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선물 가격이 보합권에서 움직이며 주 초반의 극심한 변동성을 진정시키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준(Fed) 의장 교체설과 이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기업 실적 시즌의 본격화라는 두 가지 변수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 중이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다우존스·S&P 500·나스닥100 지수 선물은 한국시간 오전 7시 39분(현지 03:30 ET)에 각각 변동 폭이 ±0.1% 안팎에 머물렀다. 직전 거래일 뉴욕증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한때 급락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번 변동성 확대는 ‘연준 의장 교체’라는 초대형 헤드라인이 약 1시간 남짓 시장에 던진 충격파에서 비롯됐다. 시장조사업체 ING는 고객 메모에서 “하루 만에 무산된 해임설 이후, 투자자들은 같은 이슈가 재부각되더라도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내성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로 예상 밖의 둔화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불안 완화에 일조했다.
■ 트럼프-파월 갈등 재점화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을 지금 당장 해임할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그는 “해임 가능성을 영원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어 25억 달러가 투입되는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에 ‘사기(fraud)가 있다면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 사안으로 파월을 즉시 해임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스스로 사임한다면 좋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파월 의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그는 재차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경제 지표: 베이지북이 보여준 ‘빛과 그림자’
연준이 공개한 지역경제 보고서 ‘베이지북(Beige Book)’은 6월부터 7월 초까지 미국 전역의 경제 활동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관측 대상 기업들은 향후 경제 전망을 ‘중립 내지 다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여전히 사업 계획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2개 연방준비은행 모두가 “관세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일부 기업은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회귀시키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업종에서 투입 비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여름 후반부터 소비자물가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 2025년 7월 연준 베이지북
베이지북이란? 베이지북은 8주마다 발간되는 지역경제 동향 보고서로, 각 연방준비은행이 관할 지역 기업·금융기관·커뮤니티 리더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정성적 정보를 집대성한다. 공식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현장 체감경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선행지표’로 통한다.
■ 기업 실적: 넷플릭스·GE·펩시코 등 대기
시장 관심은 17일 장 마감 후 공개될 넷플릭스(NASDAQ:NFLX) 2분기 실적로 이동하고 있다. 리서치 업체 바이털나리지(Vital Knowledge)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우위를 확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건실한 성적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단기 기대감이 과도하게 부풀어 있는 점”을 잠재 리스크로 지적했다.
같은 날 개장 전에는 GE 에어로스페이스(NYSE:GE), 펩시코(NASDAQ:PEP), 엘리번스 헬스(NYSE:ELV), 신타스(NASDAQ:CTAS)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최근 며칠간 잇따라 호실적과 상향 가이던스를 제시한 미국 기업들이 많아, ‘실적 모멘텀’이 주가를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 TSMC, AI 수요 폭발에 분기 최대 이익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반도체제조(TSMC)(TW:2330)는 2분기 3982억7천만 대만달러(약 135억2천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0.7% 급증했다. 이는 로이터 컨센서스(3774억 대만달러) 역시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분기 매출은 38.6% 뛰어 9337억9천만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실적 호조의 핵심 요인은 3나노·5나노 공정을 활용한 고성능 AI 프로세서 수요 급증이었다. CEO C.C. 웨이(魏哲家)는 “향후 몇 달간 AI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2025년 4분기에는 대중 무역관세의 향방에 따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3나노·5나노 공정이란? 반도체 ‘나노미터(nm)’는 회로 선폭을 의미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 이는 전력 효율과 연산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핵심 기술로, 고성능 AI‧데이터센터 칩에서 필수적이다.
■ 시장 전망과 의미
연준 의장 교체설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라는 두 이슈가 단기간에 교차하며, 투자자들은 매크로(금리·통화정책)와 마이크로(기업 실적) 신호를 동시에 해석해야 하는 복합 국면에 직면했다. 단기적으로는 파월 해임 가능성이 재점화될 때마다 달러 약세·금값 강세·주식 급락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리스크다. 반면, AI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IT·반도체 업종의 견조한 실적은 하방을 견인하는 완충 장치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연준 인사 관련 헤드라인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소비자·생산자 물가와 같은 팩트 기반 지표, 그리고 기업 실적 가이던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