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경제정책의 3대 축은 ‘미국 제조업 부활’, ‘국내 에너지 생산 확대’, ‘노후 인프라 재건’이다. 해당 기조는 선거 유세에서 흔히 들리는 구호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연방정부가 직접 지분투자에 나서는 국부펀드식 전략과 정교하게 결합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들어 벌써 인텔(Intel)과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에 정부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단순한 세제혜택을 넘어 ‘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행정부는 주요 기업 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이전(리쇼어링)을 설득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민·관 합작투자(JV)나 직접 지분 인수 같은 구조를 설계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제조 기반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프로젝트 스타게이트(Project Stargate)’다. 소프트뱅크·오라클·오픈AI가 손잡고 미국 및 우방국에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초대형 계획으로, 백악관이 발표 현장의 배경을 제공하며 사실상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이 흐름은 즉시 반도체 분야로 확산됐다. 소프트뱅크는 인텔에 20억 달러를 투자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전 정권에서 CHIPS법 보조금으로 책정돼 있던 89억 달러를 주식 매입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미 재무부는 인텔 지분 약 10%를 보유하게 됐다.
에너지 쪽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2025년 7월 국방부는 희토류 채굴업체 MP 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대가로 전환우선주와 워런트(주식매수권)를 확보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터빈, 군사용 첨단 센서 등 첨단산업·국방 핵심 소재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국가안보 자원’으로 분류된다.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방산 섹터 지분투자 시사
캔터 피츠제럴드 CEO 출신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BC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방위산업체에 대한 거대한(monstrous)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통적 방산 대장주인 보잉, RTX, 록히드 마틴, L3해리스가 후보로 거론되지만, 시장에서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티커: PLTR)가 더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왜 하드웨어가 아닌 팔란티어인가?
팔란티어는 드론·센서·전투기 같은 물리적 장비를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방위·정보·국토안보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해 ‘디지털 전장’의 신경망 역할을 수행한다.
2025년 들어 팔란티어는 국방부와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확장 계약(7억9,500만 달러)을 체결했고, 미 육군과 향후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우산 계약’도 따냈다. 또한 ICE(이민세관단속국) 협력 확대, NATO와의 신규 계약 등으로 서방 동맹 전체를 아우르는 정보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밸류에이션은 높지만, 국방·AI 쌍두마차 프리미엄
아래 차트가 보여주듯 팔란티어의 매출 대비 주가비율(PSR)은 전통 방산업체와 고성장 SaaS(Software-as-a-Service) 기업 모두를 상회한다. SaaS는 초기 개발비만 들면 추가 매출이 저비용으로 확대되는 구조여서 높은 멀티플이 형성되는데, 팔란티어는 여기에 국방·AI 프리미엄이 더해져 ‘거품’ 논란도 제기된다.
SaaS·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CA) 용어 설명
• SaaS: 소프트웨어를 구독 형태로 제공해 서버·유지보수 비용을 고객 대신 클라우드 사업자가 부담하는 모델이다.
• DCA: 일정 금액을 정해 정기적으로 분산 매수함으로써 가격 변동 위험을 낮추는 장기투자 기법이다.
전문가 시각 및 투자 시사점
시장 전문가는 “팔란티어가 미국·NATO 방위 네트워크의 사령신경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연방정부가 지분을 보유하는 ‘공공-민간 파트너’ 모델의 수혜 1순위”로 평가한다. 다만 현재 주가에는 높은 미래 기대치가 반영돼 있어,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과 같은 장기 분할 매수전략이 권고된다.
결론적으로, 행정부의 ‘지분 직접 투입’ 전략이 기존 제조·에너지 영역을 넘어 방산 소프트웨어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그 최전선에 팔란티어가 서 있다는 점은 투자자와 정책 당국 모두에게 중요한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