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 앞두고 유럽‧우크라이나, 미국에 평화안 역제안

유럽 연합(EU)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독자적 평화 구상을 미국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기로 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2025년 8월 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 외곽 케빙턴(Chevening) 하우스에서 열린 비공개 협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유럽 및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수 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했으며, 이 자리에서 유럽 측 역제안(counter-proposal)이 제시됐다.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날 전화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 노력은 환영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원칙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우크라이나 연대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양측에 이익이 되는 영토 맞교환“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가 임박했다고 주장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양도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며 단호히 거부했다.

◆ 유럽 측 역제안의 핵심

1) 무조건적 즉각 휴전 선행
2) 상호 영토 교환 원칙 명문화
3) 미국·EU가 보증하는 안전 보장 장치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협상가는 교전이 한창인 상황에서 먼저 영토를 양도하는 방식으로는 협상이 출발할 수 없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미국 측 고위 관리는 “수 시간 동안 진행된 케빙턴 회의에서 전쟁 종식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으나, 백악관은 유럽의 역제안을 공식 접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영토 맞교환(swap)은 분쟁 지역을 서로 주고받아 전선을 재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추가 군사 행동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알래스카 회담 예상 사진

트럼프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알래스카 회담에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NBC뉴스가 전했으나,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측에서는 공식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 현재 전선 상황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침공 이후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 주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선포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약 1,000km에 달하는 전선 곳곳에서 격렬한 방어전을 벌이고 있으며, 러시아의 2025년 하계 공세는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군사 분석가들은 평가한다.

러시아가 요구한 “우크라이나군의 4개 주 전면 철수”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헌법상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논의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동의 아래 진행돼야 한다고 재차 천명했다.

◆ 케빙턴 하우스( Chevening House )란?
영국 외무장관·국방장관 등이 공식 회담에 활용하는 18세기 귀족 저택으로, 런던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다. 외교적 기밀을 유지하기 좋은 위치와 보안 시설 덕분에 국제 협상이 자주 열리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재단 연구원은 이번 평화 추진을 “전쟁 중단을 위한 첫 현실적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휴전이 일시 성사되더라도 이행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키이우 독립광장 추모 깃발

키이우 중심 독립광장에서 국기를 흔들던 51세 시민 올레시아 페트리츠카는 로이터 통신에 “단 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도 영토 양보나 철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심이 결코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1) 미 국내 정치 변수: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 성과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 유럽 안보 균열: 영토 양보안이 현실화될 경우 동유럽 국가들의 안보 불안이 극대화될 수 있다.
3) 장기 교착 가능성: 휴전→감시기구 파견→평화조약 체결까지 복잡한 단계가 남아 있어, 완전 종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