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한번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에게 ‘즉각적이며 대폭적인(BIG)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막 발표됐다: 인플레이션이 없다!!! ‘이미 늦었다’ 지금 당장 금리를 크게 내려야 한다. 파월은 완전히 재앙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비난성 메시지를 게시했다.
해당 글은 미 노동부가 8월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 PPI)가 전월 대비 하락했다고 발표한 직후 올라왔다. PPI는 제조·생산 단계의 물가 흐름을 보여 주는 지표로, 소비자물가(CPI)보다 선행적인 특성을 가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물가가 안정됐으니 금리를 낮출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루스소셜(Truth Social) 설명*
*트루스소셜은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2022년 공개한 SNS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 영구정지 이후 직접 개설한 플랫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이었던 2018~2020년에도 파월 의장을 반복적으로 압박해 ‘기업·가계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금리인하를 촉구해 왔다. 당시에도 그는 “연준이 너무 느리다” “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내려야 한다”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연방준비제도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하지만, 정치권과 시장의 발언권은 정책 기대 형성에 지속적 영향을 미친다.
이번 트럼프 메시지는 미국 대선 사이클과 맞물려 통화정책 독립성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 시각과 잠재적 파장
① 금리 경로—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더라도 연준 내부에서는 ‘빠른 전환은 섣부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파월 의장은 최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확실히 복귀한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② 시장 반응—월가에서는 “정치적 발언 하나로 연준이 즉각 움직일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파월 의장이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을 재차 강조할 경우 트럼프와의 충돌 구도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③ 환율 및 자산가격—만약 실제 금리인하 기대가 빠르게 확산되면 달러 약세, 신흥국 자금 유입, 주식 및 위험자산 랠리 등이 동반될 수 있지만, 동시에 물가 재가속 리스크도 커진다.
연준 독립성(Independence) 이해
연방준비제도는 의회가 부여한 이중 책무(고용 극대화·물가 안정)를 수행하지만,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행정부·의회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1970년대 인플레이션 악몽 이후 확립된 원칙이다. 다만 대통령의 공개적 비판은 ‘시장의 기대’를 바꾸어 실질적 압력이 되곤 한다.
금번 트럼프 발언도 정책 당국을 직접 “재앙”으로 표현한 점에서 수위가 높다.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연준 구조나 책무를 재검토할 경우, 통화정책 경로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규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향후 주목 포인트
• 9월 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점도표(Dot Plot)에서 드러날 향후 금리 전망
• 10월 중 발표 예정인 9월 CPI·PPI 수치가 물가 안정 추세를 이어갈지 여부
• 202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통화·재정정책 이슈를 어떻게 선거 전략에 활용할지
연준은 공식적으로 “어떠한 정치적 발언에도 정책 경로를 좌우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 왔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는 정책 불확실성(polic y uncertainty)이 커질수록 안전자산·리스크자산 간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다음 기자회견에서 ‘독립성’과 ‘데이터 기반 정책’이라는 두 축을 얼마나 명확히 강조하느냐가 시장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