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미 국제개발금융공사 권한·재원 대폭 확대 추진

【런던=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의 자금 한도를 $600억에서 $2,500억으로 약 4배 확대하고, 고소득국 투자 제한을 완화하며, 국가안보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이 입수해 공개한 백악관 내부 제안서에 따르면, 이 같은 개편안은 DFC가 그간 집중해 온 ‘빈곤국 개발 사업’의 틀을 넘어 부유국 프로젝트까지 손쉽게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DFC는 2019년 출범한 미 정부의 대표적 개발금융 기관으로, 기존에는 주로 에너지·핵심 광물·환경 보존 분야에서 저소득·중저소득 국가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구상은 “민간 자본을 동원해 국익과 안보를 증진한다”는 명분 아래, 고소득국 사업비 지원 허용·지분투자 비중 확대·국방부의 직접 관여를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개편 내용

자금 동원력 확대: 대출·지분·보험·보증 등 총 투자한도를 현행 $600억에서 $2,500억으로 증액.
고소득국 투자 허용: 특별 승인 없이도 선진국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
지분투자 한도 완화: 개별 프로젝트에서 더 큰 지분 확보 가능.
미 국방장관 이사 선임: DFC 이사회에 국방부를 공식 편입해 안보 의제 반영.
의회 승인 요건 완화: 대형 투자에 대한 의회 사전승인 절차 간소화.


기존 규정상 DFC는 고소득국 사업을 예외적으로만 지원해 왔으나, 개편안이 통과되면 국별 소득 구분이 크게 완화된다. 백악관은 “국가안보상 전략 분야“라면 지리적 구분 없이 자금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안은 동시에 DFC 이사회에 미 국방장관을 최초로 참여시키도록 규정한다. 이는 공사가 ‘개발금융 + 안보’라는 이중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서에 따르면, DFC는 향후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국회 승인 없이도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재량을 확보하게 된다.

Dev Jagadesan DFC 직무대행 사장은 6월 18일 하원에 보낸 서한에서 “이 변화는 미국의 외교·안보·경제 개발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DFC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정책 검토·인사 변수

이번 개편안은 10월 초까지 의회 승인을 앞둔 DFC 운영 규정 전면 검토와 맞물려 있다.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벤 블랙(Ben Black) 차기 공사 사장 인준이 남아 있어 조직의 향후 방향에 관심이 모인다.

벤 블랙은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 레온 블랙의 아들이며, 과거 DFC의 ‘선의 표명(virtue-signaling) 녹색 프로젝트’ 지원을 비판해 원조·개발계의 우려를 샀다. 그는 고소득 지역인 그린란드 자원개발 투자 필요성도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DFC 현재 실적 및 우크라이나 협력

DFC는 2024 회계연도 기준 $120억 규모 투자를 식량·에너지·보건·인프라 분야에 배분했고, 총 $490억의 미집행 약정을 보유 중이다.

특히 올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광물 우선 접근권 협정에서 DFC는 핵심 실행 주체로 부상했다. 해당 협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새 광물 계약에 우선 접근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 침공 대응을 위한 지속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는다. 참고로 세계은행 분류에서 우크라이나는 상위 중소득국이다.

지난주 DFC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우크라 재건투자펀드(U.S.–Ukrainian Reconstruction Investment Fund) 운용사를 모집하는 공식 제안요청서를 발행했다. 투자 대상은 광물·에너지·인프라 등 전략적 부문으로 명시됐다.


전문가 해설 & 전망

개발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DFC가 전통적 공적개발원조(ODA) 기관과 차별화된 ‘투자형 안보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고소득국까지 투자 범위를 넓힐 경우 민간 자본 유치 여건이 개선되지만, 개발도상국 지원 축소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국방부가 이사회에 공식 참여해 안보목적 투자를 주도할 경우, DFC가 상업성·안보성·개발성 세 가지 축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미 의회는 대규모 권한 위임이 의회 통제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개편안의 최종 통과 여부는 의회 청문회 과정과 벤 블랙 차기 사장 인준 결과에 달렸다. 통과 시, 글로벌 개발금융 지형은 국가안보 연계형 모델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