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SNAP) 수혜자들의 개인 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해 이민 신분과 중복 수혜 여부를 확인하려 한 계획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이자 연방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Adam Schiff) 연방 상원의원을 포함한 13명의 상원의원은 같은 날 브룩 롤린스(Brooke Rollins) 미 농무부(USDA) 장관 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연방 개인정보 보호법을 명백히 위반하며, 저소득층 대상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SDA는 6월 중순 성명을 통해 ‘프로그램 낭비 방지·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주(州)정부와 전자결제(EBT) 운영업체들로부터 수혜자 정보를 받아
▶사회보장번호(SSN) ▶이민 신분 ▶신청·수령 이력
등을 포함하는 수치상 최대 4,200만 명 규모의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은 “연방 전 부처 데이터 공유 확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이행한다는 취지다.
의원들 “신뢰 상실·법 위반” 강력 반발
민주당 의원들은 공문에서 “식품 지원과 같은 생계형 복지제도는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운영돼 왔다”면서, 이번 정책이 ‘식품 배급권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책은 연방 프라이버시법과 정보보호 조항을 위반하며, 법정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 농무부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민 단속으로 번지는 복지 데이터 활용
같은 날 AP통신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이미 저소득층 건강보험제도(Medicaid) 가입자 데이터에 접근권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이 복지 데이터와 결합돼 단속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을 방증한다.
SNAP·Medicaid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SNAP은 흔히 ‘푸드스탬프’로 불리며, 저소득 가구에 식료품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공적부조 프로그램이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 약 4,200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전자식 선불카드(EBT)로 지급된다. Medicaid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보험으로, 미국인의 5명 중 1명이 가입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현행법상 불법 체류자는 원칙적으로 두 제도 모두 이용할 수 없으나, 합법적 장기체류·난민·특정 아동 등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가 허위로 혜택을 받는다”며 신원 검증을 강화해 왔다. 전문가들은 실제 ‘부정 수급 비율’이 1%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데이터 공유를 확대해 왔다.
7월 9일자 공문…“주정부, 7월 24일부터 데이터 제출”
브룩 롤린스 장관 대행은 7월 9일 각 주정부 SNAP 담당 기관에 발송한 서한에서 “7월 24일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7월 30일까지 농무부에 제출하라”는 구체 일정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정부는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명확히 하지 않고 기한을 촉박하게 잡아 혼란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적 공방 가능성 및 정책·시장 파장
전문가들은 의회·주정부·시민단체가 연합해 연방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경우, 데이터 수집이 지연되거나 전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사회복지 데이터가 이민단속에 활용되면, 이민자 커뮤니티는 물론 합법적 영주권자들도 공적부조 신청을 꺼려 사회안전망의 ‘기피 효과(Chilling Effect)’가 강해질 전망이다. 이는 식품산업·의료산업 전반의 수요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식품 소매·의료 서비스 기업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론 및 전망
의원들의 서한에도 불구하고 농무부가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오는 8월부터 각 주정부 데이터가 연방 차원에서 집적될 가능성이 높다. 단,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 마련과 상·하원 청문회가 병행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입법·사법 절차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2025년은 미국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는 해인 만큼, 이민·복지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