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원유 9월물(종목 코드 CLU25)은 8월 15일(금)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 대비 -1.16달러(-1.81%) 하락한 배럴당 62.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달 RBOB 가솔린 9월물(RBU25)은 -0.00329달러(-1.56%) 떨어진 갤런당 2.07달러로 마감했다.
2025년 8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장 마감 직후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축소하며 유가가 약세를 보였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러시아산 공급을 추가로 위축시켜 글로벌 원유 시장을 더 타이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낳았다. 반대로 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가 관세·제재를 유보하거나 현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제시한 공급 과잉 전망도 이번 주 초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IEA는 8월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6년 글로벌 원유 초과 공급이 일 평균 296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EIA 역시 8월 12일 월간 전망을 통해 2025년 초과 공급 전망치를 기존 110만 배럴에서 170만 배럴로 상향했고, 2026년에는 150만 배럴의 잉여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공급 축소 요인도 부각된다. EIA는 2026년 미국 원유 생산이 일 1,328만 배럴로 감소해 2021년 이후 첫 연간 감산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유가 지속으로 미 셰일 업체들이 시추 및 생산 계획을 축소하고 있으며, 실제 가동 중인 미국 내 시추기 수는 최근 3.75년 만의 최저치인 410기까지 떨어졌다.
OPEC+ 증산 압력
증산 기대 역시 단기 시장 심리를 짓눌렀다. OPEC+는 8월 2일 회의를 통해 9월 1일부터 일 54만7천 배럴을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2년간 이어진 총 220만 배럴 규모 감산 조치를 단계적으로 회복하려는 행보다. 다만 여전히 166만 배럴의 감산분은 2026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7월 OPEC 산유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한 일 2,831만 배럴을 기록했다.
해상 저장 물량은 줄어들었다.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8일로 끝난 주간에 일주일 이상 정박 상태로 머문 유조선 내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평가된다.
EIA 재고·생산 동향
8월 8일 기준 EIA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2개월 만의 최고치인 304만 배럴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5년 평균 대비 5.1%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재고는 0.25% 상회, 중간유 재고는 15.45% 하회했다. 미국 주간 원유 생산은 0.3% 증가해 일 1,332.7만 배럴을 기록했으나, 작년 12월의 사상 최고치(일 1,363.1만 배럴)에는 미치지 못했다.
베이커휴스는 8월 15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시추기가 전주와 같은 411기라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2월 기록된 627기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취재 후원·공시 원문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해당 기사 작성 시점에서 언급된 어떤 종목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조언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바차트 공시 정책을 참고하면 된다.
용어 설명
-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미국 에너지정보청으로,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통계를 집계·발표한다.
-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로, 주요 소비국 중심의 에너지 정책 자문 및 시장 분석을 수행한다.
- OPEC+: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10여 개국이 구성한 협의체로, 글로벌 원유 생산 정책을 조율한다.
- RBOB 가솔린: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 규제를 충족하도록 제조된 무연 가솔린 선물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국내외 에너지 애널리스트들은 “정상회담 결과가 단기 유가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산 수급 차질이 심화돼 원유 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휴전 합의와 제재 완화가 이뤄질 경우, 앞서 제기된 잉여 공급 시나리오가 실현되면서 배럴당 60달러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OPEC+의 증산 일정, 미국 셰일 산업의 투자 축소, 계절적 수요 둔화 등 복합 요인을 감안할 때, 향후 몇 개 분기 동안 유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