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미국 상무부가 하버드대학교의 연방 연구자금 사용 실태와 특허 관리 전반을 전격 조사하겠다고 통보하며, 필요할 경우 정부가 특허권을 직접 인수하거나 제3자에게 강제 라이선스를 부여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띄웠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장관은 하버드 임시 총장 앨런 가버(Alan Garber)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학 측이 연방 자금을 통해 개발한 지적재산권을 국민에게 최대한 환원해야 할 법적·계약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1980년 제정된 바이-돌 법(Bayh-Dole Act)에 근거해 ‘마치-인(march-in)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한 연구 성과가 공익 증진에 활용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특허권을 회수하거나 강제 라이선스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정부는 하버드와 같은 연구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탄생한 과학·기술 혁신을 대단히 중시한다”면서도 “그 가치를 미국 국민에게 극대화하는 일은 대학이 져야 할 중대한 책임”이라고 러트닉 장관은 서한에서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핵심 공약인 제조업 부흥 및 기술 자립 전략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십 개국 수입품에 관세를 인상하며 ‘미국 내 생산’을 독려해왔다.
하버드대는 즉각적인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학내·외 연구진은 “특허 회수는 학문 자유 침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추가 압박 러트닉 장관의 서한은 백악관이 하버드대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인 신호로 읽힌다. 앞서 행정부는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권법 위반을 지적하며 연구비 수십억 달러를 동결·철회한 상태다.
하버드는 이에 반발해 2025년 4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소송 가액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대학 측이 최대 5억 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서한에 따르면 상무부는 9월 5일까지 연방 보조금으로 출원·등록된 모든 특허 목록과 각 특허의 활용 현황, 그리고 “실질적인 미국 내 제조” 요건이 포함된 라이선스 계약 여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버드대 기술이전 웹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1일 기준 5,8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650여 개 기업 파트너와 900건 이상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 바이-돌 법이란?
1980년 12월, 민주·공화 양당 합의로 제정된 바이-돌 법은 버치 바이(인디애나)·밥 돌(캔자스) 상원의원의 이름을 땄다. ‘연방 자금으로 개발된 발명은 대학·기업이 특허를 소유하되, 국민 복리를 저해할 경우 정부가介入(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특허 인센티브를 통해 산업 혁신과 경제 활력을 제고하도록 하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민권 전문가와 학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연방 보조금 회수·특허 회수 위협이 학문 자유를 위축시키고 ‘정치적 길들이기’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망 업계에서는 정부가 실제로 특허권을 가져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미국 내 제조 의무’가 강화될 경우 라이선시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투자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관측한다. 이는 국내 반도체·바이오·클린테크 등 첨단 제조업에 추가적인 설비투자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공공 이익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논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차기 법원 판결과 행정부의 추가 조치에 따라, 대학·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전략과 기업의 R&D 협력 모델이 대대적인 재편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