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대형 제약사 9곳과 약가 인하 합의 체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2025년 5월 12일(현지시간) 처방약과 의약품 비용을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환자들의 약값 부담 완화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했고, 다수의 대형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약값을 낮추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5년 12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문을 맺은 제약사는 미국과 유럽을 본사로 둔 주요 제약사들로, 머크(Merck, MRK),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Y), 암젠(Amgen, AMGN), 길리어드(Gilead, GILD), GSK, 사노피(Sanofi, SNY), 로슈의 제네텍(Genentech), 비공개기업 보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노바티스(Novartis, NVS) 등이다. 이들 9개사는 이날 미국 내 약값 인하 조치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내용에 서명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7월에 17개 대형 제약사에 보낸 서한에서 약가 인하를 촉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최혜국가(Most Favored Nation, MFN) 처방약 가격 정책’을 부활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행정명령의 핵심은 미국 외 지역에서 책정된 낮은 약값을 미국 내에도 반영해 ‘글로벌 무임승차’를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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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재, 17대 제약사 중 14곳이 미국 국민과 환자를 위해 약값을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 의료체계 역사상 환자 부담 완화에 있어 가장 큰 승리이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행사에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다수 제약사가 메디케이드(Medicaid) 환자에 대해 가장 낮은 ‘최혜국가’ 가격으로 기존 치료제를 판매하기로 합의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 1월에 출시할 예정인 직접소비자용 사이트 ‘TrumpRx’에 자사 인기 의약품을 등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존슨앤드존슨(J&J), 앱비(AbbVie), 리제네론(Regeneron) 등 일부 대형사는 아직 합의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존슨앤드존슨은 “다음 주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일라이릴리(Eli Lilly, LLY),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화이자(Pfizer, PFE),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N), EMD 세로노(EMD Serono) 등과도 일부 의약품을 환자에 직접 할인 판매하는 합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초기 합의는 예정된 제약관세 면제와 신약 심사 우선 처리 등의 혜택을 교환하는 형태였다.

배경 자료로, RAND 연구소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처방약 평균 가격은 해외에 비해 거의 3배에 달하며, 브랜드 약품의 경우 해외 가격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트럼프 행정부가 MFN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핵심 근거 중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밖에서 가격을 낮추고, 그 가격을 미국 내에도 적용해 제약업계의 ‘글로벌 무임승차’ 관행을 종식시키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를 대변하는 무역단체인 PhRMA는 MFN 방식이 미국 소비자의 약값을 낮추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반발하며, 가격 차이의 원인으로 약값 책정 과정에 관여하는 약국급여관리자(Pharmacy Benefit Managers, PBMs)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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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 최혜국가(Most Favored Nation, MFN) 정책: 특정 국가에서 적용되는 최저 가격을 다른 국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려는 제도적 접근이다. 이번 경우는 해외에서 적용되는 낮은 의약품 가격을 미국의 연방 프로그램 또는 일부 환자군에 반영해 약값을 낮추겠다는 취지이다.
· 메디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방·주 공동 의료보험 프로그램으로, 정부의 약값 부담이 직결되는 공공 의료서비스다.
· PBM(약국급여관리자): 보험사와 제약사 사이에서 약값 협상·급여 목록 관리를 하는 중간업자다. PBM의 계약 조건과 리베이트 구조가 약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이번 합의는 단기적으로 미국 소비자가 일부 처방약에 대해 가격 인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변수에 따라 효과의 크기가 달라질 것으로 분석한다. 첫째,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를 통해 매출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상쇄할지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둘째, MFN 가격 적용 범위와 적용 방식(연방 프로그램 중심인지 민간보험까지 확대될지)에 따라 시장 충격의 범위가 달라진다. 셋째, PBM과 보험사, 병원 등 공급망 내 다른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효과가 증감될 수 있다.

전문가 분석을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환자 가계의 약값 부담 완화가 기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약사의 글로벌 가격 전략 조정, 신약 개발비용 회수 구조 변경, 그리고 국제무역·보건 정책 차원의 소송 및 협상 가능성 등 복합적 영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기타 국가들과의 가격 조정 과정에서 국제적 가격 연동(International Reference Pricing)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법적 쟁점
이번 조치는 행정명령과 자발적 합의를 섞어 진행되는 형태로, 법적·정책적 논쟁의 소지를 남긴다. 제약사들은 가격 인하 대가로 관세 면제나 신속 심사 같은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점에서 규제당국의 추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MFN 적용을 둘러싼 국내외 제도적 충돌과 무역법적 쟁점이 제기될 소지도 존재한다.

결론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합의는 미국 내 약값 논쟁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2025년 5월의 행정명령과 12월의 기업 합의는 단기적 약가 인하 신호를 보이지만, 그 파급력은 적용 범위, 제약사 대응, 중간 유통 구조 및 국제적 반응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향후 수개월 동안 구체적 약품 목록, 가격 수준, 적용 대상(메디케이드와 민간 보험 여부) 등이 공개되면 정책의 실효성과 경제적 영향을 보다 명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