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 본부를 찾아, 총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 규모로 진행 중인 청사 리노베이션 사업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라고 미 정치 전문 매체 세마포(Semafor)가 보도했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도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면서 “백악관 제임스 블레어 부비서실장이 방문단을 이끌 예정”이라고 전했다. 블레어 부비서실장은 세마포와의 인터뷰에서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공사인 만큼 상세 현황과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현장 방문에는 상원 은행위원회(Tim Scott) 위원장도 동행하는 방안이 조율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스콧 위원장은 “의회 차원의 감독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연준 측 자료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밝혔으며, 여야 의원 일부도 ‘동행 의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배경 및 논란
“연준 본부는 1930년대에 지어진 대표적 아르데코(Art Deco) 양식 건축물로, 노후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워싱턴 시(市) 도시계획국 관계자
연준 청사는 90년 이상 사용되면서 배관·전기·단열 등 핵심 설비 교체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아 왔다. 그러나 25억 달러라는 대규모 예산이 책정되자 “공사 범위가 과도하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이 수년간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2024년 대선 유세 기간부터 “연준이 공사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고, 이번 방문은 그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Federal Reserve)은 미국 중앙은행 체제로, 통화·금융정책을 담당하는 독립 기관이다. 대규모 공사 비용이 연준 자체 예산에서 집행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국채 이자 흐름과 재무부 송금 구조를 통해 미국 납세자 부담과 간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정치권 관심사가 됐다.
한편, 세마포(Semafor)는 2022년 설립된 온라인 미디어로, 전·현직 블룸버그·뉴욕타임스 편집진이 대거 합류한 스타트업이다. 최근 워싱턴 정가 출입기자로 취재망을 넓히고 있으며, 정책·기술·경제를 교차점에서 조망하는 심층 보도로 인지도를 쌓았다.
정치·시장 파급 효과 분석
1) 정치적 의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행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시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대규모 공공예산 사용에는 어떠한 기관도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정당성을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재정 건전성 이슈를 부각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2) 금융시장과의 연계
연준 건물 공사 자체가 금리나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지만, 정치권 압박 강도에 따라 연준이 예산 투명성 기준을 강화할 경우 향후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에도 ‘정치적 리스크 관리’가 한층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부 채권 트레이더들은 “정치와 무관해야 할 파월 의장 체제에 외풍이 커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3) 법적·절차적 쟁점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르면, 연준 자산·부채·거래 내역은 재무부·의회에 정기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건물 보수와 같은 내부경비 항목은 상대적으로 보고 요건이 느슨하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이 예산감사(oversight)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연방 의회 내에서 나온다.
전문가 시각
조지타운대 행정학과의 캐롤라인 리치 교수는 “25억 달러는 연준 연간 운영예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핵심 인프라가 수십 년 만에 대수선되는 것이므로 규모만으로 비효율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회계 투명성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치권이 자주 물리적 청사를 압수수색처럼 방문하는 관행은 연준 독립성의 ‘미묘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피터슨 연구원은 “이번 방문은 ‘예산 팻체크’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준의 각종 결정 과정에 더 깊게 관여하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연준과 백악관은 모두 방문 일정과 의제를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이번 주 후반에 현장 브리핑, 시설 투어, 서류 열람이 차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연준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기관의 자산과 예산은 이미 의회의 정기 감사 대상”이라며, 충분한 자료 제공을 약속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치적 이벤트가 당장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 ‘연준의 정책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 심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용어 설명
연방준비제도(Fed) :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과 워싱턴 D.C. 이사회(Board of Governors)로 구성된 미국 중앙은행 체제.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목표로 금리·통화 공급을 조절한다.
세마포(Semafor) : 2022년 설립된 디지털 미디어. 미디어 산업계에 새로운 ‘글로벌 뉴스 플랫폼’을 표방하며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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