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거칠게 비난하며,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이를 거부할 경우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자체가 통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제롬 ‘지나치게 느린’ 파월, 고집 센 멍청이는 지금 당장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 그가 계속 거부한다면, 연준 이사회가 통제권을 넘겨받아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가 2022년 개설한 자체 플랫폼으로, 기존 소셜미디어의 계정 정지 이후 지지층 결집에 활용해 왔다. 해당 글에서 트럼프는 파월 의장에게 “stubborn MORON(고집 센 멍청이)”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경한 어조를 보였다.1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불과 이틀 전인 7월 30일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9월 인하 가능성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밝혀 시장의 즉각적 완화 기대를 냉각시켰다. 이러한 신중 기조가 트럼프의 분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9명 찬성, 2명 반대라는 ‘9 대 2’로 통과됐으며, 30년 만에 처음으로 두 명의 연준 이사(governor)가 공개 반대를 표명한 이례적 사례다.2
연준 이사회란 무엇인가?
연준은 7명의 이사와 12개 지역 연준 총재로 구성된다. 이사들은 미국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친다. 통화정책의 최종 결정권은 FOMC가 갖지만, 법적으로는 이사회가 의장을 포함해 제도 운영 전반을 감독한다. 트럼프가 언급한 ‘이사회가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발언은, 사실상 위계상 이미 존재하는 권한을 적극 행사해 금리인하를 강제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적 압박과 중앙은행 독립성
미국은 1951년 ‘트루먼-마틴 합의’ 이후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립해 왔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재임 시절부터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수차례 촉구하며 연준에 공개 압박을 가해 논란을 낳았다. 이번 발언도 대선 국면에서 경기부양 카드로 금리 인하를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장·전문가 반응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했으나,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정치적 레토릭일 뿐 실제 정책 변경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만약 연준 이사회가 의장의 의사를 배제하고 결정권을 행사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① 독립성 훼손 위험: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면 물가안정 신뢰도가 약화될 수 있다.
② 금융시장 파장: 단기적으로는 채권금리 변동성, 장기적으로는 달러 가치 하락 가능성이 있다.
③ 법적 한계: 연준법상 이사회가 의장을 해임하거나 정책 방향을 단독으로 바꾸는 절차는 복잡해, 트럼프의 주장대로 즉각 ‘통제권 탈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④ 선거 전략: 물가보다 성장·고용을 우선시하는 메시지로, 중도·저소득층 유권자에게 경기부양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강경 발언은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제도적·법적 장치로 인해 실제 정책 전환으로 직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향후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와 FOMC 내부 표결 양상이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