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이민 단속 여파…미국 내 우크라이나인 약 20만 명, 체류 자격 공백에 내몰려

워싱턴 — 카테리나 골리즈드라(Kateryna Golizdra)는 지난 6개월간 법적 공백 상태를 버텨 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미국에서 거주·취업을 허용받았던 인도주의 프로그램(초기 2년)을 연장 신청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심사 중단과 지연으로 결과를 받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은 버틸 수 있다”고 했지만, 연장 승인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자리와 의료보험, 송금 능력을 잃었고, 추방 위험에도 노출됐다.

2025년 11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민주당 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우크라이나인 대상 인도주의 프로그램의 신청·연장 처리를 중단하거나 지연하면서 3월 31일 기준 약 20만 명이 체류 자격 상실 위험에 놓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26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미국에 입국해 최초 2년의 합법 체류와 취업을 허용받았으나, 연장 심사가 멈추자 대규모 법적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골리즈드라(35)는 5월 체류 자격이 만료되자 즉시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는 신분으로 전락했고, 포트로더데일 리츠칼튼에서 연 $50,000 이상을 받던 매니저직에서 물러났다. 간 검사 등 간 질환 관리에 사용하던 건강보험도 잃었으며, 전쟁으로 집을 떠나 독일에 사는 어머니에게 보내던 송금도 중단했다. 그는 “갱신이 언제, 또는 과연 될지조차 전혀 알 수 없다”며 “미국에서 겨우 쌓아 올린 안전감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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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현황

로이터가 열람한 미국 정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월 도입된 인도주의 프로그램은 글로벌 기준 우크라이나 난민 590만 명 가운데 일부인 약 26만 명에게 미국 입국과 체류·취업을 허용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집계에 따르면 유럽 내 우크라이나 난민은 53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올해 1월 신청과 갱신 처리를 중단했고, 3월 오벌오피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논쟁적 만남 뒤에는 법적 지위 전면 철회 가능성까지 검토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 이후 5월 연방법원 판사 명령으로 갱신 처리가 재개됐지만, 지난주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정부 자료에 따르면 그간 처리된 갱신 건수는 우크라이나인과 기타 국적을 합쳐 단 1,900건에 그쳤다.

재정적 부담도 커졌다.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출 패키지에는 해당 인도주의 신청에 $1,000의 추가 수수료가 붙었고, 개인당 기존 수수료 $1,325와 합치면 총 $2,325를 부담해야 한다. 백악관은 관련 질의에 대해 미국 국토안보부(DHS)로 문의를 돌렸고, 국토안보부는 코멘트에 응하지 않았다.


“햄스터 바퀴 같은 6개월”…체류 불안과 생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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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즈드라는 최근 6개월을 “마치 ‘햄스터 바퀴’ 위에 올라선 듯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지속된다. 만약 미국을 떠나야 한다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명의 전직 이민 당국 관계자들은 연장 대기 중인 이들 역시 연방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는 심사 지연으로 취업허가(EAD)가 만료돼 일자리를 잃은 우크라이나인 24명을 인터뷰했다. 여기에는 테크 종사자, 유치원 교사, 재무 설계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대학생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저축을 깎아 쓰고, 지역사회 지원을 찾고, 부채를 늘리며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이민 당국에 체포될까 두려워 실내에만 머물렀고, 또 다른 이들은 캐나다·유럽·남미로 떠났다.

우크라이나 귀환은 선택지에서 빠져 있다. 골리즈드라의 집은 2022년 3월 러시아군이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에 들이닥쳤을 때 불탔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해당 지역을 수복했을 때 민간인을 포함한 수백 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는 초법적 살해의 희생자로 확인됐다.


정책 방향 혼선과 현장 집행

트럼프 행정부는 1월 우크라이나인 대상 인도주의 프로그램의 신청 및 갱신 처리를 중단했다. 3월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 이후 해당 집단의 법적 지위 전면 철회 가능성까지 저울질했다고 한다. 다만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은 종료되지 않았고, 5월 연방법원의 명령으로 갱신 심사가 재개됐다. 그럼에도 실제 처리 건수는 1,900건에 불과해, 만료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마이크 퀴글리 연방 하원의원(일리노이, 시카고 지역)은 자신의 사무실이 “법적 공백 상태에 놓인 우크라이나인 200명 이상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을 마치지 못했고 전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추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법률 연합체인 Ukraine Immigration Task Force의 앤 스미스(Anne Smith) 전무이사 겸 규제 자문은, 소속 변호사 네트워크로 “이민 당국에 가족이 구금됐다는 우크라이나인의 문의가 매주 여러 건 접수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현장, 음식 배달, 우버·트럭 운전 중 체포된 사례와, 시카고클리블랜드 광역권에서의 광범위한 단속 사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의 제품 마케팅 매니저 브라이언 스나이더(Brian Snyder)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인 가족 3가구를 후원해 왔다며, “규정을 준수해 온 사람들이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이민 당국에 붙잡히면 비상 연락처가 되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족의 경우, 10대 아들의 계류(패럴)만 갱신되고 부모와 두 어린 자녀는 대기 상태로 남아 있는 사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모든 혼선불확실성이 이들 가족의 삶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했다.


자가 출국(‘Self Deport’)을 택한 이들

로이터와 인터뷰한 24명6명은 이민 구금이나 중남미·아프리카 등으로의 강제 송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미국을 떠났다. 예브헤니 파다파(Yevhenii Padafa·31)는 2023년 9월 브루클린에 정착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올해 3월 갱신을 신청했지만 9월 만료 시점까지 계류되다 신분이 소멸됐다.

그는 불법 체류 상태로 남을 경우 향후 미국 재입국 금지 위험이 커질 것을 우려해, 미 정부의 ‘CBP One’ 앱을 이용해 자가 출국을 시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이 앱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에게 무료 편도 항공권$1,000의 ‘출국 보너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다파는 생활비가 비교적 낮고 우크라이나인 대상 인도주의 프로그램이 있는 아르헨티나행을 선택했지만, 앱은 해당 노선 예약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 국경 당국자로부터 “항공권은 우크라이나행으로만 발권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 항공권과 $1,000 보너스를 기대하고 있었으며, 11월 중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을 때 가진 돈이 적어 노트북을 팔아 초기 보증금과 월세를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면 전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 어느 곳에서든 집이 없더라도,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 — 예브헤니 파다파


용어와 절차 해설참고

인도주의 프로그램은 전쟁·재난 등 긴급 사유로 본국 귀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외국인에게 한시적 체류취업 허가를 제공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통상 초기 2년 등 기한을 두고, 만료 전 연장 심사를 신청·처리한다. 다만 이는 영주권이나 시민권으로의 자동 경로가 아니며, 심사 지연 시 취업허가 상실추방 위험 등 불안정성이 발생한다. 본 기사에서 언급된 ‘CBP One’은 미 세관·국경보호국의 공식 앱으로, 출입국 일정 예약과 일부 절차 안내에 사용된다.


정책적 함의와 전망

이번 사례들은 대규모 행정 지연과 수수료 인상이 난민·피난민의 생계, 건강, 가족 결속에 실제적 타격을 주는 과정을 보여 준다. 특히 연방법원 명령 이후에도 갱신 처리량이 만료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은, 제도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프로그램 자체는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않았지만, 보안 우려를 이유로 한 중단과 재개, 그리고 법적 지위 전면 철회 검토까지 이어진 정책 변동성은 현장의 공포와 위축을 증폭시킨다.

정치·행정적 확실성이 낮을수록, 인터뷰 사례에서 보듯 당사자들은 실내 대피, 자가 출국, 비공식 노동회피적·임시적 생존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이민 통제 효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비공식 경제 확대, 지역사회 불안, 법 집행 비용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현장 단속체포가 선택적으로 강화될수록 합법 절차를 따르는 이들까지 제도 신뢰를 잃게 되고, 공공보건·교육·노동시장 전반에 파급된다.

결국 관건은 예측 가능한 갱신 일정합리적 수수료 체계, 그리고 명확한 현장 집행 기준을 통해 제도의 목적—전쟁 피난민 보호와 질서 있는 이민 관리—을 균형 있게 달성하는 데 있다. 본 사안의 전개는 향후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미국의 약속 이행 여부와, 더 넓게는 인도주의 이민 프레임워크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선도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