로 소득 면세, 6,000달러 노인 공제, 자녀세액공제 확장, SALT 상한 상향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혜택은 2025년 소득분을 신고하는 2026년 상반기에서야 가계로 유입된다. 이에 따라 에버코어는 “2025년 하반기(H2)에 소비가 일시적으로 공백(air pocket)을 맞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로 월 10억 달러, SNAP 축소로 월 8억 달러가 시장에서 빠져나가면, 특히 식료품·저소득층 지향 리테일러의 매출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법인세 감면(“One Big Beautiful Bill Act”)

트럼프 2.0의 새 세법은 대부분의 리테일러에 정상화된 잉여현금흐름(FCF)을 약 3% 개선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버코어는 “2017년 트럼프 1.0 때보다 위력이 약하지만, 관세 충격을 상쇄하는 재투자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마트(Walmart), 아마존(Amazon), 코스트코(Costco) 등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갖춘 업체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할 여지가 크다.

Fab Five 업데이트: 에버코어는 방어적 성장 관점을 유지하며 아마존, 월마트, 홈디포(Home Depot), 오라일리(O’Reilly), 제뉴인 파츠 다섯 종목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가격 변동성 국면에서도 점유율 확대와 마진 탄력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관세만으로도 총 3,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세수가 발생할 수 있으나, 완화 조치를 감안하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은 1,200억 달러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결국 2025년 3분기~4분기가 수요 약화와 마진 훼손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 시각 및 기자 해설

관세와 재정·세제 조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기는 리테일 주가의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국면이다. 관세→가격 인상→수요 둔화라는 전통적 흐름에 더해, 부양책의 ‘시차(時差)’가 수요 공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필수 소비재, 자동차 유지보수, 주택 관련 서비스가 방어적 포트폴리오로 부각되는 반면, 패션·전자·레저 용품은 프라이싱 권한을 잃고 재고 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① 관세 영향 전가 능력, ② 재고 회전율, ③ 온라인·오프라인 옴니채널 구축 정도를 핵심 체크리스트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들도 이 같은 정책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0 정책 패키지는 표면상 ‘미국 제조업 회복’과 ‘가계 세부담 완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시장 체감도는 업종별로 극단적 편차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관세와 세제, 그리고 소비 심리가 맞물리는 2025년 하반기는 투자·경영 전략 수정을 위한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