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명 연준 이사 후보 스티븐 미란, 상원 본회의 인준 절차 한걸음 전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 지형 변화 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로 지명한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이 상원 인준 절차에서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이하 상원 은행위원회)는 13대 11의 정당별 표결로 미란 후보자의 지명을 본회의로 송부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한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표결 결과로 미란 후보자는 본회의 표결만 남겨두게 되었으나, 9월 16~17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원 절차상 가장 이른 인준 가능 날짜는 9월 15일(월)로 알려져 있다. 상원 전체 의석 분포가 공화 53석, 민주 47석인 만큼 찬반이 당론으로 갈릴 경우 인준 통과 가능성은 높지만, 선서 절차와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FOMC 직전 합류는 시간적으로 빠듯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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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준은 미란 박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테스트가 될 것이다.” —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워런 의원은 미란 후보자가 백악관 경제자문직을 무급 휴직 형태로 유지하며 연준 이사직을 수행하려는 계획에 대해 “독립성이 아닌 예속”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위원회 공화당 간사 팀 스콧 의원은 “미란 후보자는 깊은 경험과 입증된 리더십으로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지킬 것”이라고 옹호했다.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올 한해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연이어 금리 인하를 촉구해 왔다. 그는 파월의 임기가 2026년 5월 만료되기 전에 교체할 구체적 후임 후보 3인을 거론하며 연준의 ‘실책’을 시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는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했다”는 비판이 포함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모기지 사기 의혹을 이유로 리사 쿡(Lisa Cook) 이사를 해임하려 했으나,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cause)’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 가처분을 받아낸 상태다. 백악관은 이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미란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1기 때 임명된 두 명의 공화 성향 이사와 더불어 세 번째 ‘우호적’ 표를 확보하게 된다. 이들은 직전 FOMC에서 4.25~4.50%인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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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되는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

연준 이사는 14년 고정 임기로, 법률상 ‘정당한 사유’ 없이는 대통령도 해임할 수 없도록 보호받는다. 해당 규정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통화정책 독립성을 담보해 왔다. 그러나 만약 미 연방대법원이 ‘정당한 사유’ 판단에 광범위한 대통령 재량권을 부여한다면 향후 연준 이사들이 정치적 교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조사업체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대통령 판단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은 구조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지표와 정책 시사점

최근 고용시장 둔화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파월 의장을 포함한 다수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9월 9일 발표된 구인·이직 보고서(JOLTS) 역시 팬데믹 회복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구인 건수가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이 예상하는 0.25%포인트 수준을 넘어서는 ‘급격하고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한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최근 생산자물가지수(PPI) 결과를 근거로 들지만, 9월 11일 발표될 예상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까지 감안하면 연준의 선택 폭이 좁다는 분석도 있다.


미란 후보자 프로필·관전 포인트

스티븐 미란은 1977년생(만 48세)으로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선임·특별보좌관으로 재정·통화 분야 조언을 담당해 왔다. 전통적 ‘매파’(물가 안정 중시)로 분류되는 반면, 최근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와 관세 효과 무력화를 지적하면서 금리 인하 측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채우게 될 공석은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이사가 8월 돌연 사임하면서 발생했다. 남은 임기는 2026년 1월까지로 제한적이다. 미란 후보자는 “후임 이사가 지명되지 않을 경우 연준에 계속 남을지 재검토하겠다”고 서면답변을 통해 밝혔다. 이는 사실상 무기한 재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용어 해설

‘FOMC’는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의 약자로, 미국의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체다.
‘매파(매파)’·‘비둘기파’는 통화정책 성향을 구분하는 은어로, 매파는 물가 안정과 금리 인상 선호, 비둘기파는 경기 부양과 금리 인하 선호를 뜻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조사기관 LH Meyer의 데릭 탱 애널리스트는 메모에서 “쿡 이사의 거취나 미란 후보자의 시점별 착석과 관계없이 9월 회의 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정치·사법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연준의 의사결정 프레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전제이기에, 향후 대법원 판단과 의회의 인준 과정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도 중대한 파급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