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동해안의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을 전격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연방 정부가 승인·건설을 진행 중이던 여러 프로젝트를 일시 정지시키며 해상풍력 산업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25년 12월 2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가 버지니아 비치(Virginia Beach) 해안에서 약 27마일(약 43km) 떨어진 대서양에 설치 중인 해상풍력 터빈을 포함해 동해안에서 건설 중인 다섯 개의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 행정부가 일시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 소식에 도미니언 에너지의 주가는 해당 소식 직후 약 4%가량 급락했다.
이번에 중단된 프로젝트는 Coastal Virginia Offshore Wind(CVOW)을 비롯해 매사추세츠 앞바다의 Vineyard Wind 1, 로드아일랜드 인근의 Revolution Wind, 뉴욕 롱아일랜드 및 뉴잉글랜드 인근의 Sunrise Wind, 그리고 롱아일랜드 남쪽의 Empire Wind 1 등 다섯 개다. 각 프로젝트 개발사는 도미니언 에너지, 덴마크의 Ørsted, 노르웨이의 Equinor 등이다.
개발사 발표에 따르면 이들 프로젝트를 합하면 20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CVOW는 176기의 터빈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로, 도미니언은 이 사업이 완료되면 6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CVOW는 당초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었다.
도미니언 에너지는 성명에서 “CVOW의 중단은 일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군사 자산, 인공지능(AI) 시설, 그리고 민간 자산의 그리드(전력망) 신뢰성을 위협할 것”이라며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는 이번 조치의 이유로 국방부(펜타곤)가 식별한 국가안보 우려를 들었다. 내무장관 더그 버거럼(Doug Burgum)은 해당 프로젝트들의 임대(lease)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연방 정부가 임차자(leaseholders) 및 주정부 파트너들과 협력해 해당 프로젝트들이 제기하는 국가안보 리스크를 완화할 가능성을 평가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내무부는 성명에서 풍력 터빈의 날개(blades)와 “고도로 반사되는 타워(높게 반사되는 탑)“가 레이더 간섭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무부는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만드는 잡음(clutter)이 합법적 이동 표적을 가리거나 풍력 프로젝트 인근에서 거짓 표적(false targets)을 생성한다”고 지적했다.
주가 반응과 국제 개발사 영향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앞서 언급한 도미니언 에너지는 소식 직후 주가가 거의 4% 하락했다. 덴마크의 Ørsted는 Revolution 및 Sunrise 프로젝트의 개발사로서 소식에 따라 주가가 약 11% 급락했고, 노르웨이의 Equinor는 Empire Wind 1 관련 악재로 주가가 약 1% 하락했다.
도미니언은 또한 이번 프로젝트가 미국 국가안보와 버지니아주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버지니아 북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 허브로 알려져 있으며,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는 해당 지역 전력 수요와 전기요금 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인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Glenn Youngkin)은 CVOW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알려졌다. 한편, 기사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아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가 11월 선거에서 당선되었고, 그녀는 전기요금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했다고 전하고 있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Chuck Schumer)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산업에 대한 공세를 강하게 비난했다. 슈머는 성명에서 “트럼프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죽이기 집착은 제정신이 아니다, 비합리적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며 이번 조치가 에너지 비용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행정부의 풍력 산업에 대한 조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월 20일에 육상 및 해상 풍력에 대한 모든 신규 임대와 허가를 연방 검토를 이유로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행정조치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의 패티 사리스(Patti Saris) 판사는 12월 8일 트럼프의 명령이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전문적 분석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해상풍력 관련 개발사들의 주가와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프로젝트의 일시 중단은 건설 일정 지연, 추가 비용 발생, 계약 차질로 이어져 관련 기업의 재무계획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도미니언처럼 대규모 자본투자가 선행된 사업자의 경우 프로젝트 지연은 자본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전력시장 관점에서 보면, 해당 지역의 재생에너지 공급이 늦춰지면 단기적으로는 기존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계획에 역행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개발사들이 주장한 것처럼 그리드 신뢰성(grid reliability) 문제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군사·데이터센터 등 중요 인프라의 전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대체전원 확보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국가안보 우려와 에너지 전환 목표 사이의 균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레이더 간섭과 같은 군사적·안보적 이슈는 기술적·지리적 대응책으로 완화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레이더에 의한 간섭을 줄이기 위한 설계 변경, 타워의 표면 처리, 레이더 보정 소프트웨어 개선, 특정 항공·해상 경로의 재설계 등으로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적 해결책은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경제적 파급효과 측면에서는 지역 일자리와 연관 산업(설계, 시공, 유지보수, 해운 등)에 단기적 타격이 올 수 있다. 도미니언의 주장처럼 수천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풍력 관련 공급망(블레이드·타워·해저케이블 등)에 투자한 기업들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급망 재구성 또는 투자 지연을 고려할 수 있다.
금융시장과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가 실물 프로젝트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훼손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프로젝트 리스크 평가에 정치·규제 리스크를 더 크게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회복되고 기술적 해결책이 제시될 경우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으나, 단기적 불확실성은 투자 비용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용어 설명(참고)
해상풍력 임대(lease)는 연방 정부가 특정 해역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개발사에 일정 기간·조건으로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임대가 일시 중단된다는 것은 개발·건설·해상작업 등 현재 진행 중인 활동이 법적·행정적 근거로 인해 중지되거나 재검토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레이더 간섭(radar interference)은 풍력터빈의 블레이드나 구조물 표면이 전파를 반사해 레이더 화면에 잡음(clutter)이나 거짓 표적을 만들어 실제 항공기·선박의 탐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문제는 군·민간 항공 운영에 위험요소로 인식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행정조치는 재생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 안보, 지역경제와 금융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건은 연방정부와 군 당국, 개발사 및 주정부 간의 협의로 기술적·운영적 완화책이 얼마나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마련되느냐이다. 만약 합리적 완화방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고용 손실, 전기요금 상승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