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7개 제약사에 “60일 내 미국 의약품 가격 인하 방안 제시하라”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Making Health Technology Great Again” 행사를 마친 뒤, 17개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내 향후 60일 이내에 자국 내 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2025년 7월 3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엘라이 릴리(Eli Lilly), GSK, 화이자(Pfizer), 리제네론(Regeneron), 머크(Merck),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등 주요 제약사 17곳에 각각 서한을 발송했으며, 해당 서한 원문을 본인의 소셜미디어 Truth Social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

미국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약값 부담을 지는 것은 불공정하다

”며, 1 “글로벌 제약사들은 해외에서 낮은 가격으로 동일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미 국내 소비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전가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60일 내 구체적 인하 방안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행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경: 의약품 가격 연동 행정명령

이번 서한은 5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당 명령은 ‘가장 유리한 국가(favored nation)’ 가격제를 부활시켜, 미국이 특정 처방약 가격을 주요 해외 선진국의 최저 수준에 연동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처음 추진했으나, 제약업계 로비와 소송으로 시행이 지연됐던 정책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 원료 및 완제의약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생산·투자를 확대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명분이지만, 업계에서는 “관세 부담이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요 인물·기관 소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HHS) 장관, 메흐멧 오즈(Dr. Mehmet Oz)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국(CMS) 국장,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인공지능·암호화폐 담당 특별보좌관, 에이미 글리슨(Amy Gleason) 정부효율국(DOGE) 국장 대행 등 트럼프 내각 및 측근들이 행사에 동석했다. 이들은 헬스케어 기술혁신과 규제 완화를 통한 의약품 접근성 제고 방안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해설: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가격 전략

기자는 이번 조치가 2024년 대선 이후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적 공약 1순위’로 꼽았던 의약품 가격 인하를 이행하기 위한 가시적 행동이라고 판단한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2025년 6월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8%가 “처방약 가격이 생활비 중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이라고 답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민심을 겨냥해, 극단적인 압박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장 유리한 국가 가격제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제약사들은 국제시장 전반에서 가격 상향 조정을 통해 ‘연동 효과’를 희석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해외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전가할 수 있어, 글로벌 보건정책 측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60일이라는 초단기 시한은 대규모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다. 업계는 ‘가격 인하’ 대신 ‘환급(Rebate)’이나 ‘환자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 우회적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용어 풀이

Truth Social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2년 2월 개설한 자체 소셜미디어로, 트위터(現 X)의 대안 플랫폼을 표방한다. 트럼프는 트위터 계정 영구 정지 이후 해당 플랫폼을 주요 소통 창구로 활용해 왔다.

가장 유리한 국가(Favored Nation) 가격제란, 정부가 특정 의약품 또는 의료 서비스 가격을 해외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에 맞춰 조정하도록 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기존 다국적 제약사는 국가마다 차등 가격을 적용해 왔으나, 이 제도는 글로벌 가격 균일화를 압박하는 효과를 낳는다.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60일 기한 내 실질적 가격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연방정부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약 300억 달러 이상의 연간 예산 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내부 추정치). 다만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비용 회수를 위해 혁신 신약 출시를 늦추거나, 임상 투자 규모를 축소할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로 하는 “저렴한 약값과 혁신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단순 압박을 넘어 약가 협상 시스템 개선, 제네릭·바이오시밀러 확대, R&D 세액공제 인센티브 등 다층적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트럼프의 서한이 자율적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관세 전쟁’의 서막이 될지는 60일 뒤 제약사들의 답변과 행정부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