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골든 돔’ 미사일 방어망 파트너 다변화…스페이스X 독점 구조 흔들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750억 달러(약 233조 원) 규모의 우주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골든 돔(Golden Dome)’ 구축을 위해 새로운 민간·방산 파트너 물색에 나섰다. 엘론 머스크스페이스X(SpaceX)와의 긴장 고조가 독점 구조를 흔들자, 아마존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와 전통적 방산 업체를 포함한 여러 후보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과 국방부는 스페이스X 의존도를 낮추고자 다양한 통신·위성 스타트업과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머스크와 트럼프 사이에 6월 5일 공개 충돌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검토돼 온 사안으로, ‘단일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정책 전환을 촉발했다.

세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아마존닷컴(NASDAQ:AMZN)의 저지구궤도(LEO) 위성 프로젝트인 카이퍼를 비롯해 노스럽그러먼(Northrop Grumman),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L3해리스(L3Harris) 등 ‘빅5’ 방산 기업과도 파트너십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가운데 프로젝트 카이퍼는 3,000기 위성 중 78기만 띄운 초기 단계임에도 ‘민관 융합 모델’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트럼프 갈등이 부른 전략적 전환

머스크와 트럼프는 세제·지출 법안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갈등을 빚었다. 특히 머스크가 최근 ‘아메리카 파티(America Party)’라는 중도 성향 테크 정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정치적 균열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스타쉴드(Starshield)’ 네트워크가 미국 군 통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체재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머스크는 로이터 보도 직후 “달 탐사·화성 이주에 집중하고 싶다“며 골든 돔 수주 경쟁 참여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플랫폼 X(前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9,000기 이상의 자체 위성 발사 실적과 독보적 재사용 로켓 기술 덕분에, 출시(런치) 계약 부문에선 여전히 ‘안방 1위’로 꼽힌다.


프로젝트 카이퍼, ‘민간→안보’ 전환 신호탄

카이퍼는 주로 상업용이지만, 방산 활용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 제프 베이조스, 2025년 1월 로이터 인터뷰 중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이사회 의장은 올해 초 ‘상업 우선’을 강조했지만, 국방부가 직접 구애에 나선 만큼 미사일 탐지·추적 통신망 등 군사적 활용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로젝트 카이퍼는 1 전 스타링크 간부들이 주도하는 100억 달러 프로젝트로, 향후 250억 달러에 달할 ‘골든 돔 1차 자금’의 최대 수혜처로 거론된다.

카이퍼 대변인은 “현 시점에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고, 국방부·백악관 역시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이는 관계 부처가 민간 플랫폼의 보안 강화·사이버 공격 대응 등 민감한 문제를 내부 조율 중임을 시사한다.


‘아이언 돔’을 넘어서는 다층 방어망

골든 돔은 이스라엘 ‘아이언 돔’(Iron Dome)을 확장한 개념으로, 더 넓은 영토와 우주 공간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위성군(群)이 필요하다. 지난 해 미 의회는 우주군(Space Force) 위성 통신 서비스 예산을 9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대폭 증액했다. 이는 민간 위성 생산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한 지출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북미 방산 3대 기업 노스럽그러먼, 록히드마틴, L3해리스는 모두 골든 돔 참여 의지를 밝혔다. 켄 베딩필드 L3해리스 CFO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미사일 조기경보·추적 기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노스럽은 궤도 요격체(Space-based Interceptor) 개발을 병행하고 있고, 록히드 스페이스 총괄 로버트 라이트풋은 “검증된 미션 파트너”임을 자임했다.


스타트업·뉴 스페이스 기업의 기회

올봄 정부는 민첩성과 비용 효율을 강점으로 내세운 실리콘밸리 신생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로켓랩(Rocket Lab)·스토크 스페이스(Stoke Space) 등이 대표 주자다. 한 미 정부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개별 발사 건(Launch-by-Launch)으로 경쟁 입찰이 이뤄질 것”이라며 독과점 구조 해체를 예고했다.

기존에 팔란티어(Palantir)·안두릴(Anduril) 등 트럼프 친화적 데이터·AI 업체가 ‘대형 수주’ 유력 후보였으나, 머스크와의 갈등 이후 판도가 유동적이다. 시장에선 “공급망 다각화로 협상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고속 타임라인과 보안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1주일 만에 골든 돔 구상을 공식화했다. 우주군 마이클 게틀라인 장군이 7월 17일 상원 인준을 통과하며 총괄 지휘를 맡았다.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 서신에 따르면, 게틀라인 장군은 ‘30-60-120일 계획’(30일 내 팀 구성→60일 내 초기 설계→120일 내 전면 실행 로드맵 제출)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사이버전·전자전 방호는 뚜렷한 과제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4년 5월 “러시아 전파 방해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 중”이라고 토로했다. 카이퍼·신규 위성 역시 군용 수준 암호·경화 처리 없이는 동일한 취약점을 노출할 우려가 크다.


전문가 시각: 글로벌 안보 지형의 대전환 신호

분석가들은 골든 돔이 완전 가동될 경우 우주 군비 경쟁 가속화, 역내 미사일 교전 규칙 변화 등 안보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미국이 우주에서 요격 능력을 갖추면, 잠재적 적성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위성 요격 무기(ASAT)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는 우주 공간의 군사화 흐름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록히드마틴·RTX(구 레이시온)이 ‘2~3년 내 가시적 성과’를 약속한 만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경쟁’ 구도가 복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 설명

저지구궤도(LEO): 지구 표면에서 약 160~2,000km 고도에 위치한 궤도로, 지연(latency)이 낮아 통신·정찰 위성에 적합하다.

스타링크: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2025년 현재 9,000기 이상이 운용 중이며, 군·민간 통신망으로 활용된다.

스타쉴드: 스타링크의 군용 버전으로, 암호화·안보 기능을 강화한 서비스 패키지다.

프로젝트 카이퍼: 아마존이 100억 달러를 투자한 LEO 위성망 구축 계획. 3,000기 띄우기를 목표로 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AWS’와 결합돼 차세대 통신 인프라를 지향한다.

골든 돔: 미국판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우주 기반 다층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위성을 활용해 탐지·추적·요격을 통합 운용하는 것이 목표다.


전망과 과제

결국 변수는 정치 리스크기술 성숙도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정부는 ‘다원적 공급 생태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스페이스X의 발사체 재사용 기술, 방대한 위성 운용 경험은 단기간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혼합 모델(Hybrid Model)—런치는 스페이스X, 위성 제작·운용은 다수 기업 분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120일 내 구체안이 확정되면 2026년부터 본격적인 발사·배치 레이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든 돔이 향후 10년간 미국 국방 예산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