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AI 칩 위치 검증 수출통제 방안 공식 권고

샌프란시스코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간)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수출통제 정책에 칩 위치 검증(location verification) 장치를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새 정책 방향은 민주·공화 양당 및 상·하원을 가로지르는 초당적 지지를 즉각적으로 얻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권고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보다 광범위한 ‘AI 청사진(AI blueprint)’의 일부로 발표됐다. 해당 청사진은 우방국에 대한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수출 확대와 함께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가로막는 환경 규정 완화 계획도 담고 있다.

그러나 청사진은 동시에 Nvidia(나스닥: NVDA)·AMD(나스닥: AMD) 등 미국 기업이 제조한 고성능 AI 칩을 외국 적성국가가 획득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행정부는 이를 위해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에 칩이 반입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 기존 및 신규 위치 검증 기능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권고안이 발표되자 두 의회는 ‘칩 보안법(Chip Security Act)’과 궤를 같이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칩 보안법은 판매 이후에도 칩의 최종 사용처(end-use)를 추적·확인하는 장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빌 포스터 민주당 하원의원(일리노이)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위치 검증 메커니즘이 권고안에 포함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세부 기술 사양과 실행 단계(end-use verification)를 조속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의 대변인 패트릭 맥캔도 “칩 위치 인증은 공산 중국의 손에 미국의 첨단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막는 필수 도구”라고 강조했다.


■ 용어 해설 및 배경

위치 검증(location verification)은 칩이 설치된 서버나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좌표를 암호화 기술·통신 프로토콜로 실시간 확인하는 절차를 뜻한다. 이를 통해 ‘우려 국가’가 지정된 지역에서의 사용 여부를 손쉽게 추적할 수 있다.

수출통제(export control)는 전략물자·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규제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가 적용하는 제도다. 반도체·AI 칩 분야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 지정국에 대한 고성능 제품 라이선스 금지가 핵심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A100’·‘H100’, AMD의 ‘MI300’ 같은 고성능 GPU는 중국으로의 직접 수출이 금지돼 있다. 다만 제3국을 경유하거나 연구 장비 형태로 유입되는 사례가 꾸준히 포착돼, 사후 추적 장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전문가 시각

산업계는 위치 검증 의무화가 비용 상승개발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칩 제조사는 보안 펌웨어 추가, 원격 서버 구축, 인증 프로세스 유지 등 연간 수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현 시점에서 공급망 투명성은 투자자와 고객사에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는 “위치 검증이 의무화될 경우 한국·대만·일본 등 우방국에 있는 데이터센터가 수혜를 볼 것”이라며 “AI 학습용 GPU 수요가 이들 지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청사진이 환경 규제 완화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밀도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가 필요한데, 환경 규제가 완화되면 미국 내 신규 센터 건설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전력 인프라·친환경 냉각 기술 산업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환경 완화 정책은 탄소배출 목표와 상충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업계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확대, 액침(浸) 냉각 같은 혁신 기술 도입을 통해 규제 완화를 대신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향후 과제

칩 위치 검증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표준화된 프로토콜, 국제 공조,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 해결이 필수다. 특히 우방국과의 통신 인프라 공유칩-단말 간 암호 인증 표준을 정립해야 한다. 미국 의회가 검토 중인 칩 보안법은 연방 상무부·국방부·국토안보부가 공동으로 기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자체 GPU 개발 속도를 높이며 ‘기술 국산화(國産化)’를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내 대체품 개발회색 시장이 동시에 확대될 것”이라며, 효과적인 위치 검증을 위해서는 칩 제조 단계에서의 암호기술 접목판매 후 지속적 모니터링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권고안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거시적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기술 사양과 비용 구조가 공개되면 국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속될 수 있다”며 “기업들은 규제 준수(load compliance)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의회 논의 과정에서 위치 검증 의무화 범위, 우려 국가 지정 기준, 환경 규제 완화 수위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세부사항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산업 로비규제당국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AI 칩 생태계 전반에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데이트되는 법안과 규제 변화에 따라 한국 기업 및 투자자도 전략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산 AI 칩, 패키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은 공급망 안전성을 강조하며 미국·유럽 고객사 확보에 나설 기회가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