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 Inc.)가 매년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온 ‘규제 크레딧(automotive regulatory credits)’ 수입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EV) 및 배터리 산업 지원 철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 보고서가 나왔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파이퍼 샌들러 애널리스트들은 최신 노트에서 “2025년 규제 크레딧 전액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며 테슬라가 올해 약 30억 달러, 2026년 23억 달러의 크레딧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35억 달러 대비 감소폭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규제 크레딧이란 미국 연방·주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에 할당한 ‘무공해 차량(ZEV) 의무 판매 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친환경 차량을 많이 판매한 기업으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하도록 한 제도다. 덜 친환경적인 제조사는 ‘벌금 회피’를 위해, 친환경 선두 기업은 ‘현금 창출’을 위해 해당 크레딧을 거래한다. 테슬라는 2024년 자유현금흐름(FCF)의 100%에 달하는 35억 달러를 이 항목으로 채웠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와 파이퍼 샌들러의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EV 세액공제 축소, 배터리 생산 인센티브 삭제, 연비·배출 기준 완화 등 이전 행정부가 마련했던 친환경 산업 지원책을 대거 철회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규제 크레딧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파이퍼 샌들러는
“새로운 연방 규정은 행정명령 이후에도 최소 12~24개월의 입법·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2025년 단기적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다”
고 설명했다. 사실상 2026년까지는 정책 공백기가 불가피하며, 그 사이 테슬라는 기존 크레딧 물량을 계속 판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애널리스트들은 2026년 EPS(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2.99달러에서 2.86달러로 소폭 낮췄으나, 목표주가 400달러는 유지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AI 역량 강화”를 통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방어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FSD·로보택시, 규제 악재를 상쇄할 호재
보고서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 인근에서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FSD) 기반 로보택시 시범 운행 확대를 추진 중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파이퍼 샌들러는 “FSD 관련 긍정적 헤드라인이 2025~2026년 크레딧 감소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며, 기술 모멘텀이 투자심리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용어 풀이
FSD(Full Self-Driving)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패키지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모든 주행 상황을 처리한다는 개념이다. 로보택시란 자율주행 차량을 공유·유상 운송 서비스에 투입해 운전자를 제거한 채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모델을 가리킨다.
전문가 시각: “규제 크레딧은 여전히 테슬라 펀더멘털의 안전판”
기자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세 가지 시사점을 정리한다. 첫째, 규제 크레딧 시장은 정책 변화에도 구조적 수요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전통 완성차 기업 상당수가 2030년 이전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단기 충족 수단으로 크레딧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둘째, 행정부 교체에 따른 규제 완화는 ‘지속 가능성’보다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행정 절차법(APA)에 따라 환경·교통 규정 수정은 예고·공청회·검토를 포함해 최소 1~2년이 걸린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셋째, 테슬라는 AI·로보틱스 사업을 통해 ‘자동차 판매 기업’에서 ‘데이터·서비스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파이퍼 샌들러가 목표주가를 유지한 배경에는 이러한 ‘멀티플 전환’ 기대가 깔려 있다. 규제 크레딧이 줄더라도 테슬라의 총수익 구조가 서비스·구독 모델로 재편되면, 장기적 성장성을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EPA·NHTSA의 배출·연비 규정 개정안 발표 시기와 내용
2) 주(州) 단위 ZEV 프로그램의 유지 여부: 캘리포니아, 뉴욕 등 17개 주가 연방 규정과 별도로 ZEV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3) 국제 규제 크레딧 시장 확장 가능성: 유럽연합(EU)의 CO₂ 플릿 규제, 중국의 ‘신에너지차(NEV) 크레딧’ 제도와의 상호 거래성 여부도 변수다.
결국 ‘규제 크레딧이 사라지면 테슬라는 끝’이라는 단선적 시나리오는 과도하다. 테슬라는 여전히 1) 정책 전환의 타임 래그, 2) 경쟁사의 전동화 지연, 3) 자율주행·AI 사업 모델이라는 3중 방어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슬라 주가를 평가할 때는 단기 규제 크레딧 감소보다는 FSD 상업화 일정과 구독 매출 안착에 더 큰 가중치를 둘 필요가 있다. 파이퍼 샌들러가 EPS 전망을 미세 조정했음에도 목표주가를 400달러로 유지한 논리를 시장이 어떻게 해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