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독일 재무장관 라르스 클링바일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 국장 해임 사태와 관련해 “국가 기관은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클링바일 장관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BLS 국장 해임 결정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 같은 정치적 접근법은 옳지 않다”며 “독립된 기관은 그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정치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약 20년간 재직해 온 BLS 국장 에리카 맥엔타퍼를 전격 경질했다. 맥엔타퍼 국장은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에서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충격적 부진’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통계 조작’ 의혹을 받았으나, 구체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클링바일 장관은 이어 “
민주주의 국가는 제도의 독립성과 강인함을 지켜야 할 때 올바른 길을 간다
”며 독립 기관 공격이 민주주의를 약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와의 회동을 앞두고 이같이 발언했다.
독일 재무장관은 또한 “독립·중립·검증된 기관에 대해 이런 식의 공격을 퍼붓는 것은 나의 정치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클링바일 장관은 미국과의 유럽연합(EU) 통상협정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EU가 지나치게 약한 태도를 보였다”며 “여전히 확인하고 조율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지적했다.
■ 용어 설명
BLS(노동통계국)는 미국 노동부 산하 통계기관으로,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실업률·시간당 임금 등 노동시장 핵심 지표를 산출·발표한다. 금융·정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기관의 정확성·독립성·신뢰성이 특히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통계기관 수장의 갑작스러운 경질이 시장 참여자에게 불확실성과 정책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노동시장 지표를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망과 연결해 해석하기 때문에, “통계 왜곡” 논란은 달러화 변동성을 키우고 국채 금리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독일 정부 관료의 이번 발언은 국제 공조와 제도적 투명성의 중요성을 재차 환기한다. 각국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만큼, 독립 기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투자심리 악화와 글로벌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 기자 시각*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통계의 정치화”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을 가능성이 높다. 독일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점은 유럽 내에서도 미국 통계 신뢰성에 대한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국제통상·통화정책 협력에서 데이터 거버넌스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