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의회 승인 예산 ‘포켓 리세션’으로 영구 취소 검토…헌법상 권한 충돌 심화 우려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의회가 승인한 연방 예산 집행을 지연‧보류해 온 가운데, 일부 예산을 아예 영구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이례적 조치인 ‘포켓 리세션(pocket rescission)’을 곧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아직 수혜 기관‧지자체로 내려가지 않은 잔여 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만약 포켓 리세션이 실행되면, 오는 9월 30일 회계연도 종료와 동시에 해당 예산은 자동 소멸돼 의회 승인 효력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포켓 리세션’은 행정부가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의회가 이미 통과시킨 지출 항목을 취소하는 방식이다. 헌법상 ‘지출 권한(power of the purse)’을 가진 의회를 우회한다는 이유로 공화당 상원의원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타) 등 일부 여당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난 더 많이 쓰기보다 덜 쓰길 원한다”

짐 뱅크스 인디애나주 하원의원 발언처럼, 재정 보수주의를 내세워 행정부 조치에 동조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적지 않다.


주요 보류‧동결 사례

연방 회계감사원(GAO)은 지난여름 $1억(약 1,300억 원) 규모의 연방 도서관 확충 예산이 3월부터 ‘불법적인 유보(impoundment)’ 상태라고 결론내렸다. 그 외에도 몬태나주의 어린이 고생물학 교육 프로그램, 저작권‧인공지능(AI) 연구비, 전 영부인 로라 부시가 시작한 사서 양성 지원사업(루이지애나‧켄터키‧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 등도 수개월째 동결돼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초당적 합의로 3월 서명된 ‘임시 지출법(Stopgap Funding Bill)’ 중 $4,200억(약 55조 원) 이상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패티 머리 상원 세출위 민주당 간사는 “공화당 동료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프로그램만 풀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모든 동결 예산 즉각 집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검토’인가 ‘권한 남용’인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러스 보트는 동결 이유를 ‘프로그램 검토(programmatic review)’라고 설명한다. 이는 사업 효율성‧중복 여부 등을 평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지출을 멈추는 기술적 절차다. 그러나 GAO는 이미 네 개 프로그램이 “허용 범위 밖의 자금 유보”라며 불법 판단을 내렸고, 40개 추가 프로그램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정부는 1974년 ‘예산통제법’ 제정을 통해 대통령이 지출을 미루려면 의회 승인(45일 이내)을 받도록 규정했다. 포켓 리세션은 승인 요청 자체를 생략하고 회계연도 말까지 끌어 예산을 자연 소멸시키는 방식이어서, 전문가들은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에모리대 로스쿨 매슈 로런스 교수)고 지적한다.


법적 공방과 정치적 셈법

현재까지 60건 이상의 ‘예산 동결’ 관련 소송이 연방 법원에 제기됐다. 여당 지도부는 “결국 사법부가 합법성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며 정면 충돌을 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행정부가 예산을 안 쓴다면, 우리가 예산안을 아무리 써도 종이짝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상원 세출위 공화당 간사이자 주도적 입법자인 콜린스 의원은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의회 권한을 되찾는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행정부가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예산안 처리’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용어 해설*

포켓 리세션(pocket rescission): 대통령이 의회에 공식 취소안을 제출하지 않고 예산 삭감을 사실상 이행하는 수단. 서명절차 없이 ‘포켓 거부권(pocket veto)’과 유사하다 해 붙은 이름이다.

임파운드먼트(impoundment): 집행을 유보하거나 묶는 행위를 의미. 1974년 예산통제법 이후 대통령의 독자적 임파운드먼트 권한은 대폭 제한됐다.

프로그램 검토(programmatic review): 예산 지출 전 정책 목표, 성과, 중복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한 행정부 내부 절차. 통상 45일 이내로 제한되나,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1년 이상 장기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망 및 시사점

백악관이 실제로 포켓 리세션을 단행하면, 의회 대 행정부의 헌법상 권한 충돌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도서관 서비스, 교육, 보건 연구, 문화 프로그램 등 지역 사회 밀접 사업이 연내 예산을 받지 못해 현장 차질이 불가피하다.

재정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공화당 기반 유권자층은 ‘지출 축소’에 환영할 수 있지만,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확산될 경우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포켓 리세션이 합법인지 여부는 연방 법원 판결과 향후 의회 입법(예: 임파운드먼트 추가 제한법)으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정 운영의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여야를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제도 개선 논의는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