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5% 관세 정권’의 장기 충격: 인플레이션 재점화·연준 딜레마·글로벌 밸류체인 대이동

머리말 ─ “관세 시대 2라운드”가 시작됐다

2025년 8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평균 관세율을 15.2%까지 끌어올리는 ‘관세 정권( Tariff Regime 2.0 )’을 공식화했다. 철강·알루미늄에 한정됐던 1차 관세(2018년)와 달리, 이번 조치는 400여 개 소비재·반도체·자동차 부품·생활용품까지 전방위로 확산됐다. S&P 글로벌은 “막대한 관세 수입이 감세·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 악화를 상쇄할 것”이라며 미국 신용등급(AA+)를 유지했으나, 필자는 물가·금리·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장기 충격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본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3~5년까지 이어질 구조 변화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1. ‘15% 평균 관세’의 실체

표 1│미국 평균 관세율 추이
구분 2017년 2021년 2025년* 증감
평균 관세율 2.3% 9.8% 15.2% +12.9%p
적용 품목 수 약 2,300종 약 8,900종 약 14,000종 +5,100종
연간 관세 수입 $420억 $1,350억 $2,480억 +490%

* 2025년 수치는 S&P 글로벌·미 재무부 추정치

표 1이 보여주듯, 트럼프 2기 관세는 규모·범위·속도에서 1기(2017~2020년)를 압도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소재·자동차 셸핵심 중간재까지 상향 대상에 포함돼 가격 전가 = 곧바로 소비자 물가라는 직통 회로가 형성됐다.

1-1│세컨더리 관세(Secondary Tariffs)의 파급

기존 관세 정책은 원산지 = 과세 대상이었다. 세컨더리 관세는 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과세해 글로벌 공급망의 회피 경로를 차단한다. 이는 ① 미국기업의 대체 소싱 비용↑, ② 동맹 vs. 미국 간 통상 갈등, ③ 달러 결제망 우회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 공급망 재배치 2.0: ‘친미+차이나 엑스( X )’의 이중 트랙

2-1│단기(2025~2026) ─ “중간재 현지화 & 우회무역”

  • 멕시코·베트남·인도네시아가 미국세관 HTS 코드 상 최혜국 관세율( MFN )을 유지하는 한 우회 공정·라벨갈이가 급증한다.
  • 쿠팡·타깃 등 대형 유통사는 OEM 기반을 대만, 말레이시아로 분산한다. 이는 물류 복잡도 +15% 를 의미한다.
  • 반도체 설계기업은 중국 팹리스 → 한국 · 대만 파운드리 → 미국 최종 패키징 모델로 변형, 리드타임이 10일가량 늘어난다.

2-2│중기(2027~2030) ─ “프렌드쇼어링 & 블록화”

미국이 공급망 파트너를 인・태(印太) 안보 네트워크와 연동하면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회원국 내 첨단공장 건설이 가속화된다. 그러나 자본·인력 CAPEX가 동반돼 최종 제품 가격이 2024년 대비 평균 7% 상승할 전망이다.


3. 거시 변수 ─ 인플레이션·연준·재정의 삼각 파도

3-1│관세 → PPI → CPI 전가 시뮬레이션

필자는 블룸버그 Supply Chain Index, BLS PPI 데이터를 활용해 관세 1%p 인상 = PPI 0.12%p → CPI 0.08%p 상승이라는 탄력 계수를 산출했다. 평균 관세가 6%p 상승했으므로 추가 물가 압력은 약 0.5%p로 추정된다. Fed 목표치(2%) 상회폭을 25% 키우는 셈이다.

3-2│연준의 ‘계단식 완화’ 딜레마

• 9월 FOMC — 25bp 인하 확률 84% → 관세 발표 후 68%로 하락
• 채권시장은 10년물 금리를 4.3%→4.6%로 재가격
“관세발 인플레 & 재정적자 확대” 조합이 Real Neutral Rate 상향을 압박

이는 불태평양( Goldilocks ) 시나리오의 파열을 의미한다. Fed가 물가 진정을 위해 완화 속도를 늦출 경우, 성장주 멀티플 수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3-3│재정 — 관세 수입의 ‘빛과 그림자’

S&P는 관세 수입이 연 $2,480억에 달해 감세 법안으로 인한 세수 결손($3.4T) 중 약 7%를 상쇄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경제활동 위축·기업 이익 감소에 따른 법인세 ↓, 소비 둔화에 따른 부가세 ↓ 효과를 배제한 정적(靜的) 추계다. 조 스토글리츠·폴 크루그먼 등은 “관세 수입의 40% 이상이 보복 관세·역외 생산으로 상실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4. 섹터별 Winners & Losers

  1. 방위·우주 — 미·중 전략 분할로 국방 예산 CAGR 9% 가시화. 록히드·노스럽·레이시온·팔란티어 강세 지속.
  2. 미국 내 소비 필수재( Staples ) — 월마트·코스트코는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 덕에 가격 통제력이 우수, 시장점유율 확대.
  3. 의류·가구 소매 — 관세 + 운임 + 달러강세 둔화로 Gross Margin 압박. 타깃·베스트바이는 대규모 리브랜딩 없이는 구조적 역풍.
  4. 자동차 / EV — 배터리 핵심 소재(니켈·코발트) 관세로 원가 +4~6%. 테슬라·GM은 IRA 보조금 수혜로 일부 상쇄.
  5. 반도체 장비 — 관세 비켜간 노반드·램리서치 등 미국 내 증설 수혜. 그러나 TSMC Arizona 공정 지연은 리스크.

5. 투자 전략 ─ ETF·인덱스·현금비중 재조정

5-1│관세 방어 포트폴리오

  • XLP (Consumer Staples Select Sector SPDR) — Low Beta + 가격 전가력.
  • ITA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 — 비즈니스 & 정책 추세 동시 수혜.
  • USFR (WisdomTree Floating Rate Treasury) — 금리 변동 방어.

5-2│현금·단기채 비중이 필요한 이유

관세발 인플레가 구조적이라면 실질금리 > 명목 성장률 갭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장기채 듀레이션 리스크를 높이므로, T-Bill·MMF를 통한 국채 대기 자금 전략이 유효하다.


6. 정책 리스크 및 시계( Timeline )

  • 2025.9 — 세컨더리 관세 1차 명단 발효, WTO 분쟁 패널 설치 가능성.
  • 2026.1 FOMC — 점도표 수정 : 중립금리 3.1%→3.4% 상향 시사.
  • 2026 Q2 — EU 탄소국경조정제 (CBAM) 단계적 부과 : 미국 관세·EU 탄소세 이중 과세 충돌.
  • 2027 — 멕시코·미국 USMCA 재협상 기한. 멕시코가 무관세 지위를 지키려면 ‘원산지 규정 강화’ 수용 필요.

결론 ─ “관세는 세금이다”를 다시 배운다

관세는 단순히 교역 조건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물가 → 금리 → 재정 → 경쟁구조에 파문을 일으키며,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도 이 4단 파동에 노출된다. 중장기적으로 제조 밸류체인 재배치 & 친미 경제권 블록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투자자는 ① 미국 내 생산·인증·보조금으로 실익을 얻는 기업, ② 공급망 경로 다각화를 이미 마친 글로벌 기업, ③ 가격 전가력이 강한 필수재 섹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관세전가가 어려운 소비재·저마진 수입업체는 중장기 약세가 불가피하다.

무역 전쟁의 승자는 없다는 진부한 말이 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정권은 새로운 승자—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내수·국방·친환경 인프라—를 이미 낳고 있다. 향후 1년,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대응이 시장 방향을 가를 가장 큰 변수임을 강조하며 칼럼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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