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의 주가가 12일(현지시간) 급락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백신이 아동 25명 사망과 연관됐다는 주장을 제기할 계획이라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전해진 직후다.
2025년 9월 1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HHS) 산하 관계자들은 다음 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백신 자문을 하는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회의 자료에 해당 주장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ACIP는 백신 접종 대상·접종 권고·보험 적용 범위 등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구다.
다만 발표 자료는 아직 최종본이 아니며 변경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HHS 대변인 “FDA와 CDC 직원들은 VAERS 등 안전성 모니터링 데이터를 상시 분석하고 있으며, 분석 결과는 ACIP 절차를 통해 공개된다. 공식 발표 전까지는 모든 주장이 순수한 추측으로 간주돼야 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화이자 주가는 3% 넘게, 모더나 주가는 7% 이상 하락했으며, 단백질 기반 백신을 개발하는 노바백스(Novavax)도 4% 이상 밀렸다.
보도는 동시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HHS 장관이 국내 백신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는 맥락과 맞물린다. 케네디 장관은 건강한 아동·임산부 대상 코로나19 백신 권고를 철회했으며, 새로운 백신 품목 허가에도 제한을 두는 조치를 추진 중이다.
모더나는 성명을 통해 “자사 백신의 안전성은 회사, FDA, 전 세계 90여 개국 규제당국이 철저히 모니터링한다”며 “미국·호주·캐나다·유럽의 시스템 어디에서도 아동·임산부에 대한 새로운 이상 반응이 확인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화이자는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여러 연구는 mRNA 플랫폼을 활용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전반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심근염(myocarditis) 발생 위험이 젊은 남성층에서 다소 높게 관찰됐으나, 현행 백신이 소아 사망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 등은 밝힌다. 글로벌 감시 자료 역시 소아·청소년군에서 접종 이득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결론을 유지하고 있다.
VAERS(백신 이상반응 신고 시스템)는 환자·의료인·약사 누구나 보고할 수 있는 “검증 전(前) 데이터베이스”다. 따라서 신고 접수만으로 인과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CDC·FDA의 과학적 조사 후에야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또한 ACIP는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독립 위원회로, 백신 안전성·효능 데이터를 종합 검토해 권고안을 마련한다. 국내 독자들이 생소할 수 있는 이 기구는 미국 내 백신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문 기관 중 하나다.
지난주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FDA가 아이들이 백신으로 사망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라며, 몇 주 내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 데이터 대신 VAERS의 자가 보고 사례를 언급하는 데 그쳤다.
상원 청문회에서도 케네디 장관은 “mRNA 백신이 국민에게 위험하다”는 ACIP 신임 위원의 발언을 지지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현재까지 학계가 축적한 근거는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는 데 무게를 둔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VAERS의 미확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동 사망 프레임을 부각할 경우, 향후 백신 신뢰도와 접종률 하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mRNA 백신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들의 밸류에이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ACIP 회의 결과가 예정대로 다음 주 공개되면, 시장은 공식·과학적 근거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할 것이다. 만약 위원회가 “인과관계 불충분” 결론을 내리면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있지만, 반대로 ‘추가 조사’나 ‘권고 수정’이 언급될 경우 제약사 주가는 장기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모더나·화이자 등 mRNA 진영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 만큼, 현 시점에서는 실적 다각화를 진행 중인 노바백스 등 대안 백신 플랫폼 업체의 상대적 수혜 가능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