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연방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불법 체류 아동의 헤드스타트(Head Start) 등록 금지 정책에 대해 전국적 효력을 지닌 금지 명령(nationwide injunction)을 내렸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애틀 소재 리카르도 마르티네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미 보건복지부(HHS)가 새롭게 제시한 이민 관련 규정을 미국 전역에서 집행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해당 판결은 일리노이·펜실베이니아·워싱턴·위스콘신 등 4개 주의 헤드스타트 협회와 Parent Voices Oakland, Family Forward Oregon 등 학부모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나왔다.
전날 로드아일랜드 연방지법도 21개 민주당 주(州) 및 워싱턴D.C.가 제기한 별도 사건에서 자국 내 시행을 막는 예비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어,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 방침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 쟁점: 1996년 복지개혁법 해석 변경
보건복지부는 2023년 7월 24일자 지침에서 ‘개인 책임 및 근로기회 재조정법(PRWORA)’을 재해석해, 정부 지원 프로그램 수혜 대상을 제한하려 했다. 새 해석에는 원래 제외돼 있던 헤드스타트미국 연방정부가 저소득층 아동(0~5세)에게 제공하는 조기교육·영양·건강 서비스가 추가됐고, 이에 따라 이민 신분 미확보 가정의 자녀 등록이 금지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 판사는 “
HHS는 필수적인 행정절차법(APA)상 규정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
”이라며, 의회가 1998년부터 ‘헤드스타트는 PRWORA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HHS 기존 해석하에 예산을 승인해 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의회가 오랜 기간 이민 신분을 자격 요건으로 포함한 적이 없고 오히려 등록 장벽을 낮춰 왔다”고 지적했다. 마르티네스 판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법관이지만, 이번 사건에서 행정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 법적·정책적 의미
전국적(United States-wide) 금지 명령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그 범위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규정 적용에 파편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유로 여전히 허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판사는 “여러 주에 서로 다른 규칙이 존재하면 아동·가족·교육기관 모두 혼란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불법 체류자 자녀 교육권을 둘러싼 연방·주 정부 간 갈등에서 주(州)·교육단체의 손을 들어준 첫 전국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헤드스타트 협회 측 변호인 제네사 칼보-프리드먼(ACLU)은 “‘HHS는 이민 신분을 근거로 헤드스타트 가족을 배제할 권한이 없다’는 법원의 명확한 메시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백악관과 HHS는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 용어·배경 설명
헤드스타트(Head Start)는 1965년 출범한 미국의 대표적 빈곤층 조기교육 프로그램이다. 연방 예산으로 운영되며, 학습 준비·건강검진·영양 지원을 통합 제공한다. 연간 약 100만여 명의 아동이 이용한다.
PRWORA(복지개혁법)는 1996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정된 복지제도 전면 개편 법률로, 이민 신분별 복지 수혜 자격을 제한했다. 다만 법 제정 직후 HHS는 대학 이하 교육 프로그램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 논란을 피했다.
헤드스타트가 PRWORA 적용 대상이 되면, 약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무서류 이민 가정 아동이 즉각 서비스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문가 시각
교육·이민법 석학들은 “팬데믹 이후 학습격차가 심화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저소득층 및 이민자 커뮤니티의 교육 안전망을 지킨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전국 명령을 통해 주별 시행 차이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교육권의 통일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앞으로 행정부가 이를 뒤집으려면, 의회의 법 개정 또는 대법원 상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대선·의회 권력구조 변동 등 정치 변수에 따라, 정책 방향성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 본 기사는 원문을 충실히 번역·정리한 것이며, 교육·정책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 설명과 전문가 의견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