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재개 압박에 베이징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예정된 중국 방문을 호르무즈 해협(스트레이트 오브 호르무즈) 재개 문제와 연계해 연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는 미·중 관계가 이미 예민한 가운데 새로운 긴장요인이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2026년 3월 1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 봉쇄를 해제하는 데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며, 중국 지도자 시진핑(習近平)과의 정상회담 전까지 해협이 뚫리지 않으면 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예정된 정상회담 일정은 2026년 3월 31일부터 4월 2일이었다.

China diversified grid

트럼프 대통령은 FT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기할 수도 있다(We may delay).”

라며 구체적인 시기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는 또 공군기 내에서의 발언에서 중국이 자국 석유의 약 90%를 해당 해협을 통해 확보한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협력을 자국 이익이자 중국 자신의 이익으로 framing(틀 짓기)했다.


한편, 이날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중국 측 재무당국자 허리펑(He Lifeng)과 파리에서 만나 예정된 정상회담과 관련해 협의했다. 중국은 통상적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상대적으로 접촉 시점에 가깝게 공식 발표하는 관행을 보여 왔다.

이번 방문은 2017년 이후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이 될 수 있었던 일정이다. 이는 또한 두 정상이 2025년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회동한 지 약 5개월 만의 대면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당시 양국은 일시적 무역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중국의 반응으로는 외교·경제 분야에서 곳곳의 신호가 감지된다. 중국 외교 고위관계자 왕이(王毅)는 이달 초 교섭 의제가 이미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고 밝혔고,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Section 301(섹션 301) 관련 조사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이를 “매우 일방적이고 임의적이며 차별적”이라고 규정했다. 상무부는 워싱턴에 정식으로 항의했고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에드워드 피시먼(Edward Fishman, 외교문제위원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요구에 대해 중국이 미 해협 재개에 해군을 파견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며, 트럼프 발언을 “블러프(bluff)”로 일축했다. 피시먼은 또한 중국이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전략이 현재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와 에너지 관련 사실

다만,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통계는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급등하는 유가에 대해 다소 완충책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6년 1월 기준으로 중국은 육상 원유 비축량을 약 12억 배럴(1.2 billion barrels)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약 3~4개월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문제위원회(CFR)의 차이나 스트래티지 이니셔티브 책임자 러시 도시(Rush Doshi)는 해협을 통한 해상 원유 수입이 현재 중국 전체 원유 수송량의 절반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Nomura)는 호르무즈를 통한 유류 흐름이 중국의 전체 에너지 소비의 단지 6.6%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또한 위성 관측 자료를 추적하는 해사 연구기관들은 이란이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달 말부터 중국으로 대량의 원유를 계속 수출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봉쇄가 현실화돼도 중국이 즉각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용어 설명

호르무즈 해협(스트레이트 오브 호르무즈):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잇는 전략적 해협으로, 전 세계 일일 원유 공급의 약 1/5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통계가 있다. 해협 봉쇄는 국제 유가 급등과 해상 무역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Section 301(섹션 301): 미국 무역법상의 조항으로, 미국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하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조사하고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사를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한 조치로 규정했다.


정치·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이번 사안은 외교적 융통성, 경제 안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상호의존성이 교차하는 복합적 사건이다.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외교적 신뢰의 추가 약화다. 정상회담 연기는 양국 간 대면 협상의 기회를 줄이며 긴밀한 경제·안보 협의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는 무역·투자 결정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에너지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 확대다.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거나 물류 차질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는 급등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비축유와 에너지 공급 다변화는 타국보다 충격 흡수력이 크다는 점이 시장의 리스크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무역·산업 측면의 파급이다. 미국의 Section 301 조사 확대와 중국의 보복 가능성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청정에너지 관련 핵심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기술과 원자재 공급망을 둘러싼 경제전략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넷째, 금융시장 반응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는 주식·원자재·환율 시장에서 일시적 변동성을 높일 수 있으나, 중국의 에너지 완충능력과 국제사회의 대체공급 확보 노력은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석유·에너지 주도 섹터와 방어적 자산을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전망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강경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신속한 합의가 도출되기보다 협상의 판을 넓히려는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상회담이 연기되더라도 양국 모두 이견을 관리하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동인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공개적 대화와 비공개 협상이 병행되며 상황이 진전될 여지가 있다.

이 보도에는 CNBC의 애널리스트와 기자들, 에블린 청(Evelyn Cheng)과 페니 첸(Penny Chen)의 보도 기여가 반영됐다.

※ 각종 일정과 통계 수치는 보도 시점의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하며, 향후 발표되는 공식 자료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