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컬럼비아·하버드 압박 법안으로 ‘각성’ 박물관 협박 지시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스미스소니언 협회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박물관들을 ‘각성(Woke)’ 이념의 최후 거점으로 규정하고, 연방 자금 지원을 압박 카드로 활용해 관련 전시·콘텐츠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 8월 19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변호인단에게 명령을 내려 “컬럼비아·하버드 등 대학에 대해 사용 중인 자금 차단·조사 병행 방식”을 박물관 부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역사박물관 전경

트럼프 대통령은 글에서 “

스미스소니언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끔찍한지, 노예제가 얼마나 나빴는지, 억눌린 자들이 얼마나 성취하지 못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성공·밝은 미래·희망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각성’을 둘러싼 정치적 공세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3월 ‘미국 역사에 진실과 상식을 회복한다’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산하 문화·교육 기관에서 ‘부적절한 이념’을 제거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번 지시는 해당 행정명령의 연장선으로, 특히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군을 첫 타깃으로 삼았다.

스미스소니언 협회는 연방정부 예산에 70% 이상을 의존하며, 국립미국역사박물관·자연사박물관·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 등 21개 시설을 운영한다.

백악관 고위 보좌관 린지 해리건(수석서기관), 빈스 헤일리(국내정책위원회 국장), 러셀 보이트(예산관리국 국장)는 지난주 스미스소니언 측에 공문을 보내 “미국 건국 250주년과 연관된 모든 전시 자료와 내부 문건”을 30일 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스미스소니언 측은 “요청 자료를 검토 중이며 백악관·의회·이사회와 건설적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방 예산 삭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관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대학에서 박물관으로… ‘자금 차단’ 전략 확대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하버드·컬럼비아·코넬·듀크 등 Ivy League 대학을 포함한 20여 개 대학교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구보조금 지급 보류 또는 세금 면제 혜택 철회를 경고하며 반(反)보수 차별·반유대주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NPR에 따르면 이러한 압박은 학내 ‘각성 문화’를 교정한다는 명분 아래, 실제로는 정치적 발언 장악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백악관은 “WOKE IS BROK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나라 전체가 각성 이념에 물들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학과 달리 박물관의 주 예산 원천이 연방 세금인 만큼, 이번 조치는 훨씬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재정 타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스미스소니언의 연간 예산(약 17억 달러) 중 10억 달러 이상이 의회 승인 항목”이라며 “예산 심의 시즌에 정치적 공방이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Truth Social이란?

Truth Social은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2022년 론칭한 SNS 플랫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X(구 트위터) 계정을 중단·복구하는 과정에서 주요 메시지 전달 창구로 활용해 왔으며, 정책·인사·외교 관련 즉흥적 발표가 잦아 금융·정치권이 실시간 주시한다.

■ 문화·역사 서술 전쟁의 향방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히 ‘전시 기획’ 차원을 넘어 미국 내 역사 해석 주도권과 직결된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정부는 노예제·인종차별·식민주의 등을 다루는 전시를 ‘자학사관’으로 규정하며, ‘성취와 미래 비전’을 강조하는 관점으로 대체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 역사학자들은 “연방 자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정치권력의 검열을 받게 되면 학문적·전시 기획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보수 단체들은 “납세자가 지원하는 기관이라면 편향된 세계관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 내부

■ 향후 일정과 변수

백악관은 ‘내부 종합 감사’ 결과에 따라 특정 전시 폐쇄·교체 지시, 예산 동결, 경영진 인사 조정 등을 포함한 후속 행정명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소니언 이사회(레전츠)는 연내 특별회의를 열어 대응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와 의회 구도에 따라 협상력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와 병행해,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50% 확대(신규 407개 품목 적용)와 같은 통상 정책, 우크라이나 안보보장 문제 등 굵직한 외교·경제 아젠다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 전쟁과 통상·안보 정책이 대선 전 총력전의 한 축으로 결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용어 해설: ‘각성(Woke)’

Woke’는 원래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어권에서 “사회적·인종적 불평등에 눈뜬 상태”를 의미했으나,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는 진보·다양성·차별 시정을 강조하는 움직임 전반을 통칭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보수진영은 이를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으로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Woke is Broke’라는 표현으로 경제적·사회적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 결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스미스소니언 예산을 지렛대로 삼아 박물관 전시·학술 연구의 이념적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는 대학 압박 전략의 박물관 버전으로, 향후 문화계 전반에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