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을 대상으로 하는 미(美) 정책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보직에 극우 성향 비평가를 임명해 한·미 관계는 물론 미·브라질 관계의 미묘한 균형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2월 2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대런 비티(Darren Beattie)가 최근 브라질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자문직에 임명됐다. 이 인사는 또한 미 국무부 교육·문화 담당 수석차관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이 인사는 해당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들이 익명을 조건으로 밝힌 내용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를 확인하며 해당 인사가 ‘현재 브라질 정책을 위한 수석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고 말했다.
비티의 임명 소식은 브라질 정부와의 관계가 최근 화해 국면을 일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여전히 민감하다는 점을 부각한다. 브라질 외교부는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배경과 논란
비티는 2018년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 자리를 잃은 전력이 있다. 당시 그는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자주 참석하는 행사에서 연설해 논란을 빚었다. 2025년 8월, 그는 소셜미디어(X)에 브라질 연방대법원장 알렉산드레 지 모라에스(Alexandre de Moraes)를 ‘볼소나루 전 대통령을 향한 검열과 탄압의 복합체를 설계한 핵심 설계자’라고 표현해 외교적 충돌을 촉발했다.
이에 대해 브라질 외교부는 주브라질 미국 대사를 소환해 설명을 요구했다. 모라에스 판사는 전직 대통령 자이르 볼소나루(Jair Bolsonaro)의 2022년 대선 뒤집기 음모 관련 형사사건을 맡아 재판을 진행했으며, 볼소나루는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27년형을 복역 중이다.
미국은 2025년 7월 모라에스 판사를 제재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모라에스가 재판과정에서 자의적 구금과 표현의 자유 억압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제재 발표 직후, 볼소나루의 아들인 에두아르두 볼소나루(Eduardo Bolsonaro)는 소셜미디어에 비티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 다른 아들인 플라비우(Flavio Bolsonaro)는 10월로 예정된 다음 브라질 대선의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미·브라질 관계의 부침
비티는 지난해 외국 내 표현의 자유 침해를 대응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이번 임명은 향후 미 행정부가 브라질 문제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현 브라질 좌파 정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이하 룰라) 대통령과의 완전한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브라질 정부 고위 관계자 두 명은 비티의 임명을 아직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부에서 그에게 부여되는 권한의 범위에 따라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비티의 공개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워싱턴과 브라질리아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재취임한 이후 냉각됐었다. 미 행정부는 브라질 고위 관료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일부 브라질산 제품에는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조치를 볼소나루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는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룰라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짧게 만난 뒤 개선의 조짐을 보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 사이에 즉각적인 호감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작년 말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브라질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고, 모라에스에 대한 제재는 해제됐다.
룰라의 워싱턴 방문과 향후 관전 포인트
다음 큰 분수령은 룰라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으로, 그는 3월 중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전(前) 베네수엘라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체포 작전과 쿠바에 대한 석유 차단 시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해 왔다.
비티는 국무부 교육·문화 담당 수석차관보 직무대행을 맡는 동시에, 의회가 자금을 지원하는 국립 기관인 미국 평화연구소(U.S. Institute of Peace)의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2025년 12월,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기관의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변경했으나, 행정부가 법적으로 명칭 변경 권한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비티의 과거 발언과 추가 논란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비티는 미 정보기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시도에 관여했을 수 있다고 암시했다. 또한 그는 소셜미디어에 ‘일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능력 있는 백인 남성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인종차별·성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1년에는 ‘국무부에 대한 존중을 상상해 보라’는 취지의 트윗을 올린 바 있다.
용어 설명
다음은 기사에서 다룬 주요 용어에 대한 설명이다. 백인 민족주의자(white nationalists)는 인종적 우월성을 주장하며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추구하는 극우 집단을 가리킨다. 제재(sanctions)는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대해 금융·여행·무역 제한 등 다양한 형태로 가해지는 외교적 조치다. 직무대행(acting)은 정식 임명 전 임시로 직무를 수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 평화연구소는 의회의 자금 지원을 받아 국제 분쟁 해결과 평화 증진을 연구·지원하는 연방 지원기관이다.
정책·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이번 임명은 정치적 신호와 경제적 파급을 동시에 내포한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내 표현의 자유와 사법 절차에 대한 비판을 지속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브라질 내 보수 세력—특히 볼소나루 계열—과의 공조 강화를 의미할 수 있다. 반면 브라질의 좌파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바라던 진영에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단기적으로 무역·투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일부 브라질산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 전력이 있다. 고위 정책 담당자가 브라질 관련 문제를 직접 관장하게 되면, 특정 산업(농산물, 축산, 광물자원 등)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나 제재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브라질 헤알화 환율 변동성 확대와 수출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지정학·정치 리스크가 커지면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자산을 회피할 수 있다. 특히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인 대두(soybean), 소고기, 철광석(iron ore) 등은 관세와 규제에 민감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룰라·트럼프 정상회담 이후 일부 관세 완화와 제재 해제 경험을 고려하면, 단기 충격은 정책 협상 과정에서 완화될 여지도 있다.
향후 관찰 포인트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티에게 부여되는 실무 권한의 범위다. 권한이 제한적일 경우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지만, 광범위한 권한이 주어지면 정책 방향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룰라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결과와 양국 간 합의 또는 이견의 세부 내용이다. 셋째, 브라질 내 정치적 역학, 특히 볼소나루 계열과 룰라 정부 간의 힘겨루기가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다.
요약 대런 비티의 이번 임명은 미·브라질 관계의 복잡한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향후 관세·제재·무역정책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사 원문은 그램 슬래터리(Gram Slattery), 후메이라 파뭍(Humeyra Pamuk), 리산드라 파라구아수(Lisandra Paraguassu)가 로이터에 기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번역·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