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2025년 8월 10일 ―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새 행정명령은 401(k) 퇴직연금에서 암호화폐·프라이빗 에쿼티·비상장주식 등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대폭 확대하도록 규제당국에 지시했다.
2025년 8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행정명령은 9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보유한 수조 달러 규모 401(k) 시장을 겨냥하며, 일반 투자자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유동성, 수수료, 정보 공시 측면의 새로운 위험을 수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운용 리서치 업체 서룰리 어소시에이츠(Cerulli Associates)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퇴직연구 책임자는 “이번 조치는 완전히 새롭고, 아직 시장 충격이나 장기 하락장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며 “유동성 부족과 수수료, 공시 의무가 주요 쟁점”이라고 말했다.
대체투자 확대가 불러올 구조적 변화
업계 옹호론자와 트럼프 행정부 측은 오픈AI나 스페이스X처럼 비상장 혁신기업,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 그리고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가 더 높은 수익률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자산이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공시 의무가 적으며, 전통적인 뮤추얼펀드 대비 수수료가 높다고 경고한다.
프라이빗 자산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올뷰 시스템스(Allvue Systems)의 필리차 핸슨 제품·주식·펀드관리 총괄은 “사람들이 추가 수수료 가능성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행정명령은 질문만 늘렸을 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401(k) 편입 구조를 세심히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빗 에쿼티는 전통적으로 ‘2와 20(2% 운용보수+20% 성과보수)’ 구조를 고수해 왔다.” ― 기사 중
미 투자회사협회(ICI)에 따르면 401(k) 시장을 지배하는 뮤추얼펀드 평균 총보수는 0.26%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대체투자 펀드는 다층적 수수료 구조를 띠며, 투자자에게 실제 비용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 추세 역전 가능성
30억 달러를 운용하는 웰스스파이어 어드바이저스(Wealthspire Advisors)의 드미트리 캇스넬슨 부CIO는 “지난 수십 년간 낮은 수수료와 ‘먼저 해를 끼치지 말라’가 시장의 핵심 기조였지만, 이번 조치가 그 추세를 되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새로운 리스크 평가 프레임워크 구축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닝스타의 제이슨 케파트 애널리스트도 “대체투자 수수료는 각주(footnote)에서 암호처럼 해독해야 할 때가 많다”며 “플랜 스폰서(기업·기관)가 이에 안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총비용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투명성과 교육의 필요성
올뷰의 핸슨은 “전통적 증시 상장 자산은 일일 단위로 가격이 공개돼 투자자가 성과·리스크를 즉시 확인할 수 있지만 비상장·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면서 “일일 거래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수동 가격 산정 자산을 처리해야 하는 근본적 불일치”를 문제로 꼽았다.
이에 대해 서룰리의 베일리는 “자산운용사와 플랜 스폰서는 교육·소통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하는 의무가 커졌다”면서 “전형적인 401(k) 가입자는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수익 구조를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블랙스톤(NYSE: BX)의 존 그레이 사장 겸 COO는 애널리스트 콜에서 “투자 기간이 긴 젊은 층이 프라이빗 자산에 더욱 적합하다”고 발언하며, 은퇴가 임박한 투자자에게는 지나친 위험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법적·규제 리스크도 상존
실리콘밸리 반도체 기업 인텔(NASDAQ: INTC) 직원들은 401(k) 내 헤지펀드·프라이빗 에쿼티·원자재 편입을 두고 소송을 제기했다. 7년에 걸친 소송 끝에 항소법원은 올해 최종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디버보이스앤플림턴(Debevoise & Plimpton) 법률사무소는 “대부분의 자산운용사와 플랜 스폰서는 장기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규제기관이 일정 수준의 면책을 제공해야 트럼프 행정명령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해설: 401(k)·프라이빗 에쿼티·“2와 20”이란?
401(k) 플랜은 미국 근로자가 급여의 일부를 세전·세후로 적립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제도다. 고용주(플랜 스폰서)가 운영사를 선정하고, 가입자는 제시된 펀드 메뉴 중 자산을 배분한다.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해 경영 개선 후 매각·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통상 2% 운용보수와 20% 성과보수 구조를 유지하며, 이는 ‘2 and 20’으로 불린다.
암호화폐(Crypto)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산으로,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규제 환경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분류된다.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투자 대상 다변화 자체는 환영할 만하지만, 충분한 투자자 교육·공시·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노후 자산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대체투자 운용사에게는 낮은 수수료·높은 유동성·정교한 공시를 갖춘 신상품 개발이 불가피해졌다.
규제당국은 소송 리스크 완화와 투자자 보호 기준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향후 노동부(DOL),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상세 지침을 마련함에 따라, 실제 401(k) 편입 여부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