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가 추진 중인 고속철도(High-Speed Rail) 사업에 배정됐던 연방 교통부(USDOT) 보조금 40억 달러를 전액 취소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 사업은 예산이 과도하게 부풀려졌고 규제가 지나치며, 약속했던 철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2025년 7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연방 교통부는 별도 성명을 통해
“고속철도 사업이 과다한 예산 초과로 실현 가능한 추진 경로가 없다”
며 추가 기금 환수(claw-back)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캘리포니아주가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 규정, 전기차 배출 규제, 주방위군(국경 경비) 파견, 계란 가격 제한 등 여러 사안에서 충돌한 데 이어 또 하나의 갈등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사업 주체의 반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조치는 불법이며, 주 정부는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청(CHSRA)의 이언 초드리 최고경영자(CEO)는 “합의된 연방 교부금 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취소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우리는 모든 의무를 이행했고, 지금이야말로 연방 정부가 미국 교통의 미래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연방 감사 보고서의 핵심 지적
연방철도청(FRA)이 지난달 공개한 315쪽 분량의 보고서는 기한 초과, 예산 부족, 승객 수요 예측의 타당성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특히 사업 초기 구간인 머시드(Merced)-베이커즈필드(Bakersfield) 171마일(약 275㎞) 구간을 건설하려면 추가로 70억 달러가 필요한데 자금원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아직 레일敷設(부설)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는 점이 결정적 실패 요인으로 제시됐다.
사업 개요와 비용 급증
고속철도 시스템은 1단계로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애너하임을, 2단계로 새크라멘토-샌디에이고까지 총 800마일(1,287㎞)을 최고 시속 220마일(355㎞)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2020년까지 330억 달러로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예산은 890억 달러에서 1,280억 달러로 폭증했다.
정치적 공방 가열
트럼프 행정부의 션 더피 교통장관은 SNS 플랫폼 X(구 트위터)에 “뉴섬 주지사와 캘리포니아 고속철도는 정부 무능과 잠재적 부패의 전형”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뉴섬 주지사는 즉각 “비행기조차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사람이 조언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정 경과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2008년 주민투표로 100억 달러 채권 발행을 승인해 사업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회수했던 9억 2,900만 달러를 다시 지원한 바 있다.
현재 공정과 향후 과제
고속철도청에 따르면 현재 15,500개 일자리를 창출했고, 50개 이상의 주요 구조물을 완공하며 곧 레일 부설 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다. 뉴섬 주지사는 주 의회에 20년간 매년 최소 10억 달러를 투입하는 예산안을 제출해 초기 구간 완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 용어 설명
• 클로백(claw-back): 이미 지급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정부가 사후적으로 환수하는 조치.
• FRA(Federal Railroad Administration): 연방철도청, 미국 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철도 안전·정책을 관장한다.
◆ 기자 해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권한 분쟁, 그리고 대선 국면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이 맞물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기후변화 대응과 경기활성화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연방 지원 축소는 미국 전체 철도 산업에도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반대로 재정 건전성과 프로젝트 실행 가능성을 강조하는 보수 진영의 논리는 ‘세금 낭비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유권자 설득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