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티커: INTC)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D.A. 데이비드슨의 기술 담당 리서치 책임자 길 루리아(Gil Luria)는 CNBC ‘스쿼크박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를 신봉하지만,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라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지분 취득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전날(14일) “미 행정부가 인텔에 대한 직접 지분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으며,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 주가는 장중 14일 급등한 데 이어 15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한 길 루리아 D.A. 데이비드슨 리서치 총괄 (사진=CNBC 캡처)
루리아는
“인텔은 수십 년간 재도약 기회를 놓쳤다”며 “정부가 나서서 불공정한 우위(unfair advantages)를 제공할 수밖에 없고, 그 대가로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삼성전자·TSMC 같은 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자국 내 첨단 제조 기반을 살리려면 인텔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첨단 반도체와 하이엔드 기술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CHIPS(반도체 생산촉진) 법에 기반한 재정 지원이 지분 투자와 연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블룸버그는 “행정부가 CHIPS 법 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충을 목표로 2022년 제정됐으며, 인텔은 이미 상무부로부터 79억 달러(약 10조 4,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국방부 ‘시큐어 엔클레이브’(Secure Enclave)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각각 배정받은 상태다.
한편, 인텔은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공식 논평을 거부하며 “현재로선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투자 유치·경영 안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리아는 오픈AI CEO 샘 알트먼과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초지능형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차세대 핵 확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을 언급하며, “핵무기 탄두의 탄피를 외국에 의존할 수 없듯, AI와 반도체의 핵심 공급망도 자국 내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텔의 신임 CEO 립부 탄(Lip-Bu Tan)은 8월 1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연계 의혹을 이유로 그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으나, 면담 직후 사퇴 압박 수위는 일단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해설: CHIPS 법이란?
CHIPS 법은 ‘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의 약자로, 미국 내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제조 인프라 강화를 위해 2022년 7월 제정됐다. 총 527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세액공제·R&D 펀드를 포함하며, 미국 반도체 산업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 해설: 파운드리 의존도 문제
삼성전자와 TSMC는 고성능(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에서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내 첨단 파운드리 라인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국방·우주·AI 등 전략 기술이 외부 공급망 차질에 노출될 위험이 존재한다.
시장 반응 및 향후 과제
인텔 주가는 지분 투자설 보도 직후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다만 실제 지분 매입이 성사될 경우, 정부 소유·민간 경영이라는 복합적 지배 구조가 형성돼 의사결정 속도와 투명성 문제가 새롭게 대두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TSMC 등 글로벌 경쟁사와의 관계, WTO 보조금 규정, 국내외 정치 변수 등 복합 요소가 향후 주가 및 산업 지형을 가를 열쇠로 꼽힌다.
루리아는 끝으로 “우리는 누군가가 핵무기 탄두의 탄피를 대신 만들어 주길 기대하지 않는다”며 “동일한 논리로, AI와 첨단 반도체도 자국에서 책임 있게 생산·통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