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석유업계 ‘투톱’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나 AP보다 속보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블룸버그가 입수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워싱턴은 로스네프트(Rosneft PJSC)와 루코일(Lukoil PJSC)을 겨냥한 경제 제재를 만지작거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휴전에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삼을 방침이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제재 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열 예정인 금요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즉각 거론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글로벌 유가를 교란하지 않기 위해 ‘단기간·한시적’ 제재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만일 푸틴 대통령이 휴전 협상 의지를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면, 에너지 수출이 러시아 경제의 ‘생명줄’이라는 점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
■ 두 회사가 세계 원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무게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은 올 상반기 기준 하루 평균 2백20만 배럴(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50%)을 시장에 공급했다. 로스네프트는 국영 기업으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고르 세친 최고경영자가 이끌고 있다. 반면 루코일은 민영 구조이지만, 두 기업 모두 러시아 외환 수입의 중추라는 점에서 서방의 주요 제재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 ‘섀도 플릿(Shadow Fleet)’과 관세 카드
미국이 추가로 검토 중인 방안도 만만치 않다. 첫째,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섀도 플릿’ ― 소유·보험·국적 정보가 불투명한 탱커 네트워크 ― 에 대한 운항 제한이 포함됐다. 둘째, 러시아 원유를 계속 수입하는 국가, 특히 중국에 별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당국자는 “단계적·선별적 적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한국 독자들을 위한 용어 해설
‘섀도 플릿’은 대러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 소유권을 복잡하게 엮거나, 서류상 ‘깡통 보험’을 드는 방식으로 국제 제재 감시망에서 벗어난 탱커 집단을 지칭한다. 국제해사기구(IMO) 등록 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비상 시 사고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경·안전 리스크가 크다.
■ 시장 파급력 분석
전문가들은 두 러시아 메이저가 동시에 제재를 받을 경우 서방의 추가 감산 합계가 하루 200만 배럴을 훌쩍 넘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단기적으로 배럴당 10~15달러 상승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국 정부가 ‘임시·국지적’ 조치를 강조하는 만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또는 산유국 간 증산 카드를 통해 가격 충격을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외교·정치적 계산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직접적인 군사 개입 대신 경제적 압박으로 휴전 조건을 끌어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유가 급등을 통해 제재 손실을 상쇄할 수도 있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실제로 세친 로스네프트 CEO는 과거 서방 제재에 대해 “러시아 산업 역량을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다음 관전 포인트
① 8월 16일 예정된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결과
② 미국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구체적인 제재 지침을 언제 발표할지 여부
③ OPEC⁺ 9월 회의에서의 증산 논의
④ 중국, 인도 등 주요 수입국의 반응과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가능성
■ 종합 전망
시장 컨설팅업체 라포잉에너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러 강경 이미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담을 고려할 때 섣불리 유가를 자극할 전면 제재는 피할 것”이라는 이중 메시지를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휴전체제 수용에 열린 태도를 보일지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가, 인플레이션, 미 대선, 우크라이나 전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투자자와 정책 당국 모두 단기적 헤드라인에 따라 민감한 변동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