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연방 기금 수령 기관에 ‘DEI 전면 제한’ 지침 메모 발송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성·형평성·포용(Diversity, Equity & Inclusion·DEI) 프로그램을 전면 제한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은 연방 기금을 받는 모든 기관·기업·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16쪽 분량의 내부 메모를 공개하고, 연방 예산이 투입되는 조직들이 DEI 관련 교육·장학·정책을 시행하거나 제3자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취임 후 연이어 내놓은 행정명령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메모는 특히 훈련 세션, 채용·승진 절차, 장학금 제도 등에서 인종·성별을 고려한 ‘보호 집단(protected groups)’ 중심 접근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연방 자금이 특정 race·sex 기반 목표를 위한 장치로 활용되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주요 지침 핵심 내용

“미충족 지역(underserved areas)이나 1세대 대학생(first-generation students)을 겨냥한 장학 프로그램은, 해당 기준이 특정 인종이나 성별 참여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 허용될 수 없다. 대신 학업 성취도(academic merit)재정적 곤란(financial hardship)과 같이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특정 지역·집단을 염두에 두고 인종·성별 결과를 달성하려는 방식”은 금지된다고 명시됐다. 이는 현행 연방 차별금지법이 이미 인종·성별·민족에 따른 차별을 불법화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배경 및 맥락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부처 내부의 DEI 부서 폐지와 담당 인력 해고를 단행해 왔다. 최근 몇 달 사이에는 사기업들까지 자진해서 DEI 예산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러나 LGBTQ+ 커뮤니티,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여성, 장애인 단체들은 “DEI는 역사적·구조적 차별의 ‘잔여 효과’를 완화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반발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DEI 정책이 백인·남성 등 다른 집단을 역차별하고, 능력주의(meritocracy) 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가 공개한 메모에는 ‘업무 능력과 무관한 인종·성별 할당’을 철폐해야 한다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용어 해설: DEI란 무엇인가?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는 조직 내 다양성 확보, 형평성 제고, 포용 문화 정착을 목표로 하는 정책·프로그램을 통칭한다. 예컨대 차별 방지 교육, 성별·인종 간 임금 격차 해소, 소수 집단 채용 확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 기업·대학들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DEI 예산을 급격히 늘렸으나, 2024년 대법원의 소수 인종 우대입학(affirmative action) 폐지 판결과 맞물려 역풍을 맞고 있다.


법적·정치적 파장

민권단체들은 “역사적 차별을 부정하는 퇴행적 조치”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주(州)에서는 주법과 연방 차별금지법 간 충돌을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 지침에 반대하는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 싱크탱크는 “연방정부가 세금으로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제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며 환영 논평을 냈다. 이들은 하버드·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을 언급하며 “성별·인종 쿼터제를 없애야 학문적 탁월성이 회복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노동·고용 전문 변호사들은 “연방 기금 의존도가 높은 기관은 ‘준수 증명서(compliance certification)’ 제출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예산 심사 때까지 DEI 조항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계약 관리·공급망·인사 시스템 전반에 걸쳐 법적 위험(legal risk)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인권학계는 “구조적 불평등은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복합적 문제”라며, DEI 프로그램 축소가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은 유럽연합(EU)의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등으로부터 차별금지를 요구받기 때문에, 미 연방정부 지침과 해외 규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수 있다.


향후 일정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메모는 즉시 발효되며, 내달(8월) 중 각 부처별 이행 계획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공청회 및 Federal Register 고시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연방의회는 9월 회기에서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DEI 항목 삭감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강력 반대, 공화당은 전폭 지지를 표명해, 미국 대선(2028년)까지 이어질 장기 정치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